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9년 22

[English] 영국시간 9시 43분

누리가 요즘 시간/시계 읽기를 배운다. 학교에서 O시 30분 후 그리고 15분 전/후를 배운 모양이다. 집에 시간 읽기 워크북이 지난 크리스마스 때부터 있었는데 꺼내보지 않다가 지금 틈틈이 한다. 15분 전 또는 15분 후 중학교 시절 '~분 전'은 to, '~분 후'는 past라고 우격다짐으로 외웠는데 그렇게 가르칠 수는 없고 착하게 & 반복해서 알려주려니 몸 안에 사리가 생기는 것 같다. 다행인 점은 15분 혹은 ¼이 quarter라는 걸, 30분 혹은 ½이 half라는 걸 주입이나 암기할 필요도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거다. 일상생활에서 그런 단어를 많이 쓰니. 그럼에도 왜 to나 past를 써야하는지, 이런 단어를 쓸대 기준이 되는 '시'는 뭘로 해야하는지 여전히 헛갈리는 모양이다. 1시간 =..

[life] 일요일

요즘 여름 방학을 앞두고 별다른 계획없이 주말을 보내고 있다. 각종 학교 행사와 개인적인 일들에 더해져 주중이 바쁘기도 하고, 이런저런 약속들을 만들어내고 계획하는 게 피곤하기도 하다. 특별한 계획이 없어도 인근 공원이나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낼 수도 있으니. 하지만 우리에게 평온한 주말이 누리에겐 몹시 지루한 모양이다. 이해도 간다, 나도 그 나이때 그랬으니. 누리도 이젠 우리나 Family friends보다는 자기 친구가 더 좋은 나이. 학교에서 매일보는데 또 보고 싶다니. 친구와 선생님이 좋아야 학교가 즐거우니 그런가 한다. 다만, 영국에 기반이나 가족이 없는 우리와 달리 누리 친구들은 주말에도 각종 가족행사로 바쁘니 주말에 따로 자리를 만들기 어렵다. 그런 걸 누리가 알리 없으니 우리끼리 잘 놀이보..

[life] 또 어머니의 날 Mother's day in Poland

3월에 영국의 어머니의 날이 있었는데, 오늘은 폴란드의 어머니의 날. 누리가 주말학교에서 카드를 만들어왔다. 어제 주말학교 다녀와서 가방정리 하다 표지를 봐버렸는데 안은 보지말라고 신신당부. 오늘 아침에야 펼쳐보라고 들고왔다. 오늘은 폴란드의 어머니 날이라며 무엇이든(?) 다 들어준단다. 내 말이나 잘 들으라고 했다. 아침을 준비하는데 내 빵에 크림치즈를 자기가 발리주겠다고 우왕좌왕. 그러면서 자기는 바쁘니 자기 빵엔 날더러 크림치즈를 바르란다.ㅠㅠ + 오늘 낮엔 런던 중심가에 있는 공원에서 지비의 사촌형 가족과 피크닉. 그런데 날씨는 비바람. ㅠㅠ 사촌형네 가족이 그 공원 인근에 있는 폴란드 대사관에서 유럽의회 의원선거 투표를 하기 위해 오는 김에 겸사겸사 이루어진 만남이었다. 생각보다 줄이 길어 약속..

[life] 또 옛 생각

지난 주말 누리가 주말학교에 간 사이 누리의 운동화를 빨았다. 사실은 세제를 푼 물에 잠긴채로 하루 넘게 방치했다가, 이대로 오래두면 안된다는 생각에, 빨았다. 어릴 때 주말이면 꼭 해야할 일 중 한 가지가 신발을 씻는 일에었다. 어쩌다 그 일을 건너 뛰면 물걸레로 닦고 가기도 했고, 부랴부랴 뒤늦게 빨아 마를까 말까를 마음 졸이기도 했다. 보일러, 그 이전엔 연탄 아궁이(이게 맞는 표현인가) 옆에 세워둘 수 있는 겨울은 나았고, 습한 여름이 더 힘들었다. 빨아놓은 깨끗한 신발을 신는 건 기분 좋은 일이지만, 신발을 씻는 건 그렇게 신나지 않았다. 쪼그리고 앉아 오래되서 못쓰게 된 비눗조각에 다쓴 칫솔로 거품을 일으켜 빨았다. 가장 힘든 건 쪼그려 앉기. 마침내 비눗칠을 끝내고 신발을 뒤집어 한 손에 하..

