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6년 46

[coolture] 빙 Bing

누리가 좋아해서이기도 하지만, 내용을 봐서도 Cbeebies에서 최고라고 생각하는 프로그램 셋 중 하나인 빙Bing. 나머지 둘은 처음으로 소개했던 Something Special이라는 프로그램과 Show me Show me라는 프로그램이다. Show me Show me는 한국에서 '하늘 정원'이라는 이름으로 방송중이다. 빙 검은 토끼 빙이 주인공이다. 플롭이라는 인형처럼 생긴 아빠(남자 성인 목소리)가 등장한다. 그 밖에도 절친 코끼리 술라, 술라 엄마(여자 성인 목소리) 엠마, 팬더 판도, 판도 엄마 패젯, 사촌 흰 토끼 코코, 코코 동생 찰리가 등장한다. 이야기는 집안에서, 가든에서, 놀이터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에피소드들이 일상과 너무 닮아 놀라울 정도다. 영국 아이들의 일상은 집, 가든, 놀이..

[etc.] 주말일기

일주일 전 파리에서 있을 땐 초겨울 옷을 입고도 추워서 떨어야 했는데, 바로 며칠 뒤인 지난 주 런던은 정말 한여름 같았다. 한 여름에도 25도를 넘어가면 호들갑을 떠는 영국인데 일요일 런던은 27도를 찍었다. 토요일 이웃이 오래전부터 런던 외곽에 있는 한인타운에 가서 밥 한 번 먹자고 했다. 나는 "그래 그래"라고 답했지만, 워낙 그 집이 바쁜 사람들이라 현실로 일어나지 않을꺼라 생각했다. 우연히 만났을 때 곧 한국을 간다고 했더니 "한국 가기 전에 꼭 가자"고 연락을 해와 지난 주말 두 가족이 런던 외곽 뉴몰든 근처의 한국식당을 갔다. 갑자기 따듯해진 날씨에 나들이객들이 넘쳐나 교통 체증이 심할꺼라 생각하고 우리는 한 시간 전에 집을 나섰다. 보통 30~40분 거리. 역시 차들도 많았고, 여기저기 공..

[etc.] 프롬스 어린이 프로그램의 비밀

어제 어린이집을 마치고 친구들과 공원에서 1시간 더 뛰어 논 누리는 집으로 향하는 순간부터 잠들 때까지 피곤을 이기지 못하고 징징.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피로가 다 가시지 않았는지 징징. 징징대는 누리를 어르고 달래서 아침먹이고 나갈 준비를 하면서 나는 초조하게 컴퓨터를 켜놓은 방을 오갔다. 9시부터 시작되는 BBC Proms 유아 프로그램 예매를 위해 해당 사이트를 여는 순간 놀라고 말았다(☞ BBC proms 참고 http://todaks.com/210 ). 금새 매진될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로그인하는데도 줄을 서야될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내 앞에 500여 명.(ㅜㅜ ) 컴퓨터가 빠를 꺼라 생각했지만 혹시 하는 마음으로 모바일로 해당 페이지를 열어보니 같은 상황. 내가 지비에게 그랬다, ..

[food] 라즈베리 치즈케이크

누리가 아파 어린이집을 가지 않을 땐 평소보다 TV를 많이 보는 편이다. 그러라고 내버려 둘 수만은 없어서 뭘 굽자고 아픈 몸을 일으켰다. 마침 유효기간이 다되어가는 휘핑된 크림치즈가 있어 그걸로 간단 치즈케이크를 구워보기로 했다. 레시피는 얼마전 누리가 보는 'I can cook'이라는 어린이 요리 프로그램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가지고 있는 베이킹 책에서 치즈케이크 레시피를 참고해서 양을 잡았다. 어린이 요리 프로그램에선 얼마나 넣는지 말해주지 않고, "크림치즈 섞고, 설탕 넣고, 달걀 넣고 믹스믹스~" 이런 식이라. 라즈베리 치즈케이크 특별히 재료는 사지 않고 누리가 먹다 남긴 아기 진저맨 쿠키 부셔 버터 섞어 베이스로 만들었다. 아이에게 쿠키를 봉투에 넣은채로 부수라 그러면 좋다~고 시킨대로 한다...

[etc.] 새 드리퍼 새 커피

10년 넘게 멜리타 세라믹 드리퍼만 썼다. 혼자였을 때 1x1을 쓰다 지비와 함께 마시느라 1x2를 쓴다는 정도가 변화라면 변화. 영국의 물 때문에 석회가 생겨 지저분해지고, 세월 따라 얼룩덜룩해지긴 해도 서버도 멜리타. 5년 가까이 써온 그 서버를 깨버린 지비님.(ㅜㅜ ) 새로 살 때도 되었다며 사려니 멜리타는 찾을 수가 없다. 여기서는 요즘 드립커피 용품은 하리오가 구하기 쉬운 편. 주문했는데 한 달 걸려받았다. 지비님 덕분에 하리오를 다 써보네! 고맙네! (내 사랑 멜리타여) 드리퍼, 서버, 필터 세트를 샀는데, 종이 필터가 무척 부드럽다. 혼자라서 머그에 올려놓고 내려봤다. 하리오는 물을 한 가운데 부어줘야한데서(설명서에). .. 맛있네. 커피 한 잔, 첫 잔이라고 정성을 들였나. 설마 드리퍼 달..

