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weeks] 지비의 육아실험
나는 누리의 변화를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는 편이다. 교육 시키거나 훈련 시키려 들지 않고. 그런데 지비는 다르다. 끊임 없이 누리의 행동과 변화를 관찰한 다음, 규칙을 찾아내거나 규칙을 만들려는 스타일. 시작은 그랬다.
실험 1
누리가 태어나고 집으로 온 뒤 지비와 함께 보낸 2주. 어느날 지비가 대단한 발견을 했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누리에게 우유를 주면 바로 변을 본다는 것. 태변을 하루에 몇 번씩 볼 때였으니까.
실제로 그랬다. 누리에게 우유를 주면, 그 양이 많건 적건 마치 장이 입에서 항문으로 일자로 만들어진 것처럼 좌륵 태변을 보곤 했다. 그 규칙에 대응하기 위해 우유를 준 뒤, 누리가 변을 본 다음 기저귀를 갈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우유를 먹은 뒤 잠들지 모르는 누리를 위해 우유를 주기 전에 기저귀를 갈곤 했는데 말이다.
실험 2
하루에 열번쯤 기저귀를 간다면 8번은 내가, 2번은 지비가 갈았는데 지비는 자신이 기저귀를 갈기 위해 벗길 때마다, 그 때에 맞추어 누리가 소변을 본다고 생각했다. 혹은 기저귀를 바꾼 다음 누리가 소변을 보거나.
나는 그저 타이밍을 잘못 맞춘 것뿐이라고 이야기해도, 지비는 누리가 자기를 골탕 먹인다고 생각했다.(- - );;
버럭 화를 내기도 해서, 그것 때문에, 아기에게 버럭 화낸다고 말다툼을 한 적도 있다. 정말 우연일 뿐이데.
그래서 지비가 생각해낸 대응 방안은 기저귀를 슬며시 벗기는 시늉을 한 다음 다시 채운다. 누리가 기저귀를 갈았다고 착각하게끔. 그런 다음 10분쯤 지난 뒤 기저귀를 갈곤 했는데, 정말 그런 규칙이 있었는지 지비의 시늉 다음 누리가 소변을 보면 "봤지?"하면서 지비가 얼마나 좋아하던지.
실험 3
침대에 누리와 함께 뒹굴다 보면 누리는 꼭 침대의 가장자리로 기어가곤 했다. 나는 기겁을 하고 누리를 잡는 반면, 지비는 떨어져봐야 안다면서 관찰만하고 사고(?)를 방관했다. 훈련을 시킨다면서. 그 결과 침대에서 몇 번 떨어졌다. 지비가 버젖이 옆에 있는데도. 그 때마다 나는 버럭하고.
그런데 정말 그런 일이 있고서 웬만해선 누리가 침대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가장자리에서 아래를 빤히 쳐다볼뿐. 물론 가끔은 균형을 잃어 떨어지는 일이 더러 있기는 하지만, 무조건 가장자리로 돌진하지는 않는다.
그 밖에도 크고 자잘한 지비의 육아실험들이 있었는데, 대체로 때마다 분쟁의 이유가 되곤 했다, 기억이 안나네.
이건 실험이라기보다 훈련이지만, 최근 끊임없는 반복을 통해서 누리는 혼자서 젖병을 쥐고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지비의 훈련. 뭐, 이런 건 애가 크면 저절로 되는 거 아닌가 하는게 내 생각이지만, 지비는 무척 뿌듯해하고 있다.
지비가 자신의 사생활(신체)보호를 위해 지워달라고 했는데, 뭐 그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