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Newbie Story

[+49weeks] 지비의 육아실험

토닥s 2013. 9. 4. 02:36

나는 누리의 변화를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는 편이다.  교육 시키거나 훈련 시키려 들지 않고.  그런데 지비는 다르다.  끊임 없이 누리의 행동과 변화를 관찰한 다음, 규칙을 찾아내거나 규칙을 만들려는 스타일.  시작은 그랬다.


실험 1


누리가 태어나고 집으로 온 뒤 지비와 함께 보낸 2주.  어느날 지비가 대단한 발견을 했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누리에게 우유를 주면 바로 변을 본다는 것.  태변을 하루에 몇 번씩 볼 때였으니까.

실제로 그랬다.  누리에게 우유를 주면, 그 양이 많건 적건 마치 장이 입에서 항문으로 일자로 만들어진 것처럼 좌륵 태변을 보곤 했다.  그 규칙에 대응하기 위해 우유를 준 뒤, 누리가 변을 본 다음 기저귀를 갈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우유를 먹은 뒤 잠들지 모르는 누리를 위해 우유를 주기 전에 기저귀를 갈곤 했는데 말이다.


실험 2


하루에 열번쯤 기저귀를 간다면 8번은 내가, 2번은 지비가 갈았는데 지비는 자신이 기저귀를 갈기 위해 벗길 때마다, 그 때에 맞추어 누리가 소변을 본다고 생각했다.  혹은 기저귀를 바꾼 다음 누리가 소변을 보거나.

나는 그저 타이밍을 잘못 맞춘 것뿐이라고 이야기해도, 지비는 누리가 자기를 골탕 먹인다고 생각했다.(- - );; 

버럭 화를 내기도 해서, 그것 때문에, 아기에게 버럭 화낸다고 말다툼을 한 적도 있다.  정말 우연일 뿐이데.
그래서 지비가 생각해낸 대응 방안은 기저귀를 슬며시 벗기는 시늉을 한 다음 다시 채운다.  누리가 기저귀를 갈았다고 착각하게끔.  그런 다음 10분쯤 지난 뒤 기저귀를 갈곤 했는데, 정말 그런 규칙이 있었는지 지비의 시늉 다음 누리가 소변을 보면 "봤지?"하면서 지비가 얼마나 좋아하던지.


실험 3


침대에 누리와 함께 뒹굴다 보면 누리는 꼭 침대의 가장자리로 기어가곤 했다.  나는 기겁을 하고 누리를 잡는 반면, 지비는 떨어져봐야 안다면서 관찰만하고 사고(?)를 방관했다.  훈련을 시킨다면서.  그 결과 침대에서 몇 번 떨어졌다.  지비가 버젖이 옆에 있는데도.  그 때마다 나는 버럭하고.

그런데 정말 그런 일이 있고서 웬만해선 누리가 침대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가장자리에서 아래를 빤히 쳐다볼뿐.  물론 가끔은 균형을 잃어 떨어지는 일이 더러 있기는 하지만, 무조건 가장자리로 돌진하지는 않는다.


그 밖에도 크고 자잘한 지비의 육아실험들이 있었는데, 대체로 때마다 분쟁의 이유가 되곤 했다, 기억이 안나네.




이건 실험이라기보다 훈련이지만, 최근 끊임없는 반복을 통해서 누리는 혼자서 젖병을 쥐고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지비의 훈련.  뭐, 이런 건 애가 크면 저절로 되는 거 아닌가 하는게 내 생각이지만, 지비는 무척 뿌듯해하고 있다.


지비가 자신의 사생활(신체)보호를 위해 지워달라고 했는데, 뭐 그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