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22년 24

[Korea2022] 한국여행의 흔적

한국에 다녀온지 벌써 2주가 지났다. 짧아서 아쉬운 일정이었지만, 그래서 더 소중한 시간과 기억으로 남은 올해 한국여행. 예전처럼 먹거리 같은 걸 사오지는 않지만, 돌아오 보니 집안 구석구석 전에 없던 이쁜 플라스틱(?)들이 가득하다. 2주 전 일요일 저녁 런던에 도착해 월요일 아침부터 아이는 스트릿댄스 방학캠프로 월화수목금 등원(?)했다. 덕분에 시차 극복의 어려움은 없었다. 나는 나대로 생활전선에 바로 뛰어드느라 시차 때문에 힘들어할 여유가 없었다는 것도 다행이라면 다행. 한국에서 가족들이 해주는 밥, 친구들이 해주는 밥, 나가서 사먹는 밥 - 좋았던 시절은 가고 다시 세루 세번 집밥을 챙겨야 하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가족들이 챙겨준 홍삼을 챙겨 먹으며 또 내년까지 버텨야지. 한국에서 돌아오고 일주일..

[Korea2022] 아직도 코시국

올해는 좀 나아지지 않을까,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여전한 코비드시국. 거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더해져 더더 먼 길로 한국에 왔다. 유럽 공항이 북새통이라 연착과 지연으로 가슴을 졸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은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 없이 해외입국자 자가격리가 없어졌고, 24시간 이내 신속항원검사(RAT 또는 LFT)로 간단해져 앞선 두 해보다 나았다. 무엇보다 해외입국자 전용 이동수단이 사라져 런던-프랑크푸르트-인천으로 입국해 ‘일반’KTX를 타고 부산으로 올 수 있어서 수월했다. 인천-부산 내항기를 타던 시절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그런 날이 다시 올까-. 인천에서는 큰언니와 형부가 마중나와 광명까지 태워주었고, 부산역에서는 작은언니가 마중나왔다. 멀고 피곤한 길이었지만 덕분에 즐겁게 올 수..

[life] 꺼진 코비드 다시보기(feat. 길 위의 마스크들)

딱 일주일 전 아이가 코비드 대유행 이후 처음으로 마스크를 쓰지 않고 학교에 갔다. 지난 1월 아이가 코비드에 걸리고 마스크가 무슨 소용, 코비드로 자연면역도 생겼겠다 그냥 다니자라는 생각을 했는데, 아이가 마스크를 쓰겠다고 했다. 그리고 4월 초 아이가 백신 1차를 맞았다. 이제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했는데, 아이는 코비드에 다시 걸릴까, 한국에 가지 못하게 될까 걱정을 했던지 백신 2차를 맞을 때까지 쓰겠다고 혼자 정했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기 시작할 때 아이에게 "이제 코비드도 앓았고, 백신도 맞았으니 누구보다 (한동안은) 코비드에 걸릴 가능성이 낮다"고 안심시키면서 언제든지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지난 주 금요일은 올해 들어 가장 기온이 높은 날로 기록되었다. 30도쯤이었는데,..

[life] 타협할 나이

한국 나이는 물론 영국 나이로도 이제는 '아줌마' 옷을 입어야 할 나이. 영국에서 내 나이 이상의 여성들이 옷을 잘 사입는 M&S 옷 코너를 아무리 기웃거려봐도 색감이나 무늬가 전혀 타협되지 않는다. 시험 삼아 몇 개 입어보니, 내 나이대 여성들(그 이상의 여성들)이 왜 여기서 옷을 사입는지는 알겠다. 다른 브랜드에 비해 사이즈가 월등히 크게 나온다. 다른 브랜드 같으면 L 또는 그 이상을 입어야 하는데 여기서는 M 정도면 되니 사람들이 이 브랜드 옷만 입으면서 안심하는거다(?). 그러다 다른 브랜드 옷 한 번 입으면 충격에서 벗어나기 어려울텐데. 한참을 기웃거려도 감당이 안되는 색감이라 빈손으로 돌아나왔다. 이름만 이천쌀, 경기미인 미국에서 생산된 한국브랜드 쌀을 사먹었다. 9Kg에 £16~18 정도...

[life] 부활절 방학 2

부활절 연휴가 시작되면서 '아이만 방학'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부활절방학을 보냈다. 연휴 첫날은 앞에서 잠시 언급한 것처럼 아이와 비아트릭스 포터의 전시회에 다녀왔고, 연휴 두번째 날은 세월호 8주기 런던모임에 다녀왔다. 요즘 무릎 이상(?)으로 걷기가 어렵다. 천천히 걷다보니 약속시간을 넘겨 도착한 모임. 세월호를 기억하는 런던모임의 아저씨 4인방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우리 모임에 관심을 가진 한 유투버가 아저씨 1인과 인터뷰. 이 유튜버는 교사인데, 학교 단체 여행을 갔는데 어쪄다가 페리를 놓쳤다고. 그런데 마침 그 페리가 사고가 나서 우리 모임의 이야기가 남일 같지 않다며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했다. 모임의 아저씨들도 기억하는 페리 사고였다. 정말로 오랜만에 트라팔가 스퀘어에서의 모임이라, 코비드..

