큐가든 7

[+3167days] 휠체어를 탄 남자 그리고 영국아빠

누리가 4살쯤 됐을 때, 주말 아침 차를 타고 남쪽으로(아마도 강 건너 한국마트로) 가던 길이었다. 신호를 대기하고 있던 우리 옆 인도에 휠체어를 탄 남자와 딱 2~3살쯤 되어보이는 아이가 스쿠터를 타고 함께 가고 있었다. 그걸 본 누리는 "아저씨가 휠체어를 타고 있어" 그런 말을 '외쳤다'. 나는 옆을 지나는 그 남자가 누리의 말을 들을까 화들짝 놀라서 "그렇게 이야기하면 안돼!"라고 말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도 누리는 보이는 사실fact를 말했을뿐인데, 나는 그 말이 그 남자를 시선으로 불편하게 할까 놀랐던 것이다. 그때서야 남자와 아이를 본 지비가 "너무 슬프다"고 말했다. "애가 넘어지면 아빠가 어떻게 도와줘?"라고 덧붙였다. 그건 지비 생각이다. 여기 사람들은 애가 넘어지면, 달려가 세워주지..

[life] 부활절 연휴1(feat.큐가든)

부활절과 함께 방학이 시작되었다. 이번 방학을 앞두고 우리는 한 달 전에 왕립식물원인 큐가든의 회원권을 구입했다. 집 근처 공원만 뱅글뱅글 돌다보니 우리가 지겨워서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아서 한 결정인데, 3월 초 회원권 구입과 동시에 부활절 연휴 기간 입장을 예약하려고보니 입장권은 남아 있었지만 우리가 원했던 어린이놀이터 입장권은 이미 매진된 상태였다. 어린이놀이터가 주요한 목적이었는데, 회원권을 무를 수도 없고.😭 이러저러 사정을 설명하고 친구 가족과 함께 부활절 연휴 첫날 큐가든을 찾았다. 이번 주 초반 날씨가 20도 가까이 올랐던 것과 달리, 방학이 시작하면서 기온이 뚝 떨어져 10도를 겨우 넘기는 날씨였다. 다행히 바람이 많지 않고, 간간히 햇볕이 들어 산책 삼아 큐가든을 한 바퀴 돌고 잔..

[etc.] 주말일기

일주일 전 파리에서 있을 땐 초겨울 옷을 입고도 추워서 떨어야 했는데, 바로 며칠 뒤인 지난 주 런던은 정말 한여름 같았다. 한 여름에도 25도를 넘어가면 호들갑을 떠는 영국인데 일요일 런던은 27도를 찍었다. 토요일 이웃이 오래전부터 런던 외곽에 있는 한인타운에 가서 밥 한 번 먹자고 했다. 나는 "그래 그래"라고 답했지만, 워낙 그 집이 바쁜 사람들이라 현실로 일어나지 않을꺼라 생각했다. 우연히 만났을 때 곧 한국을 간다고 했더니 "한국 가기 전에 꼭 가자"고 연락을 해와 지난 주말 두 가족이 런던 외곽 뉴몰든 근처의 한국식당을 갔다. 갑자기 따듯해진 날씨에 나들이객들이 넘쳐나 교통 체증이 심할꺼라 생각하고 우리는 한 시간 전에 집을 나섰다. 보통 30~40분 거리. 역시 차들도 많았고, 여기저기 공..

[life] 4월 16일

오늘 아침 페이스북을 열어보니 2년 전 오늘 사진을 꺼내 추억을 나누란다. 문득 누군가의 타임라인에도 1년 전 오늘을 기억하라고, 2년 전 오늘을 기억하라고 이런 메시지가 떴을 것이라 생각하니 이 페이스북이 참 눈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조용히 지나가려던 오늘 말문을 열었다. 2년 전 오늘 큐가든에 갔다. 이 땐 회원권이 없었을 때인데 이웃의 아이 엄마의 초대로 봄맞이 겸 산책을 갔나보다. 우연히 2015년 4월 16일 오늘도 큐가든에 갔다. 날짜를 고른 게 아니라 만나기로 한 친구의 휴일에 맞춘 것일 뿐이다. 친구는 일터의 혜택으로 무료입장이 가능하고, 나는 회원권이 있어 언제 한 번 가자 가자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게 오늘이 되었다. 출입구에 놓여있던 화분 앞에 서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929days] 부활절 연휴-ing

지금 영국은 부활절 연휴다. 지비나 나나 특별히 종교적인 사람은 아니라 이런 연휴는 그저 연휴일뿐이다. 예전엔 여행을 가곤 했는데, 작년 부활절 연휴 기간에 누리와 웨일즈 여행가서 식겁하고서 그냥 집에서 쉬기로 하였다. 비자 건으로 여권을 얼마 전에 돌려받아 장기적인 여행 계획을 세우기도 어려웠고, 한국행을 위해 (나름) 긴축재정 중이기도 하고. 연휴 첫날 - 멍석말이 아는 분들과 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물론 점심은 후식까지 수다와 풍성하게. 그 사이는 누리는 멍석말이를 배워 손님들이 돌아간 이후에도 혼자서 멍석말이를 하겠다고. 그렇게 격하게 놀다가 피곤해하면서 힘들게 잠들었다. 연휴 둘쨋날 - 까페 데이 지비가 오후에 운동을 가는 관계로 '약하게' 오전에 놀이터에서 놀고 점심을 간단하게 까페에서 먹었다..

[+681days] 두 번째 여름이 가고 있다.

지난 주말에 다녀온 큐가든과 레이번스코트 파크. 예상대로 더웠던 토요일이라 친구 실바나와 큐가든에서 간단 피크닉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레이번스코트 파크에 들렀다. 이제 밖에서 물놀이 할 날도 얼마 없다면서. 열심히 가족계획 중인 실바나와 걸스톡을 하는 동안 지비는 누리와 신나게 놀아주었다. 그리고 지비가 쉴 때는 실바나가 또 누리와 신나게 놀아주어 정말 (몸과 마음이) 편안했던 시간이었다. 누리가 낮잠들기 좋은 시간에 실바나와 헤어져 집에서 가까운 레이번스코트 파크로 갔다. 주차하고 차에서 누리가 깨기를 기다렸다 바로 풀로 고고. 오후 4시가 다된 시간이라 햇볕이 있어도 좀 추운 기운이 있었지만, 그날이 마지막일꺼라며 누리를 밀어넣었다. 반절만 입은 누리의 비키니는 작년 S가 돌선물로 바르셀로나에서 들고..

[+607days] 큐가든 Kew Garden

주말마다 나들이 뺑뺑이 오늘은 큐가든 다녀왔다. 4월 말로 도심습지공원 WWT의 연간회원이 끝나고 5월 초 왕립식물원 큐가든 Royal Botanic Garden Kew의 연간회원으로 갈아탔다. 연간회원 가격은 두 배지만 큐가든은 우리가 갈 때마다 친구 2명과 함께 무료 입장할 수 있는 이점이 있어서 나쁘지 않다면서 큰 마음을 먹었다. 큐 팔래스 Kew Palace 사실 올해는 큐가든 연간회원에 가입하지 않고 내년에나 가입할 생각이었다. 이웃의 아이 엄마들이 큐가든 연간회원에 가입한 사람이 몇 있어 가끔 친구로 초대되어 갈 일이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왕실 역사유적을 볼 수 있는 1년짜리 회원에 가입하면서 큐가든 할인 쿠폰을 받았다. 큐가든 안에 큐 팔래스가 있어서 그런 것이다. 그래서 그 쿠폰으로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