[Easter holiday day3] 고향에서 관광객처럼 즐기기 - 브루어리와 박물관

이번 지비의 고향방문의 하이라이트는 새로 생긴 지역 브루어리 brewery - Browar Pod zamkiem에 가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적어도 내게는. 느즈막히 아침을 먹고 가든에서 놀다가 다함께 트램을 타고 시내로 갔다. 가격대비 양이 작다는 지비 형의 만류를 뒤로하고 나는 샘플러를 시켰다. 환절기 알레르기로 고생중이라 많이 마실 수도 없었고, 나는 그저 맛을 보고 싶었다. 맛은 - 내가 알리가 있나만은 확실히 병이나 캔으로 사먹는 맥주보다는 신선한 맛. 주문받는 분이 내가 주문한 햄&감자칩 대신 슈니츨(돈까스)를 가져다줘서 좀 그렇기는 했지만, 다시 가자면 갈 정도다. 재미있는 건 여행정보 사이트에서 이 브루어리&레스토랑을 찾아보니 다른 사람도 주문과 다른 음식을 받았다고 한다. 또 한..

[Easter holiday day1] 고향 가는 길

런던엔 5개의 공항이 있다. 알려진 히드로 Heathrow와 게트윅 Gatwick, 스탠스테드 Stansted, 루톤 Luton, 그리고 런던 시티 London city 공항이다. 우리집에서 가장 가까운 공항이 히드로고, 가장 먼 공항이 스탠스테드다. 그런데 지비 고향으로 가는 비행기가 운항하는 공항은 스탠스테드. 게다가 유럽에서 (나쁜쪽으로) 알려진 라이언에어 Rya air만 지비의 고향으로 운항한다. 가장 먼 공항과 가장 나쁜 항공사의 조합 - 가장 피하고 싶은 조합이다. 하지만 지비의 고향에 갈 땐 어쩔 수 없다. 최악의 조합인 것도 모자라 여정 한 두 달을 앞두고 현지 도착시간이 오후 6시에서 오후 10시로 변경됐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 오후 6시 도착이면 지비의 가족들과 오후 7시쯤 만나게..

[life] 런던 한국문화원 도서회원

오늘 오랜기간 마음을 먹었다, 접었다 했던 일을 실행에 옮겼다. 런던 한국문화원 도서회원으로 가입하는 일. 한국문화원에 책이 있고, 도서회원으로 가입하면 무료로 책을 빌려 볼 수 있다는 건 알았지만 대여기간이 2주 밖에 안된다는 사실 때문에 망설이다 미루곤 했다. 런던에 살아도 시내까지 나오는 일은 많아야 한 달에 한 두 번. 사실 아주 외곽에 사는 것도 아니고 지하철 타면 30분이면 옥스퍼드 서커스나 피카딜리 서커스에 간다. 거기가 시내냐면-, 사실 알고보면 westend지만 일단 시내. 몇 년을 미루었던 도서회원 가입을 한 이유는 누리에게 책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지난해 연말 한국문화원 공간을 빌려 마련된 작은 모임에 갔다 아이들 책이 제법 있는 걸 보고 가입하기로 마음먹었다. 한국의 가정처럼 책은 ..

[life] 생일

일주일도 더 지난 지비 생일. 예전 같으면 자기 생일이니 여행을 간다 어쩐다 그럴텐데, 요즘 우리는 계속된 긴축재정 아래 있는터라 집에서 조용하게 보냈다. 곧 폴란드로 갈 계획이 있기도 하고. 마침 토요일이라 누리는 폴란드 주말학교에 가고 우리는 부부동반(?) 허리/척추 치료를 받으러 런던 외곽 한인타운에 있는 클리닉에 갔다. 하루 10여 분 정도 하던 운동을 2월에 아픈 동안 쉬었더니 허리가 아프다못해 등까지 뻣뻣해졌다. 클리닉을 한 2주 전에 예약해두고 그날부터 안하던 운동을 아침저녁으로 벼락치기 했더니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는 선생님 말씀. 되려 나에게 운동하라 늘 잔소리하는 지비의 허리&골반이 더 나쁜 상태라 이번주도 연이어 가야했다. 그러느라 집안 재정이 더 휘청. 하여간 생일 오전은 치료와 장보..

[life] 어머니의 날 Mother's Day

오늘 영국은 어머니의 날. 몇 월 며칠로 정해진 건 아니고, 영국에서는 교회달력에 따라 정해지는 것 같다. 게다가 오늘은 써머타임이 시작되는 날이라 같은 시간에 일어나도 피곤한 날이었는데 새벽 같이 일어난 누리가 내민 카드. 학교에서 만들어 아이들은 금요일 하교길에 엄마에게 내미는 걸 봤는데 누리는 오늘까지 숨겼다가(?) 아직도 이불 속을 벗어나지 못하는 내게 줬다. 나는 cooker(가열조리기구)가 아닌데, 물론 좋은 cook(요리사)도 아니지만. 겨우 일어난 나에게 누리가 베드에서 아침을 먹을꺼냐고 물어봤다. 아마도 학교 선생님이 그런 예를 드셨나보다. 엄마가 일어나면 아침을 침대로 대령하라고. 베드는 됐고, 식탁에나 차려보라고 했더니.. 자기는 못한다는 누리.(-_- );; 그럼 아빠랑 준비하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