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6년 46

[book] 핀란드에서 배우는 행복한 아이 키우기

후지이 니에메라 미도리˙타카하시 무츠코 외(2011). . 박찬영˙김영희 옮김. 아침이슬. 지난 5월 한국에 갔을 때 언니가 읽으라고 준 책이다. 9월 중순 누리의 어린이집을 시작하고 가장 먼저 든 책. 책은 크게 3가지 부분이다. 첫번째는 핀란드에서 둘째 아이를 낳고 길러본 일본 여성, 첫째 아이는 일본에서,의 경험이 담겼다. 출산에서부터 접하게 되는 보건소 격인 네우볼라, 어린이집 격인 패이배코티, 유치원 격인 에시코울루에서 아이들의 생활 그리고 환경이 주요내용이다. 두번째는 일본의 어린이집(같은) 호이쿠엔의 교사들이 이틀간의 패이배고티 체험/경험이, 세번째는 핀란드 보육 정책의 현황이나 역사가 담겼다.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본 부분은 첫번째와 두번째 부분. 그런 보육현실이 가능하게 한 역사나 현황이 ..

[place] 영국박물관 British Museum

한국에서는, 그리고 나도 '대영박물관'이라고 불렀던 '영국박물관'에 지난 주 토요일에 다녀왔다. 얼마전 지비 가족이 왔을 때 갔던 곳이기도 한데, 그 때 누리와 나는 선물가게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지난 주엔 한국의 추석을 테마로 하는 이벤트들이 있어 다녀왔다. 일년 반 전에 언니가 영국을 방문했다. 언니가 차에 타서 '대영박물관'이 영어로 뭐냐고 물었다. 입국할 때 이민국 직원이 여행목적을 물었는데 '여행'이라고 답했더니 어디 갈꺼냐고 되물은 모양이다. 언니의 머릿속엔 '대영박물관'이 있어 "Great UK museum" 라고 했더니 이민국 직원의 반응이 "%$#%#$%" 그랬단다. 이민국 직원은 언니가 과연 영국을 제대로 여행할 수 있을지 걱정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여기서 '대영박물관'은 th..

[place]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 V&A museum

런던을 거쳐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지만, 나는 좋아하지 않는 곳이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이다. 볼 거리가 많고 아름답다는 것이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라면 볼 거리가 너무 많은 것이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이유다. 그런데 건물이 아름답긴 하다. 이 박물관을 올해 한 달에 한 번 꼴로 찾았다. 작년 연말 누리와 갈 곳을 찾다 크리스마스 방학 프로그램 - 팝업 퍼포먼스가 있는 것을 발견해서 가게 됐는데 이후에도 '훈련'차원에서 시간이 날 때마다 이 팝업 퍼포먼스를 보기 위해 박물관을 찾았다. 팝업 퍼포먼스는 30분 정도 길이의 공연/워크샵이었는데 시의적인 이벤트/테마를 주제로 마련한 공연이었다.나는 언젠가 누리와 공연장에 가보고 싶었는데 누리가 공연장의 어둠을 견딜 수 있을지 궁금했다. 그래서 30분이나마 익..

[life] 한국이 여기저기

올 여름으로 3년째 누리는 방학때마다 진행되는 축구 수업을 참여했다. 이번엔 누리와 어린이집을 함께 다니는 친구와 매주 함께 했다. 그 친구는 엄마가 일본인 아빠가 나이지리아인. 그 친구에겐 이복누나 - 아빠의 이전 결혼생활에서 출생한 누나가 있는데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 - 그 누나가 방학을 맞아 아빠를 찾아와서 새엄마를 육아를 도와주어 나도 몇 번 보게 되었다. 참고로 그 누나의 엄마는 독일인. 그 누나를 처음 볼 때 새엄마가 그 누나를 소개하면서 한국음악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러려니 했다. 예의상 어떤 그룹을 좋아하냐고 했더니 엑소라고. 나도 엑소 이름은 들어봤다, 노래는 안들어봤지만. 지난 주 축구 수업엔 그 누나, 아빠, 일본인 엄마, 그리고 아기 동생까지 온 가족이 출동했다. 수업이 진행되는 ..

[life] 며느리가 뿔났다.

누리가 매일매일 축구-수영-트램폴린-숲속학교 스케줄로 방학을 보낸지 한 달. 내가 몸과 마음이 지쳐갈 즈음 지비의 아버지와 막내여동생이 5박 6일 다녀갔다. 첫날 자정에야 오셨으니 5박 5일 일정. 지비가 누리를 가족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폴란드에 가고 싶어 했으나 여러 가지 여건이 따라 주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여정. 지비네 고향으로 가는 직항은 런던 공항 중에서도 우리집에서 가장 먼 공항에서 출발하고 영국도착이 자정을 넘어 누리를 데리고 여행하기는 어렵다. 예전엔 주 3~4회 항공편이 있는 대신 시간이 조금 나았는데 매일 운항으로 바뀌면서 우리에겐 불편한 시간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반대로 아버지를 모셔오자고 생각한 것이었는데, 이제까지 막내여동생에겐 한 번도 런던에 올 기회를 만들어주지 못해 아버지와..

[life] 행복한 캠퍼들 Chapter 2.

