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4년 82

[book] 이주, 그 먼 길

이세기(2012). 〈이주, 그 먼 길〉. 후마니타스. 이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단 한 가지. '나쁘다'도 아니고 '못됐다'. '나쁘다'에는 다 담아지지 않는 그런 감정이 한국과 한국사회에 들도록 만드는 책이다. 참 못됐다. 시인이며 인권 운동가로 살아온 글쓴이가 이주인권센터와 이주민과 관련된 공간에서 만난 사람들에 관해서 쓴 글이다. 1부는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로 살다, 거의 대부분 강제 귀환된, 간 이주노동자들을 찾아가 쓴 글이다. 2부는 이주인권센터에서 일하며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로 한국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담고 있다. 3부는 이주민의 현실로 확장된 느낌이다. 그런데 그 확장된 이주민의 삶이 그리 밝지 않다. 겨우 부록으로 정착하려, 그리고 비교적 잘 정착한듯한 이주민의 인터뷰가 실렸다. 어딘가..

[etc.] 내 취미 - 바느질

봄에 무슨 생각이 들었던지 갑자기 옷만들기에 꽂혔다. 여기서 누리 옷이 딱히 비싸지도 않은데 천이 맘에 '꼭' 들지 않는다, 디자인이 맘에 '꼭' 들지 않는다는 핑계로 '아이옷만들기'를 열심히 검색. 검색량으로만 치자면 패션쇼 봄/여름, 가을/겨울 하도고 남았다. 그때 한국에서 옷만들기를 업으로 하시는 M님이 아이옷 천연염색 말씀을 꺼내셔서 귀가 팔랑팔랑. 근데 말씀을 들어보니 쉽지는 않아보여서 그건 다음 生에나 해보겠다며 포기했는데 그 M님이 조각보 해보라고 쓰시던 천을 투척해주셨다. 그 천은 언니네로 배달되서 언니가 보내는 다른 생필품과 함께 배타고 두 달 걸려 지난 주에 도착했다. 열어보고 '깜놀'. '조각보는 어째하지?', '책이라도 한 권 사봐야 하나?'했는데 방법에 대해서 지침/해설을 직접 만..

[food] 염소치즈포도 번 Bun with Goats' Cheese and Grapes

〈Marvellous mini cakes〉에서 고른 또 다른 레시피 - 염소치즈포도 번 Bun with Goats' Cheese and Grapes. 염소치즈는 한참 전에 사뒀는데, 포도가 집에 있는 때와 빵 만들 타이밍이 잘 맞지 않았다. 그러다 삼박자가 맞았던 며칠 전 드디어 감행. 염소치즈 염소치즈는 누리 이유식 만들 때 사봤다. 이유식엔 한 티스푼 정도만 쓰고 나머진 우리가 빵에 발라 다 먹어버렸다. 지나서보니 멸균처리되지 않은 염소치즈는 아기 주면 안된다고.(- - );; 벌써 지난 일이고, 누리는 무탈하다.염소치즈는 가격이 일반치즈보다 좀 나간다. 그런 이유로 작은 포장이 많은데, 소량을 소비하는 우리는 그게 좋다. 이번 주문한 염소치즈는 지난번 우리가 먹었던 것과 달랐다. 지난전은 코티지 스..

[life] 제주도

느닷없이 영국시민권 바람이 지비에게 불었다. 이곳에 사는 많은 유럽인들은 굳이 영국시민권을 가질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데(유럽법 아래서 영국인과 똑같은 권리를 누린다), 앞으로 영국시민권 취득 절차가 복잡해질 것이라는 가십에 휩쓸렸다. 나야 영주권도 없는 상태고 일단 한국은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으니 몇 년 뒤에나 머리 뽀개지게 고민할 문제인데, 지비로서는 돈만 있으면(물론 영어시험, life in UK라는 시험을 쳐야하긴 하지만) 취득할 수 있는 것이어서 더 많이 휩쓸렸다. 한 이틀 열심히 검색을 해보다가, 영어시험 등록비를 날리는 것으로 바람은 잦아들었다. 그 참에 먼 훗날 우리는 어디에 살껀가 그런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지비는 일단 서울은 싫단다. 부산이 좋기는 하지만 뭔가 부족하단다. 그러다 이야..

[food] 부추전과 팥빙수

벌써 열흘도 전에 만난 K선생님이 주신 부추. 정원에서 기르신 부추를 오랜만에 만나 커피 마실 때 주셨다. 만나던날 거두셨는지 뿌리엔 흙이 그대로, 며칠이 지나도 생생했다. 공부하시는 분인데, 얼굴이 까맣게 타는 것도 모르시고 정원(인지 밭인지)에서 기르신 귀한 부추. 뭔가를 직접 해먹게 되면서 음식 재료가 내 손에 오기까지, 그리고 우리 입에 들어오기까지 관여되는 모든 노동에 감사하게 됐다. 어떻게 먹을까 고민하다 부추전으로 결정했다. 얼마 전에 올린 글에서 말했다시피 깨부순 생홍합과 새우를 넣고 Y가 집에 놀러온 날 구웠다. 내가 만들고, 내가 먹고서 감동한 부추전. 홍합은 정말 병아리 눈물만큼만 넣었는데도 향이 살아 있었다. 맛있었다. 역시 전에는 홍합/조개가 들어가야 하나보다. 하지만 마련이 힘드..

