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21년 48

[life] 행운과 불운 사이

점심 때 우동을 먹으려고 달걀을 두개 삶았다. 뜨거울 때 너덜너덜하게 까서 자르고 보니 노른자가 두 개 들어간 달걀. “우와 신기해”하며 누리에게 보여줬다. 노른자를 싫어하는 누리도 이건 꼭 먹겠단다. 그런데 나머지 한 개도 자르고 보니 또 노른자가 두 개. “우와!!”. 어디 가서 복권이라도 살까 잠시 생각했다. 요즘 쌍둥이 출산이 급격하게 늘었다더니 달걀도 그런가.오후에 집근처 공원에 가서 한 시간쯤 보내고 돌아오는데(다행히 누리 반 친구 하나가 있어서 누리는 친구랑 놀고 우리는 수다열전) 우리가 걸어오는 길 앞으로 검은 고양이가 슥 가로질러 지나갔다. 여기선 그런 걸 불운 bad luck이라고 한다. 누리에게 그 이야기를 해줬더니 누리가 어쩌냐고 또 호들갑X2. 점심 때 우리는 노른자 두 개의 달걀..

[life] 부활절방학 전야

지난 주 수요일 영어시험 뒤로 별 할 일 없는 일주일을 보냈다. 누리 친구 맘과 커피도 마시고, 혼자서 다시 만보 걷기도 하고, 미뤄둔 사진액자 벽에 걸기도 마무리 했다. 누리가 다시 등교하고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했더니 주문한 사진이 잘못 인화되서 다시 한 번 인화하고, 벽에 액자를 붙이기 위한 스티커 수를 잘못 준비해서 절반만 붙여두고 스티커를 다시 주문하느라 며칠 기다려 완성했다. IKEA에서 산 액자보다, 사진인화보다 벽에 붙이는 스티커가 더 비싸서 혼자 웃다가, 화내다가.🤤 오늘 문득 나만 빼고 모두들 바쁘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나도 바쁜척 해보려고, 나가서 만보걷기+장보기도 하고, 베이킹도 하고, 책을 읽어도 바쁘다는 생각이 들기는 커녕 내가 더더더 안바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까지 열..

[life] 조금 유난스러웠던 생일

어제 생일을 맞은 사람은 지비인데, 누리는 나를 '새벽 6'시에 깨웠다.🥱 지비가 일어나기 전에 '깜짝 놀랄 선물과 케이크'를 준비해야 한다고. 어차피 7시 반이 넘어야 일어나니 괜찮다고 했지만 누리는 호들갑X10. 결국 못이기고 6시 반에 일어났다. 몸과 눈꺼풀이 천 근 만 근.😩 평소처럼 누리 도시락을 싸고 아침으로 먹을 과일을 준비했다. 아침으로 빵/토스트를 먹는데 생일 케이크를 아침 대신 먹기로 했다. 오후엔 생일 케이크를 먹을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지비님 올해 마흔이라 2년 전부터 생일 선물로 미쿡여행을 가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코비드가 똭! 지난해 봄에도 코비드보다 올해 미국여행을 갈 수 있을지가 더 걱정이었다. 말안해도 뻔한 결론인지라 혼자 알아서 생일선물을 새 휴대전화로 샀다. 미국..

[life] 그럼에도 봄

2019년에 시작된 겨울이 2020년을 지나도록 끝나지 않는 것마냥 우울한 시간들의 연속이었다. 여전히 코비드는 모양을 바꿔가며 그 기세를 꺽지 않고 있지만, 특히 지금 유럽에서 3차 대유행이라 불릴만큼 기세를 부리는 중이다, 그래도 봄이 오긴 왔다. 작년 이맘 때 떨어지는 꽃잎을 잡으면 소원을 비는 거라고 알려줬더니 벗꽃을 보고 떨어지는 꽃잎을 잡으려 애쓰는 누리. 잡지 못하니 지비가 나뭇가지를 털어준다. ☞ youtu.be/PzWlaHhV5lo 그럼에도 떨어지는 꽃잎 하나 잡지 못한 누리. 놀이터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니 됐다.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에서는 봄의 시작에 Marzanna라는 겨울의 여신을 강물에 던지거나, 불에 태우는(?) 관습이 있다. 예전에 폴란드의 포스난이라는 곳에 갔을 땐 학교..

[life] ...에게 관대한 나라(feat. 길 위의 마스크들)

예전에 두 아이들과 영국을 찾은 친구가 런던-캠브릿지 구간을 여행하며 기차표를 구입했다. 성인 1명과 어린이 2명의 요금이 36파운드였는데, 성인 1명이 34파운드였고 어린이 2명은 각각 1파운드였다. 기차표 발권료의 개념이 아니었던가 싶다. 현재 런던은 5살까지는 지하철 버스가 무료고, (혼자서 여행할 경우)5-10살은 사진이 있는 교통카드가 있으면 무료고, 어른과 동반하면 해당 나이는 4명까지 무료다. 사진이 있는 교통카드가 11-15세는 버스가 무료고, 지하철은 어린이요금을 낸다. 이 11-15세 무료 승차가 없어질 예정이라고는 하지만. 그때 기차표를 산 친구가 한 말이 "이 나라는 어린이에게 관대한 나라구만"이었다. 나도 아이를 지금까지 키우면서 그런 생각을 종종했다. 누리가 어릴 때 지하철을 타..

