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7년 18

[life] LED등과 한국인

이곳에 살다 한국에 가면 '내 얼굴에 이렇게 잡티가 많았나', '내 얼굴이 이렇게 검었나'하고 생각하게 된다. 두 가지 모두 사실이다. 얼굴에 잡티도 많이 생겼고, 얼굴도 검어졌다. 없던 사실도 아닌데 그 사실이 한국에서 도드라져 보이는 이유는 한국의 밝은 실내조명 덕이 아닌가 싶다. 그나마도 요즘은 형광등을 넘어 이른바 LED등이라는 걸로 집집마다 바꾸니 더 밝아진 한국. 그 LED등에 비친 내 얼굴은 더 말할 수 없이 추레..하다. 우리집에 온 언니는 집이 어둡다고 하지만, 영국에 사는 지인들은 집에 오면 한국처럼 밝다고 한다. 우리집도 절전 LED등이긴 한데 한국에서 사용하는 것처럼 하얀 색이 아니라 warm white라는 색이다. 내가 고른 색이 아니라 집이 그렇게 지어졌다. 전구 하나가 12파운..

[etc.] 런던 키즈 위크

다른 블로그랑 달리 도움될 정보가 없는 블로그인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올려보는 런던 키즈 위크 Kids week. http://www.kidsweek.co.uk 작년에 알게 된 두 아이 맘 J님이 알려주셔서 알게 됐다. 런던에 살아도 뮤지컬을 본적이 없다. 처음엔 봐도 못알아들을꺼란 (소심한) 마음에 도전해보지 않았고,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시간도 돈도 허락하지 않아 시도해보지 않았다. 누리가 어린이집 생활을 시작하고 '방학'이라는 걸 주기적으로 맞게 되면서 '이번 방학에는 뭘할까'라는 고민을 하게 됐다. 박물관에서 진행하는 30분짜리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반년 간 어둠 속에 견디는 훈련(?)을 거친 다음 누리와 한 시간짜리 공연은 어느 정도 볼 수 있게 됐다. 자주는 아니라도 기회가 될때마다 공연을 ..

[life] 티타임

이번 주 누리는 중간방학을 맞아 매일매일 놀이터에 도시락 싸들고 나가 오전부터 오후까지 놀고 있다. 누리는 방학다운 방학을 보내고 있지만 나는 아침부터 도시락 싸랴, 그래봐야 주먹밥이지만, 간식챙기랴 바쁘다. 장 볼 시간이 없어 겨우겨우 끼니만 떼우고 있다. 그래도 도시락 쌀 토마토, 오이, 딸기 같은 건 지비가 퇴근길에 사들고 온다. 나가 노니 좋은 건 누리가 잘 잔다. 비록 저녁 8시가 넘어가면 피곤해하며 잠들지 않으려고 진상(?)을 부리긴 하지만. 누리가 9시가 넘어 잠들면 나는 9시 반에 꿈나라로 따라간다. 얼굴과 팔은 검게 타기 시작해서 언뜩보면 건강한듯도. 사실 무척 피곤하다, 햇빛 아래 시간을 보내는 일이. 햇빛 없는 가을겨울을 생각하며 고마운 마음으로 이 시간을 버티고 있긴 하지만. 그래서..

[20170519] 밥상일기

영국에 돌아온지 열흘인데 저녁 10시에 잠들지 않고 있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저녁밥과 함께 마신 커피 덕이다. 할 이야기, 밀린 사진은 너무 많지만 오늘은 간략하게 밥상일기. 한국에서 사온 녹차라떼. 여기는 없는 품목이라 사봤는데 달아서 나는 못마시겠다. 한국에 다녀오니 냉장고엔 폴란드 식재료만 가득. 그래봐야 햄, 치즈 뭐 그런 것들이 전부였지만. 당장 식재료를 사러 나갈 기력은 없고, 먹을 건 없고 그랬던 며칠이었다. 지비가 사둔 닭가슴살 - 나는 이제는 먹지 않는 부위 - 를 오븐에 구워서 허니머스타드 소스와 함께 샐러드를 만들어 먹었다. 역시 닭가슴살은 별로다. 텁텁. 집에 쌀도 없어서 지난 주말 당장 한국마트에 쌀을 사러 갔다. 간김에 김밥을 사서 공원에서 먹었다. 영국에서는 올해 첫 피크닉..

