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3년 61

[life] 호의

더운 날씨도 피할 겸 대충 때운 점심도 보충할 겸 장보러 갔다가 별다방에 들렀다. 우리가 옆 자리에 앉을 때부터 호의를 보이시던 할머니가 계속해서 말씀을 걸어오신다. 애가 몇 살이냐, 나는 어디서 왔느냐, 애 아빠는 영국인이냐, 애 아빠는 직업이 뭐냐, 이 동네는 얼마나 살았냐, 애가 너무 귀엽다는 등등. 12개월, 한국, 폴란드인, ... 쭉 단답형으로 답하다 내가 너무 뚱-한듯해서 영국인은 아닌 것 같다고 물었다. 영어는 잘해도 이 동네 영어는 아닌듯해서.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오셨단다. 그렇게 쳐도 유창하지는 않아서 거기서 자랐나고 물었더니 네덜란드에서 나고 자랐고,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오래 살았단다. 런던엔 4개월 전에 일 때문에 왔고, Chiswick엔 지난 금요일에 이사왔다고. 이야기가 끝나..

[life] 생일

지난 주 폴란드에 다녀온 다음 날이 생일이었다. 여행에 덧붙여 하루 더 휴가를 낸 지비와 점심시간 시간이 되는 친구 두 님과 점심을 먹었다. 약간 이른 점심약속이라 서둘러 나가야는데 방에서 꾸물떡꾸물떡 하던 지비가 보행기에 앉은 누리 손에 쥐여주고 나에게 가져가라 했다. 누리는 카드를 손에 쥐고 나에게 좋다고 와선 '탁!' 던져버리고 다시 저 갈길로 달아나버렸다. 펼쳐보니 생일카드. 고맙구로. 근데 선물은?( ' ')a살포시 잠든 누리를 안고 있다가, 갑자기 떠오른 무엇인가를 검색한다고 손에 잡히는대로 휴대전화를 집어들었다. 참고로 우린 휴대전화가 같은 모델. 버튼을 눌렀더니 이렇게 딱 뜬다. 당연히 지비 휴대전화. 한글을 모르는 지비, 이렇게 애를 쓴다. 하지만 가끔은, 사실은 종종 아드레날린 분비를 ..

[food] 다시 고엄끼 Gołąbki

보통 이곳 손님이 오면 한국 음식을, 한국 손님이 오면 폴란드 음식을 한다. 얼마 전에 언니의 선배가 영국 여행을 와서, 오는 길에 우리 짐을 몇 가지 가져오기도 하고 우리 집에서 며칠 묵어갔다. 그래서 오랜만에 뭘 해먹을까 하다가 다시 고엄끼 Gołąbki 도전! 고엄끼가 궁금하시면 참고하세요.☞ http://todaksi.tistory.com/910 근데 뭐 그날도 어쩌다보니 늦어져 고엄끼 오븐에 넣고, 누리 목욕시키고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소스도 여전히 인스턴트 소스 사서 사용했고. 다음엔 꼭 토마토와 크림으로 만들어봐야지.그래도 이번엔 고기와 밥을 익힌 양배추로 싸서 오븐에 넣어 익혔다. 모양은 그럴싸하다는 지비와 영국 여행에서 먹었던 음식 중 가장 입맛에 맞았다고 손님 일행이 평가함. 그냥 칭..

[food] 옥수수

요며칠 밤마다 옥수수를 삶았다. 그때그때 삶아야 맛있지만, 며칠 삼다보니 귀찮아져서 이틀치 삶아버렸다. 케이크, 쿠키보다 나은 디저트라면서. 심지어 지비는 오늘 회사에도 간식으로 가져갔다. 처음 지비에게 디저트의 개념은 차와 케이크 또는 쿠키였고, 나에게 디저트의 개념은 차 또는 과일. 지비의 개념은 점점 나의 개념으로 수렴되고 있다. 영국의 옥수수는 정말로 스위트콘. 아무것도 넣지 않고 그냥 삶아도 정말 달다. GMO일까? 2~3년 전부터 여름이면 열심히 먹었는데, 쓰레기며 뒷처리가 슬슬 지겨워질 때가 오면 옥수수도 철이 지나간다. 역시 먹거리는 제철이 최고. 요즘은 복숭아도 한참이다. 얼른 많이 먹어야지. 사진찍고 한 두 알씩 빼먹다 보니 벌써 반을 먹었다. 그만 자야겠다..zZ

[food] 고르곤졸라 피자 Gorgonzola Pizza

요즘은 날씨가 더워 누리의 이유식 빼곤 음식을 잘 하지 않는다. 그래도 먹지 않고 살수는 없어서 가능하면 간단하게. 그래서 잘 먹지 않던 냉동피자도 몇 번을 먹었는지 모르겠다. 오븐에 넣고 20분이면 되니까. 오븐이 열을 뿜어내긴 하지만 적어도 내가 그 앞에 서있을 필요는 없으니까.그렇게 피자를 먹다보니, 아니 그 전에도 정말 영국에서 먹는 이탈리안 스타일의 피자가 지겨워졌다. 처음 배낭여행 때 이탈리아에 가서 당당하게 피자를 사먹었다. 첫 입 베어물고 했던 생각, '이거 촘 크래커임?'(- - );; 이탈리안 스타일의 피자는 무지 딱딱하다. 사다먹는 피자도 그렇다. 그래서 한국에 가면 꼭 가는 곳이 피자헛. 가서 느끼하고 토핑 가득 피자를 먹곤한다. 그런데 이탈리아인 친구 알렉산드라에게 듣자하니 직접 ..