[life] 요건 몰랐지?

누리가 즐겨보던 BBC의 유아채널 Cbeebies은 페이스북에 Cbeebies grown up 페이지가 있다. 부모들을 위한 페이지다. 채널 편성과 관련된 정보부터 육아 관련 글이나 유머들이 가끔 공유된다. 일명 댓글 놀이도. 부모들에게 육아 경험담을 물으면 사람들이 댓글을 올린다. 예를 들면 자녀에게 했던 거짓말, 아이가 없을 때 부모가 Cbeebies 채널을 본 경험, 자신도 모르게 프로그램의 노래를 흥얼거린 경험, ... 그런 것들이 있었는데 어느날은 차tea와 관련된 글들이 올라왔다. 영국 사람들은 하루 3~5잔의 티를 마신다.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경험을 올리고, 공감한 답변 중에 한 가지는 준비해둔 티를 아이를 돌보느라 마시지 못해서 전자렌지에 데우려고 전자렌지 문을 여니 그 전에도 그렇게 데..

[life] 어머니의 날 Mother's day

어젯밤 오늘 어머니의 날 Mother's day를 앞두고 잠이 오지 않는다던 누리. 지난 금요일 TV보면서 뭔가 꼼지락 꼼지락 만들어둔 선물과 카드를 내게 줄 생각에, 어제 빵만 구워둔 케이크를 장식해서 어머니의 날 아침으로 먹을 생각에, 약속한 맥도널드를 점심으로 먹을 생각에 흥분이 되서 잠을 잘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빨리 안자면 그렇게 기다리는 어머니의 날도 오지 않을껄?"이라고 말했더니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리고 잔단다. 사실 누리는 이번주 등교가 시작되고, 베개에 머리를 붙이면 1분 안에 잠이 든다. 30초도 안되서 잠이 든 누리. 그리고 어머니이 날 아침이 밝았다. 요즘 7시쯤 일어나는 누리는, 내가 그 시간에 일어나니, 오늘 6시가 조금 넘어 일어났다. 자기가 준비한 선물과 카드를 주고 싶..

[life] 백신이 정치와 만날 때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영국에도 백신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MMR(Measles, Mumps and Rubella 홍역, 볼거리 그리고 풍진) 백신을 자폐증 유발의 원인이라 보는 사람들도 있고, 독감 백신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백신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종합백신을 반대하는 사람도 보았다. 개인적으로 큰 선천적 질환이 없고, 의학적 전문지식도 없으니 권장되는 대부분의 백신은 나도 맞았고, 누리도 맞혔다. 한국에 살 땐 독감 예방접종을 해본 일이 없는데 여기 살면서는 2년에 한 번씩 맞은 것 같다. 2년에 한 번씩인 이유는 독감 예방접종을 한 해에도 독감에 걸려 며칠 고생하면, 소용없다는 생각에 다음해는 맞지 않게 된다. 그러다 독감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해에 독감에 걸려 몇주 고생하면..

[life] 영국 Covid 출구전략 - 다시 학교

어제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이 Covid 출구전략을 발표했다. 3월 8일 초등학교 개학 정도 예상했던 발표였는데, 실제 발표된 내용은 4개월에 걸친 단계적인 출구전략이었다. 그대로만 되면 좋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은, 기쁨보다 걱정이 더 앞선다. 이번 출구전략에 대해, 특히나 3월 8일 초/중등 학교와 함께 모든 교육기관을 동시에 개학하는 것에 대해 과학자들은 우려를 표명했다고 하지만, 정치인들은 경제계와 아직도 Covid는 독감일뿐이라고 생각하며 여름 휴가를 더 많이 걱정하는 영국사람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유럽에서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수를 기록한 영국이지만 빠른 백신 접종으로 자신감을 좀 회복했다. 그나마 나아진 점은 중등학교의 경우 복도 같은 공동생활 구역은 물론 교실에서도 ..

[life] 마침내 팬케이크데이

어제는 영국에서 팬케이크데이라고 불리는 날이었다. 종교에서 기원했지만, 그냥 팬케이크를 즐기는 날 정도로 인식된다. 영국사람들은 내 기준에는 작은 크레페라고 생각되는 팬케이크를 먹는다. 나에게 팬케이크는 한국에서 핫케이크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것이고. 그래서 우리는 한국식으로 먹는데, 여기서는 또 그런 팬케이크를 미국식이라고 하는 것 같다. 작년과 같이 초코크림을 반죽에 넣어 초코팬케이크를 만들었다. 2019/03/06 - [탐구생활/밥상일기] - [20190305] 팬케이크 데이 [20190305] 팬케이크 데이 오늘은 영국에서 팬케이크 데이 pancake day라고 부르는 날이다. 부활절 전 금욕/금식 기간이 시작되기 전 기름지게 먹는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 지난 글 참고 [taste] Panca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