[etc.] 주말 일기

일을 하지 않는, 물론 집에서 육아라는 중노동을 하고 있긴 하지만, 나도 일요일 밤이 되면 무척 꿀꿀하다. 다시 월-금 독박육아(?)로 접어들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물론 주 4일은 지비가 퇴근해서 돌아와 누리와 놀아주지만, 가끔/종종/자주는 둘이 다투면 내가 하던 집안일을 멈추고 해결해야 한다. 한 일도 없이 바쁘게 보낸 주말의 기록. 토요일 4월 16일 오후는 오래전부터 비워두었다. 하지만 내 볼 일이 있다고 누리와 지비를 소홀히 대하면 뒷탈이난다. 그래서 오전은 가족시간 - 다 함께 내가 보고 싶었던(?) 영국(국립)도서관에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전시를 보러 가기로 했다. 2015년은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탄생 150년이 되는 해였고, 지금까지 관련 이벤트들이 이어지고 있다. 4월 17일..

[life] 세월호와 마주하기3

세월호 사고가 나고 한국 언론에 영국의 힐스버로우 사고 Hillsborough stadium disaster가 화자됐다. 1989년 4월 15일 일어난 사고로 경기장에 많은 관람객이 입장하면서, 당시엔 입석 제도였다고 한다, 96명이 압사한 사고다. 이후 영국의 축구 관람은 좌석제로 바뀌었고, 최근까지도 당시 경찰과실(입장 인원조절을 위해 출구로 이용하던 터널을 관람객에게 개방하여 더 많은 사람이 몰리게 된 점, 관람객들이 부상자를 구조하기 위해 이동하는 과정을 저지한 점 등)을 조사하는 재판이 진행중이다. 세월호 사고 후 힐스버로우 사고를 언급하며 사고 후 안전을 고려하는 문화로 선회하자는 의도는 이해가 됐다. 그러나 힐스버로우 사고의 유가족들처럼 30년 가까운 세월을 진실을 위해 싸워야 할까 생각하니..

[life] 세월호와 마주하기2

런던 세월호 추모 집회에 갔다가 노란색 리본과 스티커를 받았다. 집회에 참여한 다른 분이 스티커 좋아하는 누리에게 준 것인데, 누리가 조물거리다 못쓰게 될 것 같아서 휴대전화 케이스에 붙였다. 만나는 한국사람이라고는 세월호 추모 집회에서 만나는 사람 정도가 전부니 그 어느 누구도 그 스티커에 대해서 묻지 않았고, 나도 그만큼의 의미를 두지 않게 됐다. 한국에 갔을 때는 달랐다. 만나는 사람마다 그 스티커를 보고 한 마디 했다. 너무 큰 아픔이었고, 지금도 슬프고 화가 난다고.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기 전 겨울 한국에 갔다가 세월호 사건 후 일년 반이 흐른 시점에서 한국에 다시 간 것이라 한국에서 이 사고를 본 사람들의 반응을 처음으로 접하게 된 것이다. 물론 내 페이스북 타임라인에는 사고 직후부터 지금까지..

[life] 세월호와 마주하기1

세월호 사고가 나고 많은 뉴스가 넘쳐날 때 희생자 관련 뉴스나 글은 읽지 않았다. 피해 다녔다고 하는 게 더 맞는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제목만으로도 내용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은 경우도 많지만 의식적으로 읽지 않았다. 좀더 차갑게 이 사고를 바라보고 싶었다는 건 표면적인 이유고, 내면적인 이유는 슬픔과 절망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길어도, 어려워도 재판관련은 읽었다. 어느 날 "나는 꼽사리다"라는 경제관련 팟캐스트를 듣고 있었는데, 요즘은 어느 팟캐스트도 듣지 않는다, 세월호 사고 유가족들이 나왔다. 사고 후 시간이 흐른 시점이기도 했고, 꾹꾹 눌러가며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다 초입부분에서 풀컥하고 터졌다. 동혁이 어머니라는 분이 조심스럽게 입을 뗐을 때..

[food] 추억과 먹는 탕수육

얼마 전 R의 집에 초대되어 가서 먹은 카라아게(생강이 들어간 닭튀김)의 맛에 반한 뒤 조리 비법을 알고 나서, 한국 마트에 파는 카라아게 가루가 비법, 한 번 해 먹었다. 맛은 R의 집에서 먹었던 것만 못했지만 그 비슷했다는 사실에 우리끼리 감동하고, 그 뒤 튀김 음식에 한껏 자극을 받아 탕수육에 도전했다. 도대체 어떤 부위를 튀겨야 하는가를 알기 위해 한참 검색해서 medallion, 순살(등심) 정도가 될꺼라 추측하고 주문해서 금요일이 되기를 기다렸다. 금요일은 지비가 한 30분 일찍 퇴근해서 저녁 준비에 여유가 있다. 일찍 와서 누리를 마크할 수 있으니. 조리법은 우리집 유일 한국요리책 나물씨의 "2000원으로 밥상차리기"를 참고했다. 녹말가루에 카레가루를 더한 튀김옷을 준비해서 만들었다. 한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