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20년 37

[place] 우편박물관 The Postal Museum

일주일 뒤로 다가온 또 다른 중간방학을 어떻게 보낼까 생각하다 떠오른 우편박물관. 지난 가을 중간방학 때 누리의 같은 반 친구와 함께 갔었다. 시간이 부족해 전시관을 다 둘러보지 못하고, 급하게 점심을 먹으러 갔다. 성인 입장권이 16파운드였는데 일년 입장권이라 다시 가볼까 생각중이다. 일년 입장권에는 옛 우편 철도를 달리는 미니 기차를 1회 탈 수 있는 표와 전시관 일년 입장권이 포함되어 있다. 일년 안에 다시 이 미니 기차를 타고 싶으면 미니 기차표만 구매가 가능하다. 이 우편박물관의 백미(?)라 할 수 있는 게 바로 옛 우편 철도를 달리는 미니 기차다. 런던의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교통체증으로 우편 배달 시간이 지연됐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빅토리안 시대의 하수관을 이용해 우편을 배달하는 시스템을 ..

[life] 십년 전의 MP3를 꺼내어

일주일에 한 번 누리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바로 30분 거리를 걸어서 교육을 받으러 간다(돌아오는 길은 지쳐서 버스를 타고 온다). 올해가 3년차. 몇주 전 문득 오고 가는 길에 음악을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떠나오기 전 거의 마지막으로 했던 프로젝트에서 청각장애에 관해 공부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 나는 이어폰을 끊었다. 초등학교시절 마이마이에서 시작해 한 번도 내 귀를 떠난 적 없었던 이어폰을. 더 오래 내 귀로 소리를 듣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 뒤로, 영국에 살면서도 필요에 따라서 이어폰을 쓰기는 했지만 예전처럼 계속해서 음악을 듣는 일은 없었다. 사실 영국에서 음악 자체를 들을 일이 없다. 하여간-.지난 주 휴대전화에 BBC 다큐멘터리를 들으려고 바쁜 아침 시간에 급하게 다운을 받아 ..

[life] 우리끼리 설맞이 - 폴란드 만두 uszka 만들기

우리끼리 음력 설맞이로 여기저기 폴란드 만두를 만들겠다고 소문을 냈다. 며칠 동안 검색을 해보니 보기엔 간단해보여서 도전해봤다. 한국 만두는 속재료에 많은 노력을 쏟아야하지만, 폴란드 만두는 (보기에는) 간단하다. 감자 으깨서 코티지 치즈를 넣거나 버섯과 양파를 버터에 볶아서 갈아준다. 시중에는 버섯과 양배추 절임을 넣은 만두도 있고, 고기를 넣은 만두, 코티지 치즈와 블루베리를 넣은 만두도 있다. 그 중에서 우리는 감자 & 코티지 치즈와 버섯 & 양파 버전을 만들어봤다. 저녁으로 먹기 위해 점심을 먹은 후 바로 시작해서 이른 저녁을 먹었다. 오전에는 피자를 만들어 먹었다. 피자 반죽을 만들어놓고 발효시키는 동안 나가서 장을 보기도 하고, 만두피 반죽을 만들어놓고 숙성시키는 동안 누리는 학교 숙제를 하기..

[life] 음력설맞이

한국의 연휴면 블로그도 조용하고, 페이스북도 조용하다. 한국의 명절을 외국에서 맞아서 쓸쓸한 건 없는데, 소셜 미디어가 조용한 건 쓸쓸한 느낌(적 느낌). 한국서 지인들이 여기서 설을 어떻게 보내냐고 물어온다. 지비는 음력설을 맞아 축제가 열리는 차이나타운에 가보고 싶어했지만, 지난 주 누리가 된통 아파서 지금도 겨우 학교 생활을 해나가고 있는 실정이라 조용히 집에서 보내기로 했다. 그래도 아무것도 안할 수는 없어서 만두를 만들어보자고 했다. ☞2019/02/22 - [런던일기/2019년] - [etc.] 차이나타운 음력설 축제 어릴 때 큰엄마는 우리가 겨울 방학을 맞아 큰집에 가면 새해 무렵 늘 만두를 빚곤 했다. 우리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큰 아버지가 함께 일하는 직원들과 새해맞이 기념이었다. 그런데..

[life] 잠시 멈춤

아파서 연이틀 학교를 쉬는 누리 덕에 잠시 멈추어 쉬어가고 있는 중이다. 다행히도 지난 수요일 중요한 일정이 있었는데, 덕분에 한 달여 잠을 자지 못했다(준비하느라 잠을 자지 못한게 아니라 걱정하느라 잠을 못잤다), 누리는 목요일부터 결석 중.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기로 정하고, 학교에 전화하고 그 어느때보다 천천히 아침을 먹었다. 입맛이 없어서 라떼를 밥 삼아 먹었다. 꼭꼭 씹어 먹는 기분으로 마신 라떼 덕분에, 지비가 찾은 EBS kids 링크 덕분에 누리가 아파도 수월하게 보냈다. 하루 종일 TV를 보기는 했지만, 사이사이 학교에서 내준 책도 읽었고, 폴란드 주말학교 숙제도 했다. + 낮에 멀쩡해서 오늘(금요일)학교를 갈 수 있겠지 생각하며 잠자리에 들었는데, 열 때문에 누리가 잘 잠들지 못했다 ..

[life] 과학박물관 - 원더랩 Wonderlab

개학 이틀째. 만나는 사람마다 크리스마스 방학 어떻게 보냈냐고 묻는다. 공원-극장-박물관 반복하며 보냈다니 "좋네"하는 반응이다. 그렇게 묻는 대부분은 시댁 또는 친정에서 먹고 걷고(산책)하며 지루하게 또는 편하게 보냈다고. 나 역시 '좋네"하는 반응. 우리만 그렇지, 다들 국제결혼 커플이라도 한쪽은 영국인이거나, 영국인이 아니라도 가족이 있는 경우라서 가족들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낸다. 그래서 다른 방학들과 달리 딱히 누리의 학교 친구들과 연락을 해서 만나야겠다는 생각도 안해봤다. 우리는 그저 셋이서 자력갱생 크리스마스 방학을 보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공원-극장-박물관-집에서 뒹굴을 반복하면서. 오늘은 그 중에 한 곳 - 과학박물관에 있는 원더랩 Wonderlab. 이 원더랩은 누리가 3~4살 때 생..

[life] 하프 앤 하프 피자 - 김치와 비고스

겨울이라도 방학을 맞아 가능하면 외출을 하려고 한다. 그래도 이틀 박물관, 영화관 가고 나면 하루는 집에서 쉬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그럴 때 장을 보거나 누리와 평소에 시간 때문에 만들어보지 못한 음식을 만들어본다. 그래서 이틀 전에 구워본 피자. 전날 L님 집에 놀러갔더니 김치를 주셨다. 그 김치와 햄, 버섯, 치즈를 올려 구웠다. 누리는 매운 걸 먹지 못하니 직접 올리브, 토마토, 치즈를 올린 피자를 만들었다. 피자에 김치를 올려보자는 생각에 폴란드 헌터 스튜인 비고스(토마토 양배추 조림)도 올려보았다. 집에서 만든 하프 & 하프 피자인데 김치와 비고스, 한국와 폴란드가 담긴 피자를 만들었다. 내가 만들고 내가 감탄한 피자. 김치가 이렇게 피자에 어울리는 음식인지 미처 몰랐다. 한국엔 이미 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