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4년 82

[taste] 비비고 Bibigo

2년 전에 런던에 CJ 비비고가 문을 열었다. 미국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유럽으로 확장한 셈이다. 이 즈음에 대기업이 골목상권 업종에까지 뛰어들어 서민경제를 어렵게 한다는 말과 글을 한참 듣고 보았는데 영국에서도 이민자분들이 대부분 한국식당을 운영하시기 때문에 발걸음이 비비고로 잘 향하지 않았다. 비비고가 오픈하고서 근처에 갈 일이 있어 메뉴며 가격을 문 앞에서 살펴봤다. 분위기는 좋아보였지만, 가격이 좀 높아보였다. 비빔밥 같은 단품 메뉴가 10~15파운드였고, 거기에 음료와 서비스요금이 추가된다고 생각하면 1인당 20~25파운드 정도는 지불해야 할 것 같았다. 참고로 우리가 가는 뉴몰든 한인타운의 식당은 비빔밥과 같은 메뉴가 6~8파운드 정도. 대부분 서비스요금도 없고. 그러니 우리가 비비고를 ..

[place] 씨라이프 런던 아쿠아리움 Sea Life London Aquarium

씨라이프 런던 아쿠아리움 얼마 전에 언급한 멀린 패스 Merlin Pass 구입 이후 알뜰한 당신 지비는 주말마다 어디로 갈지 열심히 고민한다. 우선 순위엔 런던 근교 동물원이 올라 있는데,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와 선약 관계로 이번 일요일은 런던 아쿠아리움으로 결정. 선약에 앞서 아쿠아리움으로 고고. 사실 나는 한 2주 전 평일 Y님과 Y님의 딸 S와 함께 한 번 왔었다. 머린 패스로 친구 할인이 가능해서 마침 중간방학을 맞은 S가 아쿠아리움을 좋아한대서 같이 길을 나섰는데. 중간방학인 관계로 사람이 너무 많았다. 더군다나 나 혼자서 누리를 데리고 갔던터라 사진은 커녕 구경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다시 오면 된다고 생각해서 그냥 서둘러 나왔다.어제는 비가오긴 했어도 일요일이라 잔뜩 겁을 먹었는데, 훨씬..

[life] 한국인 아내

오늘 블로그를 통해 연락처를 나눈 G님을 만나 커피를 마셨다. 나와 비슷하게 런던서 아이를 키우고 계시는 한국인 아내였다. +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벌써 언급(섭외)한 이야기지만 언젠가 기회가 되면 '한국인 아내'에 관한 작업을 해보려고 한다. 그게 글이 되었던, 연구가 되었던. 내게 다시 '연구'라 이름 붙일 작업을 할 기회가 올지는 모르겠지만. 이 아이디어의 시작은 바르셀로나에서 런던 나들이를 나선 대학 동기 S와 그녀의 친구 E님을 만나게 되면서다. 지금 현재 모두 외국인 남편을 둔 한국인 아내다. 우리 집에 머물면서 E님의 결혼 이야기를 들었다, 아침 먹고 커피 한 잔하며 수다를 떨면서. 들으면서 참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다. E님이 워낙 말씀을 재미있게 하시기도 하셨지만. 그 눈물 없이 들을 수..

[etc.] 11월 9일

베를린은 지비의 고향에서 가까운 도시다. 그래도 차로 2시간. 고향으로 바로 가는 비행기편이 여의치 않아 두 번 정도 베를린으로 가서 지비 고향에 다녀왔다. 오며 가며 잠시 들러 반나절 정도씩 구경한 것이 전부지만, 딱 베를린만 여행 목적지가 되기는 앞으로도 어려울 것 같다.25년 전 1989년 11월 9일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날이다. 어제 관련 뉴스를 보다 생각나서 꺼내본 사진. 작년 8월에 지비의 고향에 다녀오면서 잠시 들른 베를린. 2010년 베를린행에서는 이른바 주요 관광지를 둘러봤고, 2013년 베를린행에서는 이스트 갤러리East Gallery가 주요 목적지였다. 강변에 위치한 장벽, 이스트 갤러리를 철거하여 부동산을 개발한다는 뉴스를 그 전에 봤기 때문에 없어지기 전에 가서 봐야 한다가 이..

[life] 고향의 맛

지난 금요일 누리와 외출 했다 녹초가 되었다. 저녁 해먹을 기운이 없어 누리만 겨우 있던 밥과 국으로 먹이고 재우고 난 다음, 누리도 피곤했다, 우리는 사리곰탕면 컵라면과 냉동만두로 저녁을 먹었다. 토요일 저녁엔 지난 9월에 손님용으로 사두었던 전주 검은콩 막걸리를 땄다.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길래. 온다던 손님이 안와서 오랫동안 냉장고에 모셔두었던 막걸리. 떡 본김에 제사 지낸다며 파전과 김치전도 구워 저녁을 먹었다. 일요일엔 계획에 없이 아예 한국 식당에 가게 되었다, 일본인 친구와. 한국 마트에 들렀다가 구입한 닭 근위 볶음(네, 맞아요. 닭X집 볶음)과 한국 커피믹스를 샀다. 닭 근위 볶음을 먹게 된 경위 어느 날 폴란드 식품점에 갔는데, 안에 정육점도 함께 있는, 내 눈엔 닭 근위로 보이는 ..