[life] 부활절 방학 1

블로그가 뜸하다 싶으면 100% 아이가 방학을 맞았다. 헥헥헥.. 지금은 2주 반 정도의 부활절 방학 중이다. 방학 첫주의 절반은 특별한 계획 없이 지냈고, 나머지 절반은 코비드 대유행 이후 처음으로 해외로 여행(친구네 방문)을 다녀왔다. 부활절 방학 직전에 거의 유럽 모든 나라에서 해외입국자 자가격리 규제가 없어지면서, 여행계획이 없던 아이 친구 가족들도 갑자기 항공권을 구입해서 다들 떠났다. 여행에 돌아와서 다음날 아이는 코비드 백신을 맞았다. 코비드 백신을 거부감 없이 맞았던 대부분의 지인들도 아이들의 백신 접종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일단 우리는 0번 이유는 아이를 (조금이라도) 보호하기 위해서 맞았다. 그리고 1번 이유는 (솔직히) 한국입국시 자가격리를 면제받기 위해서다. 한국에서는 6세 이상 ..

[life] 이상한 생일

지난 주 생일을 맞은 지비. 회사에서 생일날 주는 1일 휴가를 그 전날 당겨서 썼다. 나는 밖에서 일을 보던 날이라 점심시간에 만나, 내가 일을 보던 곳 근처 폴란드문화센터에 있는 까페에서 만나 점심을 먹었다. 예전에 일하던 회사에서도 그런 비슷한 시스템 - 생일날 1일 휴가가 있었는데 그때 지비가 나가서 점심을 먹자고 했다. '아이도 없이 내가 왜?'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말로 하지 않고 생각만하고 점심을 먹기 위해 나섰다. 집에서 멀지 않은곳에 어니스트 Honest라는 나름 맛집이 있어서 둘이 들어가 버거만 우걱우걱 먹고 나왔던 기억. 이번에는 내가 폴란드문화센터에 있는 까페에서 점심을 먹자고 했다. 샌드위치로 먹는 점심이 지겨워서. 음식을 기다리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각자..

[life] 모든 것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지난 주 아침에 바쁘게 갈 길을 가다가 커다란 목련, 자목련을 발견했다. 늘 가던 길이었지만, 며칠 만에 활짝 핀 자목련이 나의 시선을 잡았다. 바쁘게 가던 길이라 사진에 담지 못하고 가던 발걸음 재촉했다. 저녁에 같은 길을 되돌아오며 사진에 담은 자목련. 낮시간 동안 비도 오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아 자목련을 다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걸 많이 생각하고 있는 요즘이다. + 지지난 주, 한국 대통령 선거로 떠들썩한 날 아침부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카톡카톡 울려대는 휴대전화도 잠시 뒤로한채. 바쁜 시간을 보내고 휴대전화를 보니 오랜만에 친구가 메시지를 남겼다. 아이가 코비드에 걸렸을 때 우리는 괜찮았는지, 집에서 격리는 어떻게 했는지, 그런 안부인사였다...

[life] 혐오의 시대

볼로네즈소스로 파스타를 먹을 때마다 떠오르는 이야기 하나. 이탈리아인 친구에게 언젠가 볼로네즈 파스타를 만드는 법을 물어본적이 있다. 고기가 들어간 토마토 소스, 일명 라구 소스를 두고 친구는 "기본 4시간은 조려야"한다고. 쉽게 먹는게 파스타라고 믿었는데, 그건 소스가 준비되었을 때나 그런가 보다. 친구의 조리법을 듣고, 여기(영국) 조리법도 찾아보고, 한국인이 쓴 조리법도 찾아봤다. 그때 꽤 방문자와 이웃이 많은 어떤 블로거의 볼로네즈 파스타 조리법을 보다 '헐-'하고 말았다. 양파, 마늘 볶고, 고기 볶고, 여차저차 열심히 만드는 과정을 읽었다. 마지막 부분에서 소스는 파스타 위에 올려야지, 소스에 파스타를 넣고 볶는 건 "극혐"이라나. 그렇다고 혐오까지 할 필요가 있나. 그냥 취향인 것을. 물론 ..

[life] 20대 대통령 재외선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어제 대통령 재외선거를 하러 시내 한국대사관에 갔다. 날씨가 봄 같아 기분은 상쾌했다. 누가되도 희망을 기대하기 어려운 선거지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마침 시간이 맞는 지인과 만나 상쾌한 날씨도 함께 즐기고, 커피도 맛있게 마셨다. 아이가 주말학교로 등교할 때 다같이 집을 나서 아이와 지비는 주말학교로, 나는 시내로 갔다. 투표를 마치고 지인과 인근 공원 까페에 자리잡았을 때 집으로 돌아가 아침에 못다한 집안 정리를 끝낸 지비가 함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항의하는 집회에 가자고 연락이 왔다. “그래 나는 전쟁을 (너보다 더 )반대하는 사람이지만 사람 많은 건 싫으니 혼자가”라고. 그래서 영국 총리공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나는 집으로, 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