[keyword] The Championships 2013

지난 일요일 윔블던 테니스 남자 결승이 있었는데, 1936년 이후 77년만에 영국 선수 앤디 머레이가 우승을 했다. 개인적으론 들뜬 분위기가 좀 우습다. 2002년 한국의 월드컵 열기(사실 그건 광기에 가까웠다만)에 버금간다고 할 수 있을까. 단, 영국 사람들의 수준에서. 골프나 축구처럼 테니스도 영국에서 기원을 찾고 있는 스포츠인데, 윔블던 챔피언쉽의 경우는 최초의 테니스 경기라니 영국 사람들로선 자랑스러울만하다. 그런데 자국에서 매년 경기를 여는데 77년동안 우승자가 영국인이 아니었으니 배가 아플만도 하고.지난해 앤디 머레이가 결승에서 지고 2위에 머물렀는데, 사실 올해보다 그때의 열기가 더 뜨거웠던 것도 같다. 올해는 웬지 결승진출은 당연한거고, 우승을 하느냐 마느냐의 분위기.영국에 살다보니 스포츠..

[food] 잔치열무

한국가서 엄마가 차려준 밥을 먹는데, 지비도 나도 "이거 참 맛나다"했던 음식이 있어서 뭐냐고 물어보니 열무라고. 내가 알던 열무보다 훨씬 줄기가 작아서 다시 물어보니 '잔치열무'라고. 그래서 런던 돌아올 때 씨앗을 사서 들고왔다(앗! 이런 범법 사실을). 돌아와서 얼마지나지 않아 심었는데, 영국스런 날씨 덕에 3주만에 수확했다. 사실 수확이라기도 적은 량이다만은. 다음엔 좀 더 촘촘히 심으라는 엄마의 지령에 따라 오늘 아침 심겨진 잔치열무를 뽑고 세줄로 촘촘하게 또 심었다. 또 다시 엄마의 지령에 따라 데친 다음 된장, 참기름, 깨 넣고 조물조물. 량이 작아서 대접에 넣고 조물조물했는데 결과물은 더 작아서 밥그릇에 옮겨 담았다. 간장 종지에 담기는 조금 많은듯해서.(- - );; 한국 다녀왔더니 아이비..

[life] 뽀통령 권위의 실체

처음 우리집에 뽀통령이 온 후 누리에게 고글만 집중적으로 공격(?)당했다. 요즘은 발을 물리기도 한다. 하여간 그렇게 고글만 집중적으로 공격당한 뽀통령의 고글이 얼굴에서 떨어졌다. 볼에 실밥 보이지? 그걸 살펴보다가 고글과 모자가 몇 개의 바늘땀으로 붙어 있다는 걸 발견한 나는 언젠가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게 생겼다. 그 이야기를 지난 주말에 지비에게 했더니, 바로 해보잔다. 우리는 수준이 비슷하다. "누리야 여기 와서 뽀로로 옆에 앉아봐" '앗! 고글' '내꺼야' 그냥 맨 머리 뽀로로. "누리야!" "잠시만!" "나도 써보자!" '으흐흐' '왜 이러세요' 비바람 부는 그리고 할 일 없는 주말 오후, 우리는 알게 됐다. 고글과 모자가 없는 뽀통령은 밍숭밍숭하다는 걸. 그의 권위는 바로 고글과 모자에서 ..

[food] 김치찌개

일주일 전쯤 주말에 먹다 남은 돼지고기가 있고, 톡 쏘게 푹 익어버린 김치가 있어 김치찌개를 영국와서 처음 끓여봤다. 김치를 사다 먹는 관계로 생으로 먹을 김치도 없는데, 한국음식을 주문하는 마트에서는 고맙게도 늘 푹 익어버린 김치와 그날로 유효기간이 끝나는 두부를 배달해주신다. 그럼 뭐부터 먹을까 고민도 않고 그것부터 먹게되니 얼마나 고마운가.(내 한 번 꼭 응징하고 싶다.(+ - -) ) 고등학교 때 캠핑가서 끓여본 게 마지막인가, 김치찌개? 대학 때 농촌활동가서 끓여본 게 마지막이겠군. 어째 기억나는 대로, 들은대로 고기 먼저 볶다 김치 볶다 멸치팩 넣고 끓인 육수 붓고. 두부, 파 좀 넣고. 그러면 되는거 아닌가? 근데 왜 맛이 없나? 조미료가 없어서 그런가? 두부가 한국두부가 아니라 일본 미소에..

[food] 키쉬 Quiche

내가 키쉬Quiche 이야기 했던가. 난 영국와서 키쉬 처음 먹어봤다고. 영국 생활 초기 키쉬도 몰랐던 내가 신기해서 함께 지비가 먹어보자고 해서 먹었는데, 처음 맛보고 너무 맛있어서 한 동안 매주 토요일 아침은 키쉬로 먹었다. 만들어진 걸 사먹어도 오븐에 데워야 맛있다. 전자렌지 노노.( - -)(- - )( - -) ☞ http://en.wikipedia.org/wiki/Quiche 주로 장을 보던 마트의 브랜드를 주로 먹어보다, 맛이 예전 같지 않다고 생각했을 때 다른 브랜드도 먹어보고, 마트 자체를 바꿔보기도 하고 했는데 그러다가 한계에 닿았다. 어느 곳도 맛있지 않았다. 맛있는 게 있다는 건 알지만 꽤 비싸다. 한 번쯤 내 입맛에 맞게 만들어 볼까 생각했다가도 '어떻게?'하면 답이 없어서 사먹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