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떠나다. 91

[네덜란드/독일] 몬샤우Monschau-드리란덴븐트Drielandenpunt-아헨Aachen

친구네는 '계획없는 여행'을 즐기는 타입이어서, 여행을 준비하며 지비가 스트레스를 받았다. 지비는 계획이 있어야 하는 타입. 그런데 지나서보면 우리가 검색했던 것은 다 소용없었고, 친구는 '여기에 오면 이것은 꼭!'하는 것들이 다 마음 속에 있었던 것 같다. 우리는 다른 친구의 고향인 아헨Aachen을 보자는 정도의 계획이 있었는데, 친구네는 그곳에 살아서였는지 관광지로써의 흥미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런 친구가 '커피 한 잔 하러 가자'고 권한 곳이 몬샤우 Monschau였다. 아침밥 먹고 커피 한 잔하러 1시간 반을 운전해서 갔다.😵 이 친구의 스케일이란-. 몬샤우는 독일, 네덜란드 그리고 벨기에 접경지역에서 가까운 독일 타운인데 '스위스 마을'처럼 생겼다고 알려진 곳이라고 한다. 가서 보니 그렇긴..

[네덜란드/독일] 유트레흐 Utrecht

암스테르담에서 독일에 있는 친구네로 가기 전 유트레흐Utrecht라는 도시에 하루 묵었다. 위트레흐라고 읽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유트레흐가 아헨Aachen으로 가는 길목이기도 했지만 이 도시에 간 이유는 딱 하나, 미피 박물관 때문이었다. 우리가 묵었던 호텔은 목시 Moxy라고 메리어트의 저가형 호텔이었다. 메리어트의 저가형이지만, 우리에겐 전에 없이 비싼 호텔이었다. 판데믹 이후 첫 여행이라 고르고 골랐다. 호텔은 오래되고 새것인 것을 떠나서 깨끗한 게 최고의 덕목인데, 그 면에서 무척 만족스러웠다. 아침을 먹으면서 보니 비지니스로 온 여행객이 많은 것 같았다. 고다 치즈의 고향에 왔으니 고다 치즈를 먹어야 한다며 아침에 챙겨 먹었다. 치즈도 햄도 모두 개별 포장되어 깔끔했지만, 요즘 같은 세상..

[네덜란드/독일] 암스테르담 Amsterdam

2월의 어느 날 3월에 생일이 있는 지비에게 "생일선물은 뭘로?"하고 물었더니 영혼 없는 눈빛(?)으로 "선물은 필요 없고 여행이 가고 싶다"라고. 코비드 전에는 일 년에 한국과 폴란드 한 번씩, 그리고 영국 안팎으로 한 번씩 여행을 가곤 했는데, 코비드 이후엔 한국에 두 번 다녀온 것을 제외하곤 계속 집콕만 하고 있었으니 그럴 만도. "그래 어디 한 번 가보자" 말 떨어지기 무섭게 항공권 폭풍 검색해서 폴란드 고향이냐, 폴란드의 서울인 바르샤바냐를 저울질했다. 고향의 가족보다(?)는 바르샤바에 정착한 친구가 더 끌리는 모양이었지만, "폴란드까지 가면서 고향에 안가면 두고두고 욕먹는다"는 '가끔씩만 며느라기'인 나의 의견을 받아들여, 독일에 살고 있는 친구네로 방향 결정. 다만, 독일로 입국/출국하는 항..

[Korea2020] 한국여행의 마무리

가만히 세어보면 꼬박 세 달도 지나지 않은 올해의 한국행이 무척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Covid-19 때문에 특별한 일이 없었던 3개월이라 더 길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반대로 매일 똑같은 일상을 사니 그날이 그날 같아 시간이 빨리 간 느낌도 있다. 시간이 더디 가던 빨리 가던 어떻게든 흘러 지금 상황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면 좋겠다. 이런 가운데 가끔씩 떠올리는 한국행은 우리 모두에게 무척 즐거운 기억이다. 그런데 그 기억들이 대단한 게 없다. 조심스럽게 친구를 만나거나, 언니네 집 근처를 산책하거나, 테이크어웨이 음료를 사서 마시거나 그런 기억들이다. 그런 기억들이 있어 지금도 견딜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친구의 동네 맛집에서 와플로 점심을 먹었다. 동네 맛집의 귀여운 와플 비주얼이 영국에서는 절대로 ..

[Korea2020] 일상 - 마린시티

누리의 여름방학 때 한국에 가면 다들 덥지 않냐고 물어온다. 세번째 여름 한국행을 해보니 덥긴 하지만 좋은 점도 많다. 바닷가에서 물놀이를 할 수 있고 휴가를 맞은 사람들과 시간을 맞춰 얼굴을 볼 수도 있다. 올해는 때가 때인지라 긴 시간 한국에서 보냈어도 부산 밖으로 따로 여행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부산을 떠나 서울과 지역에서 사는 지인들이 부산으로 휴가를 와서 얼굴을 보는 혜택을 누리기도 했다. 대학 선배도 역시 부산으로 휴가를 온다기에 잠시 해운대로 가서 밥을 한끼 먹었다. 전날 동기모임에서 만난 친구+선배 커플도 함께. 마침 언니가 해운대에 볼 일이 있어 차로 약속 장소까지 데려다준다고 해서 약속 시간보다 일찍 나가 커피를 한 잔 했다. 미리 찾아보니 약속 장소 근처에 천사다방이 있어서 갔는데..