지난 주말 누리와 첫 캠핑을 다녀왔다. 예고도 없이 캠핑을 간 것 같지만 사실 오래 전에 계획된 캠핑이었다. 너무 오래되서 긴장감이 떨어질 정도였지만, 여러 가지로 신경이 많이 쓰인 여행이었다. 누리와 함께 하는 첫 캠핑 - 우리도 어떻게 될지 모르면서 누리 또래 R의 가족도 함께 가자고 했다. R에게 늘 새로운 경험을 주고 싶어하는 부모들이라 성사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만 가는 길이었다면, 누리만 달래고, 우리만 티격태격하면 되는데 동행 가족이 있으니 마음이 많이 쓰였다. 그런데 돌아와서 생각하니 마음만 쓰고 꼼꼼한 R네에게 우리가 도움을 더 많이 받았다. 결과적으로 그 가족이 더 많이 신경을 쓴탓에 그 가족이 여유 있게 캠핑을 즐기지 못한 것 같다. 미안한 마음. 여행 스타일은 같이 여행해 보지 ..

[etc.] 커피를 찾는 남자들

누리가 생애 첫 방학을 맞았다. 방학의 전과 후 좀 정신없는 시간들이 흘렀다. 방학에 들어가면 짧으나마 가질 수 있었던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가량의 자유시간이 없어진다는 생각에 이것도 해야 할 것 같고, 저것도 해야 할 것 같고. 허둥지둥하다 시간을 다 보내버렸다. 집은 아직 정리를 마치지 못한채로 상당수의 짐들이 좁은 바닥을 점유하고 있다. 그러다 덜컥 누리가 방학을 맞았고 이를 기념이라도 하듯 날씨가 무척 더웠다. 35도, 체감 온도는 그 이상 정점을 찍었던 지난 화요일이 방학 전 어린이집 마지막 날이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9월 전에 만 4세가 되어 학교과정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유치원(여기서는 reception이라고 한다)로 넘어가고 3~4명의 아이들은 학교부설의 어린이집으로 옮겨가고 7~..

[food] 멸치볶음

예전에 K선생님이 주신 마늘편을 넣은 멸치볶음이 너무 맛있어서 몇 번 해먹었다. 누리가 생기기 전에. 한국서 부모님께 받아온 멸치가 동이 나기도 했고, 임신을 하면서 딱딱한 음식을 기피하다보니 (잇몸이 부실하여) 더는 안해먹게 되었다. 이후로도 누리에게 건강한 반찬을 해줄겸 멸치볶음을 만들어볼까라는 생각을 안한 것은 아니지만, 이곳 한국슈퍼에서 살 수 있는 수산물, 대부분이 중국산이다,에 믿음이 가지 않고 판매하는 단위도 작긴해도 박스라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음식재료였다. 이번에 한국에 갔을 때 후배가 지어준 밥에 반찬으로 나온 멸치볶음이 맛있어서 조리법을 물어왔다. 재료를 따로 볶고, 양념은 끓인 후 따로 볶은 재료를 섞는게 비법. 전수 받은 비법(!)과 나물씨 책을 참고해서 만들었는데, 그도 한달 전..

[life] 육아와 가사의 딜레마

(참 뻔한 제목) 요즘 한국 가기 전부터 미뤄둔 집안일을 몰아 하고 있다. 별 일들은 아니고 누리 방을 만드는 일이 주된 일이다. 그러기 위해 그 방에서 짐을 빼 다른 곳에 넣어야 하고, 그 다른 곳의 짐은 또 다른 곳에 자리를 찾는 일이다. 그러다보면 짐이 한 번씩 자리만 옮길 뿐 모두들 자리를 차지하고 정리된 느낌은 없다. 틈틈이 그런 일을 하고 있으니 누리가 TV를 보는 시간이 현저하게 늘어났다. 누리에게도 책을 옮기라, 장난감을 정리하라는 일거리 정도는 줄 수 있지만 일을 나눠주는 게 아니라 그 일을 내가 같이 해줘야 하는 판이라 TV앞에 방치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오늘은 벨기에-프랑스 여행을 가기전 절반만 한 수건 삶기를 하는 동안 누리가 열심히 TV를 열심히 보았다. 보통 땐 이 시간에 ..

[life] 마미를 부탁해 누리야

여행가방을 들고 가면 누리는 도와준다며 즐겁게 나서지만 실제로 나는 가방을 앞으로 밀고 누리는 아래로 누른다. 사랑은 같은 방향을 보는 거라는 둥, 같이 가는 거라는 둥 달콤한 말들은 이런데 해당되지 않는다. 생활의 실제 단면은 그런 것. + 누리의 여행가방 사랑은 더 깊어져 이번엔 꼭 누리 가방을 마련하리라 마음 먹었다. 출발에 맞춰 도착한 여행가방. 이제 둘이 싸우지 않아도 되겠구나. 후아.. 의자쌓기 보드게임이 들어가지 않아 고민인 누리. 가방이 어찌나 작은지 스티커북, 색연필, 과자 두개, 토끼 한 마리 넣었더니 가득찼다. 오늘 아침 더 큰 가방을 발견하고 완전 신이났던 누리. 그런데 오후 공항으로 출발할 시간이 되어서는 집에서 자고 싶다고 울고 불고. 정말 나도 따라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