[20170313] 밥상일기

오랜만에 밥상일기. 지난 한 주 집에 손님이 오셔서 집밥을 열심히 먹었다. 주로 밥. 동시에 이러저러한 인근 맛집(?)을 찾아가 먹기도 하고. 그런데 그 먹거리들이 참 '국제적'이었다. 사실 런던이 그렇기도 하다. 영국의 음식들은 그저그렇지만 다양한 세계의 음식을 경험할 수 있는 곳. 밥을 밖에서 먹는 일이 흔하지는 않지만 먹게되면 주로 한국식당, 일본식당. 멀지 않은 곳에 대중적인 일본식당(하지만 주인은 중국계 아시안일 것 같은 느낌)이 있어 자주 갔는데 다른 곳을 개척해보고 싶어 일본인 지인들의 의견을 물어 찾아간 일본식당. 멀지 않은 곳에 일본커뮤니티가 있어(일본학교가 있다) 그 인근에 일본식품점, 식당들이 있긴한데 시도해보지 않았다. 일주일에 한 번 누리랑 밖에서 밥을 먹게 되는데 지인들의 의견을..

[life] 모두의 어머니

지난 주 금요일 지비의 고모, 한국식으로 시고모님이 돌아가셔서 이번 주 장례식으로 폴란드에 다녀왔다. 시아버지는 어릴 때 부모님을 여의고 나이 차이가 많은 누나 - 시고모님의 보살핌으로 자랐다. 시아버지에겐 누나가 어머니였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자식 같은 동생이 첫번째 결혼에서 실패하고 그 이후에도 평탄하지 않은 삶을 사는 동안 동생의 아이들을 돌봤다. 지비도 그 아이들 중의 한 명. 실제로 지금의 지비가 있기까지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인물이었다. 지비는 아버지보다 고모에게 더 자주 전화해 이 이야기 저 이야기를 하곤 했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가 없었던 지비에게 고모님이 어머니였다. 고모님에게도 아들이 하나 있었다. 지비에게 사촌형이 되는 그 아들에게 고모님은 진짜 어머니였다. 마흔을 전후해서 사..

[20170130] 밥상일기

가만히 생각하니 지난 주는 라면, 파스타, 우동, 떡국 - 분식주간이었다. 그 중에서도 라면을 2번 이상 먹은 것 같다. 밥할 기운도 없고, 추워서 밖에 사먹으러 가기도 싫고, 나가도 샌드위치 파스타 거기서 거기라. 우동은 누리가 정말 좋아하는 메뉴다. 늘 갖춰놓고 달라면 먹는데, 가능하면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안주려고 한다. 우동에 무슨 영양이 있겠냐며. 그런데 누리가 먹는 다른 메뉴들에도 딱히 영양가가 많다고는 못하겠다. 요즘 우리가 자주 먹는 메뉴가 새우다. 사실 늘 자주 먹는데, 예전엔 (냉동) 생새우를 사다가 조리해서 먹었다면 요즘은 마늘버터가 함께 들어간 제품을 주로 사먹는다. 채소 잘라 볶고 마지막에 새우와 마늘버터를 휙 복다가 삶아놓은 스파게티를 넣으면 끝. 늘 이렇게 간단하면 좋겠지만 ..

[book] 정혜신의 사람 공부

정혜신(2016). 《정혜신의 사람 공부》. 창비. 이북 리더를 쓰기 시작하며 읽게 된 책. 컨텐츠. 정혜신이라는 사람, 정신의학과 의사 정도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아줌마들이 듣기 좋아하는 강연과 글을 많이 쓰는 사람 정도로 혼자 분류하고 있었다. 그러다 '어?'하고 다시 '정혜신'이라는 사람을 생각하게 된 건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가족 심리상담을 지원하는 '와락'이라는 곳을 열게 됐을 때다. '와락'의 이름을 듣고 정말 눈물이 '와락' 쏟아지는 줄 알았다. 그 즈음에서 이 사람의 글과 생각이 나의 SNS 타임라인에도 올라오기 시작했다. 주로 지인들이 공유한 글. 읽을 거리를 찾아 이북샵을 헤매다 발견하고 읽게 됐다. '공부의 시대'라는 시리즈 중의 한 권이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하는 '공부', 좋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