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290

[+3191days] 중간방학1 - 큐가든과 자연사박물관

지난 5월 17일 이후 영국은 Covid 출구전략 단계 이동에 따라 실내 시설 이용이 가능해졌다. 레스토랑도 실내 운영이 가능하고(다만 넓이 따라 수용 인원이 정해진다), 박물관 같은 시설들도 문을 열었다. 큐가든의 온실도 이 출구전략 단계 이동에 따라 개방을 해서 우리는 중간방학 중에 아이의 폴란드 주말학교 친구 가족과 함께 찾았다. 아이가 어릴 때 우리가 몇 년 동안 멤버쉽을 유지할 동안 이 온실은 계속 복원 및 공사중이었다. 코비드 상황 이전에 오랜 복원 및 공사를 마치고 개방했지만, 그때 우리는 멤버쉽이 없어서 그 소식을 뉴스로만 봤다. 유리며 기존 구조물을 빅토리안 시대 지어진 그대로 보존하면서 개선하느라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 공사였다고. 영국에 살다보면 그런 경우를 많이 본다. 건물이든,..

[+3167days] 휠체어를 탄 남자 그리고 영국아빠

누리가 4살쯤 됐을 때, 주말 아침 차를 타고 남쪽으로(아마도 강 건너 한국마트로) 가던 길이었다. 신호를 대기하고 있던 우리 옆 인도에 휠체어를 탄 남자와 딱 2~3살쯤 되어보이는 아이가 스쿠터를 타고 함께 가고 있었다. 그걸 본 누리는 "아저씨가 휠체어를 타고 있어" 그런 말을 '외쳤다'. 나는 옆을 지나는 그 남자가 누리의 말을 들을까 화들짝 놀라서 "그렇게 이야기하면 안돼!"라고 말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도 누리는 보이는 사실fact를 말했을뿐인데, 나는 그 말이 그 남자를 시선으로 불편하게 할까 놀랐던 것이다. 그때서야 남자와 아이를 본 지비가 "너무 슬프다"고 말했다. "애가 넘어지면 아빠가 어떻게 도와줘?"라고 덧붙였다. 그건 지비 생각이다. 여기 사람들은 애가 넘어지면, 달려가 세워주지..

[+3153days] 판데믹시대, 아이들에게 길을 묻다.(feat. Big Ask)

무엇인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누리가 4살 때쯤 누리의 과외활동(폴란드 주말학교 관련이었을듯)에 관해서 교사인 언니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랬더니 언니의 대답이, "누리한테 물어봤나?"였다. "..." 답할 말이 없었다. 누리가 발레를 좋아하고, 학교 체육을 대신해서 한 스트릿댄스도 열심히 해서 학교 선생님이 학교에서 뽑아서 하는 방과후 댄스 워크샵에 누리를 추천했다고 한다. 그런데 누리가 하지 않겠다고 해서 내가 "왜? 무료인데 왜?"물었다. 누리는 지금하고 있는 바이올린 레슨과 겹칠지도 모르고, 여름이 다가오니 친구들과 파크에서 놀고 싶다고. "어.. 그래. 하지만 무료인데." 우리는 누리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노력하고, 그렇게 믿고 있지만 그건 우리 생각일지도 모른다. 그럴 때, '아이를..

[+3143days] 학교에서 괴롭힘 - 우리가 배운 것들

우리가 외국인이니 우리가 아는 지인들도 외국인이 대부분이다. 최소한 부부 중 한 명이 외국인. 심심찮게 외국에서 외국인으로 살면서 당하는 나쁜 경험들을 듣는다. 본인이 당한 경험들, 아이를 키우면서 당한 경험들. 나라고 그런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전에도 언급했듯 나는 내 갈 길만 생각하고 휘리릭 가는 사람이라 주변에 눈길도 주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사람들과의 마찰도 거의 없었다. 험한 경험이 없는 내게 누군가는 그저 운이 좋을뿐이라고 말했지만. 있다고해도 '네, 그렇게 살다 가세요'하고 지나치는 편이다. 어쨌든 나는 그렇게 살아도 내 아이에게 그런 일 - 외국인으로, 아시아인으로 살면서 생기는 일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를 누리가 아주 어릴 때 생각해본적 있다. 그때 정한 바는 괴롭힘이 발생하면 첫..

[+3138days] 부활절 방학 마무리(feat. 동네 공원들)

동네 공원 사진이라고 올리면 한국에 친구들은 우리가 런던에서도 변두리 산다고 생각한다. 높은 건물도 없고 평평한 녹지가 많은 것 같아서. 물론 시내에서 보면 런던의 중심지는 아니지만 그~렇게 변두리도 아니다. 런던에서도, 우리가 사는 지역이 더 그렇기도 하지만 높은 건물, 새 건물이 없는 평평한 주택가다. 물론 이 풍경도 최근 몇 년 사이 많이 바뀌고는 있다. 일단 2-3존 경계기 때문에 시내로 가기에도 그렇게 멀지 않고, 런던 외곽으로 빠져나가기에도 그렇게 어렵지 않다. 다만 높은 집값과 좁은 집을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갈 무렵 더 넓은 공간과 좋은 학교를 찾아 런던 외곽으로 옮기기도 하고, 가족이 있는 경우 그 곳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주변의 사람들은 그런 것들은 ..