[food] bye bye 홍합

지난 주 오랜만에 만난 K님이 정원에서 기른 부추를 주셨다. 만두를 빚나, 어쩌나 검색하다 부추전으로 낙점. 부추전엔 아무래도 홍합이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오늘 그물주머니에 든 생홍합을 사왔다. 껍질에 따개비가 드문드문 붙은. 어젯밤 어떻게 손질하는지 수없이 검색했기에 바로 손질돌입. 바로 후회하기 시작했다. 부추전, 그냥 새우 넣고 해먹는건데 하면서. 문제의 태국산 새우 소비를 줄여보려고 나름 낸 용기였다. 그런데 비릿한 냄새에 그렇지 않아도 오후부터 시작된 두통이 배가된 느낌이었다. 이틀 뒤 부추전에 넣을 몇 개만 생으로 껍질에서 꺼내 통에 담아 냉동실에 넣고, 나머지는 끓여서 우동과 함께 먹기로 했다. 그런데 생으로 껍질을 까는 게 만만하지 않았다. 다들 입을 꽉 물고 있어서. 결국은 홍합을 '깐 ..

[etc.] 새우, 맹그로브, 그리고 노예노동

새우와 맹그로브 세계의 사회적 기업을 탐방한 〈서른세 개의 희망을 만나다〉라는 책에 나온 태국의 사회적 기업은 맹그로브 숲을 파괴하는 무차별한 새우 양식 문제를 다루고 있었다. 그 부분을 읽으면서 맹그로브 숲과 새우 양식이 무슨 상관인지 처음엔 이해가 안갔다. 맹그로브 나무, 맹그로브 나무 이름만 듣고 하늘에서 찍은 사진만 봤지 그 나무가 물 속에 뿌리를 내린다는 걸 몰랐기 때문이다. 새우 양식을 하기 위해 그 나무들을 베어낸다는 걸 그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됐다. 내가 구입하는 새우들의 대부분이, 유기농 새우마저도 태국에서 온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한 줄 한 줄 꼼꼼히 읽었다. 그러고서 계속해서 태국산 새우들을 먹을 것인가 생각했지만, 생각만 하고 계속해서 태국산 새우들을 먹었다. 적어도 내가 이용하는 ..

[food] 진화하는 고엄끼 Gołąbki

지난 번 고엄끼를 만들면서 다음엔 소스를 직접 만들어서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얼마 전 폴란드 식료품점에 가서 그냥 사왔다. 물론 그 소스만 산 건 아니고, 다른 소스류들도 쓸어담듯 사왔다. 폴란드에 가면 한 번쯤 장을 보러간다. 사실 영국에 폴란드인 커뮤티니는 그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에 없는게 없지만, 웬지 폴란드가 가격이 낮을 것 같은 생각에. 하지만 낑낑 들고오는 것 생각하면 그냥 여기서 사는 게 낫건만, 돌아오는 우리의 가방은 늘 무겁다. 두번째 똘똘 말았던 양배추가 귀찮은 구석이 있어, 이번엔 큼직한 잎으로 쌌다. 스위트하트 양배추 sweetheart cabbage라는 양배추를 이용했다. 그런데 이 양배추는 또 너무 힘이 좋은 나머지 고기가 잘 싸지지 않는 것이 문제. 겨우 싸서 오븐에 넣었다..

[etc.] 아직

힘들다고 징징대도 아직은 견딜만 한가보다, 내가. 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잠자는 시간이 무척 아깝게 느껴진다. 그래서 쉽게 잠을 잘 수가 없다. 그래도 자기는 잔다, 불안해 하면서. 아침이 밝아온다는 사실이 불안해 아침 5부터 7시까지 한 두 시간 동안 4~5번은 깬다. 깰 때마다 아직 아침 7시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 서둘러 잠들려고 노력한다. 이런데도 살 안빠지는 거보면 참 용타. 하기야 먹는 게 얼만데.. 이젠 자러 가야겠다.

[etc.] 소식의 적, 스트레스

얼마 전에 소식해야겠다 글 올리고 대충 잘 지켰다. 배 부르게 먹은 날이 잘 없으니까. 적게 먹어 출출함에 초콜렛 하나를 까먹더라도, 적게 먹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오늘, 너무 많이 먹었다. 저녁을 우동 하나 볶아서 누리와 나눠 먹었다. 누리는 면만 2/5쯤 먹는다. 그 나머지와 채소를 내가 먹었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그 뒤 누리가 목욕하고서 또 한시간을 떼굴떼굴 울면서 굴렀다. 오늘도 낮잠을 자지 않았다. 심지어 수영 수업도 다녀왔는데. 재울려고 했지만, 전에 없이 밝은 창과 높은 기온 때문인지 잠들지 못했다. 날씨도 더운데 오래 울리기 그래서 '그래 자지마라'하고 낮잠을 건너뛰었다. 저녁 먹은 뒤 목욕을 하고 피로가 몰려오는지, 그런데도 잠은 자기 싫은지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내더니 결국은 떼굴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