[life] 사람과 괴물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가득 채우고 있는 가수 신해철의 죽음에 관한 기사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댓글도. 정말로 재능있었던 한 가수의 죽음을 두고서도 그가 가졌던 정치적 견해/취향 때문에 막말이 오가고 있었다. '잘 뒈졌다'라고 댓글을 단 이름을 눌러보았다. 미국의 유명대학에서 공부하는 학생이거나, 공부했던 학생 같았다. 페이스북은 사회관계가 반영되는 인터넷 서비스라서 막말을 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생각했다. 아주 철저하게 분리하고 수위를 조절하지 않는 한. 내가 한 막말을 친구가 볼 수도 있고, 가족이 볼 수도 있다. 나는 사람들이 그러한 특성을 모른채로 막말을 하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무시하는 건가. 의견이 엇갈리는 뉴스의 댓글을 볼 때마다 나로써는 이해가 가지 않는, 하지만 자신의 얼굴을 프로파일 ..

[taste] 레고 버스 정류장 Lego Bus Stop

지난 7월의 어느 일요일, 조금 특별한 버스 정류장에 다녀왔다(?). 위치는 리젠트 스트릿 Regent Street에 있는 햄리Hamley's toy store라는 장난감 가게 앞. 한정된 기간 동안 레고로 만들어진 버스 정류장이 생겼다는 뉴스를 지비가 보고 시내 나갈 일 있이면 가보자고 했는데, 결국은 철거 전 마지막 날 가보게 됐다. 표지판은 물론이고 정류장 자체가 모두 레고로 만들어졌다. 꽁꽁 붙어 있으니 기념품 삼아 떼간 사람도 없었다. 사실 우린 누가 떼어가진 않았을까 했드랬는데. 이런 수준의 고민은 한국사람 폴란드사람이나 할법한 고민이다. 런던 버스 200주년을 기념해서 100000개의 레고로 만들어진 정류장이라고 한다. 기념 사진 촬영에 협조를 하지 않는 누리. 7월 한 달 동안 매주 일요일..

[etc.] 포도를 담기는 담았는데..

.. 이것이 포도주인지, 포도쥬스인지 모르겠다. 포도가 한참 맛있던 8월에 포도주를 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열심히 검색한 결과 포도 무게의 10%정도 설탕을 넣은 김천시농업기술센터의 제조법을 채택(?)하였다. 처음 포도주를 담겠다고 생각하면서는 한국서 온 손님들이 오며가며 남긴 소주 3병을 처리할 목적이었는데, 김천시농업기술센터의 제조법은 술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냥 포도와 설탕만. ☞ 참고 http://www.gca.or.kr/html_doc/read.asp?serial_no=1&page=1&table=GRAPE&code=3002&item=&find= 그런데 그것이 왠지 믿음이 가고, 예전에 영화에서 본 프랑스의 포도 밟는 모습을 상상해볼 때 이 제조법이 '옳다'싶었다. 그래서 1l짜리 병을..

[etc.] 블로그

누군가가 '왜 요즘은 블로그 잘 안하냐'고. 특별한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니고 그냥 좀. 페이스북을 보고 있자면 세상이 바뀌어도 몇 번은 바뀌었을 것 같은데 세상은 여전하고, 블로그엔 맛있고, 행복하고, 멋진 것들로 넘쳐난다. 이 둘 사이에서 적절한 접점을 찾지 못한 채로 고민을 질질 끌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블로그 이웃님이 '요즘 같은 시기에 먹는 사진 올리기가 뭣하다'는 말씀을 보고 맞다는 생각을 했다. 생각이었을 뿐 행동으로 옮길 의지 같은 건 없었는데 그것이 이유(또는 핑계)가 되어 먹거리 이야기를 피하니 블로그가 썰렁해졌다.먹거리 이야기를 빼고서 썰렁해진 블로그를 보고 있으니, '내 생활이 먹는 것 빼곤 할 이야기가 없었던가'하는 반성과 후회가 막 파도처럼 밀려오고 있는 중이다. 사실은 밤이 되..

[life] 소소한 커피

커피변천 영국에 오기 전엔 아메리카노만 마셨다. 배부를 땐 에스프레소 마키아또. 집에서는 드립커피를 즐겨 마셨지만. 영국에 와서는 카페라떼를 주로 마셨다. 배가 고플 때가 많았고, 영국의 아메리카노는 진정으로 진하다. 별다방 제외하고. 다른 곳에서 커피를 마시다 어쩌다 별다방에서 커피를 마시면 '이게 물인가' 싶다. 작은 라떼들에도 에스프레소 투샷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서 오후에 커피를 마시면 꼭 원샷으로 해달라고 말한다. 그래도 가격은 같다. 누리가 생기고 다이어트에 대한 필요가 두각되면서 아메리카노로 돌아왔다. 몸에 좋은 약이 입에도 쓰다면서, 써도 마시자면서. 그런데 누리가 자라면서 까페에 품위있게(?) 앉아있을 형편이 못되니 양이 많고 뜨거워 원샷이 어려운 아메리카노가 부담스러워졌다. 그래서 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