[+3132days] 이름이 곧 그 사람

누리의 부활절 방학도 이제 끝을 향해가고 있다. 주말 넘기고 월요일 하루 더하면 화요일부터 등교. 지난주는 추워서 별 다른 계획 없이 보냈고, 그나마 이번주는 날씨가 나아져 여건이 되는대로 사람들과 공원에서 만나기도 했다. 어제는 누리가 발레를 배우는 곳에서 진행하는 하루짜리 워크샵에 보냈다. 뮤지컬 마틸다의 노래와 댄스, 연기를 배워보는 워크샵이었다. 워크샵은 방학 때마다 있어왔지만 적지 않은 비용이라 생각해본적 없었다. 하지만 여행도 가지 않는 방학이라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고, 또 여행을 가지 않았기 때문에 그 정도 비용을 지불해도 될 것 같아서 신청했다. 지비는 "그래도 판데믹인데"라고 걱정했다. "서로 다른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모여 하루 종일 스튜디오에서 댄스하고 노래하는데 괜찮을지" 걱정..

[+3117days] 크레이지 햇 데이(feat. 자산공개)

누리가 발레를 배우는 기관/학원에서 이번 주 뇌종양 환자 연구 지원을 위한 모금활동을 했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모금을 독려하기 위해 학원에서는 크레이지햇 Crazy Hat 주간으로 정하고 기간 동안 모자를 만들어쓰고 올린 사진 공모전을 했다. 공모전 우수자에게는 주는 시상품은 4인용 도미노 피자. 보통 이런 행사들은 건너 뛰는 편인데, 발레 선생님이 수업 중에 언급을 한 모양인지 누리도 참가하고 싶다고 했다. 뭘로 모자를 만들래?하니 별로 아이디어가 없는 누리님. 기간 중에 다른 아이들의 모자 사진이 비공개 페이스북 그룹에 속속 올라왔다. 뮤지컬 리플렛으로 커다란 챙모자를 만든 아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부활절 달걀이나 초코렛으로 꾸민 것들이 많아서 누리도 초코렛으로 모자를 꾸며보기로 했다. 이스터에 모..

[+3093days] 마침내 등교

오늘 마침내 누리가 등교했다. '마침내'라고 썼지만 반가운 마음 반, 걱정되는 마음 반이다. 잠자리에 들기 전 그날 있었던 좋았던 점, 나빴던 점을 이야기하곤 한다. 오늘 누리는 "친구들을 봐서 좋았다"고 했고, "나쁜 점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친구들을 봐서 좋았고, 나쁜 점이 없는 날이니 오늘은 정말 좋은 날이었네"라고 말해줬다. 안전하게 그런 날이 계속되면 더 바랄 것이 없다. + 한 2주 전부터 우리는 누리가 놀이터에 들어가 노는 것을 허락해줬다. 물론 놀이터가 그렇게 붐비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지만, 공원에 가면 그 조건은 어디로 없어져 버리고 아이도 놀이터 아이들 속으로 사라져버린다.😣 사이사이 불러 복잡한 곳에 가지 말고, 얼굴에 손 대지 말라고 환기시키고 알콜로 손을..

[+3090days] 마지막 홈스쿨링

오늘로 두번째 휴교 기간의 마지막 홈스쿨링이 끝났다. 얼마전까지만해도 어린이와 청소년들 내 코비드 재확산으로 휴교가 다시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영국의 현황을 볼때 Covid-19으로 인한 휴교는 다시 없을 것 같다. 백신 접종으로 위험한 고비를 넘기겼고, 학령기 어린이와 청소년을 중심으로 다시 코비드가 확산한다해도 휴교 없이 여름방학 때까지 갈 것 같다. 지난 가을 학령기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확진자 수는 노령층 확진자 수를 초과했다. 그때의 문제는 노령층의 감염이었다. 영국은 1차 백신 접종만이라도 최대한 많이해서 중증으로의 발전과 사망을 줄이자는 목표로 접종에 속도를 높였고, 일정정도 효과를 보고 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어린이와 청소년의 위험도가 낮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이 연령층을 희..

[+3078days] 일기쓰기

이번 주는 중간방학이었다. 휴교 중에, 봉쇄 중에 중간방학이라 '집콕'은 변함없지만 매일매일 해야하는 숙제가 없어서 마음이 편했다. 그런 와중에도 매일매일 비는 오고, 매일매일 할 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게 어려움이기는 했지만 아이도, 나도 스트레스가 한결 줄어든 일주일이었다. 어제는 비도 오지 않고, 기온도 높아져 아침을 먹고 멀지 않은 공원에 산책을 갔다. 그래서 오랜만에 놀이터에 간 누리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 정도 아이들과 부모들이 숨쉴 여유가 있어도 봉쇄가 견딜만할텐데, 지난 봄과 여름 봉쇄가 그랬다, 이번 겨울은 참 힘든 시간이었다. 겨울이 끝나가고 봄이 오고 있다는 사실이 힘이 되는 요즘이다. 완전 혈기왕성하던 누리도 이번 겨울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체력이 많이 줄어든 느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