[Korea2020] 일상 - 만남과 사진

한국에 돌아오기 전 대학동기 한 명과 연락이 닿아 그 친구의 가족과 만나기로 했다. 친구네 가족이 파견으로 프랑스 리옹에 잠시 나와 지낼 때 본 인연 때문에 아이들이 서로 가깝게 느낀다. 친구 부부가 모두 부산 출신이지만 지금은 부산을 떠나 지내고 있는데 마침 부부의 본가에 들를 겸 부산에 온다기에 시간을 맞췄다. 친구네 가족이 부산으로 오기 전날, 대학동기 몇이 술을 마시다 그 친구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서 연락을 한 모양이다. 다음날 부산으로 와서 날 만난다고 하자, 그럼 다 같이 만나자 그렇게 이야기가 흘러 다음날 생각지도 않았던 만남이 이뤄졌다. 보통 한국에 가면 편하게 연락할 수 있는(몇 년만에 연락해도 마치 어제 본 사람처럼) 대학 선후배 친구들에게 연락을 하는 편인데, 올해는 때가 때인지라..

[Korea2020] 일상 - 각자의 순간

두 달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한참 지난 것 같은 한국여행. 오늘도 누리와 한국에서 무엇이 가장 좋았는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누리가 한국여행 그리고 여름휴가 하면 떠오르는 것은 바닷가다. 해운대에서 한 물놀이. 작년에는 뜨거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서너 번을 갔던 물놀이인데, 올해는 한 번 밖에 가지 못했다. 그를 대신해 부산의 구석구석을 다니기는 했지만, 누리에게는 가장 즐거우면서도 여러 번 가지 못해 아쉬운 기억이다. 다행인 것은 바닷가에서의 물놀이 이외에도 한국에 간다면 꼭 하고 싶고, 먹고 싶은 기억이 남았는데 그 중 한 가지는 이모네 집근처 역 앞에서 먹은 버블티다. 버블티는 여기서도 좋아했던 것인데 자주 사주지는 않았다. 시내까지 가야하니까. 대신 버블티의 타피오카 펄을 사와서 집에서 해주기는 하지..

[Korea2020] 일상 - 가족여행2

부산의 구도심 - 초량동, 보수동, 남포동에서 우리가 이동한 곳은 수영에 있는 테라로사였다. 구도심에서 집으로 가는 방향이기도 했고 강릉의 테라로사에 다녀온 형부가 한 번 가보고 싶어한 곳이었다. 부산의 테라로사는 고려제강이라는 제철회사의 공장을 개조한 것이다. 내 기억으로는 공장이 폐쇄되고 난 뒤 부산 비엔날레라는 예술 박람회의 전시장 일부분으로 일반에 소개되었다가 다시 모델링을 한 후 4~5년전에 테라로사로 문을 열었다. 우리는 누리가 지금보다 더 어릴 때 한 번 가본적이 있다. 커피 맛이야 괜찮지만 높은 가격과 복잡함, 그리고 물리적 거리 때문에 다시 가보지는 않았다. 어쨌든 형부 덕분에 겸사겸사 GoGo. 누리의 워킹을 보시려면 ☞ www.youtube.com/watch?v=S_uSLN18jyQ ..

[Korea2020] 일상 - 가족여행1

한국에 가면 보통 가족들과 짧은 여행을 하곤 한다. 여행 속의 여행. 이번엔 때가 때인지라 오랫동안 주저하다가 부모님댁에서 멀지 않은 부산 인근 캠핑장에서 하루 묵기로 했다. 그마저도 아쉬워서 캠핑장에서 하루 묵고 다음날 통영으로 이동해 또 하루 묵기로 계획했다. 그런데-.1 캠핑을 며칠 앞두고 언니가 다리를 다쳐서 일명 '기브스'를 하게 됐다. 어차피 부모님과 함께 하는 여행이라 많이 걷지 않을테니 계획대로 가보기로 했다. 그런데-.2 우리가 캠핑을 계획했던 8월 초 전국에 많은 비가 내렸다. 강물을 막아 놓은 보가 터지고, 둑이 터지고 많은 곳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우리가 예정했던 날 즈음에 부산에도 호우 주의보 내려져 캠핑장에 문의를 했더니 괜찮다고 정상영업 한다며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어버렸다. ..

[Korea2020] 일상 - 다대포

이번 한국여행에서는 나도 부산에 살면서 가보지 않았던 곳, 그렇지 않으면 아주 어렸을 때 가본 곳을 몇 군데 다녀왔다. 그 중 한 곳 - 다대포. 부산은 바다에 접한 도시라 수영을 할 수 있는 해변이 많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일광, 임랑, 기장부터 송정, 해운대, 광안리, 송도 그리고 다대포. 다대포는 부산의 끝자락에 위치해서 부산에 오래 살았던 나도 가보지 않았다. 다대포에 가기 전에 왜 나는 다대포에 가보지 않았나 생각했더니 위치도 위치지만, 내가 어릴 땐 80년 초 간첩침투 사건으로 한동안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았다. 그래서 가보지 않은 것 같다. 그 이후로는 해운대가 크게 발전했으니 주로 부산에서도 바다하면 해운대로 갔다. 요즘 들어 지방자치단체들이 공원이다, 강변이다 정비사업을 많이 하면서 낙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