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3년

[keyword] Religious Discrimination

토닥s 2013. 1. 17. 21:42

어제 네 명의 영국시민권자가 유럽인권법정에 종교적 차별을 받았다고 각각 제소한 것에 대해 법정은 한 건에 대해 종교적 차별을 인정했다.  Religious Discrimination은 해석하면 '종교적 차별'이지만 이 네 명의 영국시민권자가 제기한 것을 우리식으로 의역하면 '종교적 역차별'이다.  이 네 명의 영국시민권자는 크리스천Christian이었고 미국과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기독교christianity가 영국사회의 중요 근간임은 확실한데 이들이 자신의 종교적 신념이 차별받았다고 제소한 것이다.  물론 이들의 기독교가 다 같은 건 아닐 것 같다.  한국식으로 표현하자면 카톨릭, 기독교, 성공회 통틀어 기독교christianity라는 것 같다.


☞ 참고 http://www.bbc.co.uk/news/uk-21025332


법정이 사용자의 잘못을 인정한 것은 한 건, 영국항공에서 근무하던 한 여성이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유니폼 위에 십자가가 달린 목걸이를 착용했고 사용자인 영국 항공이 2006년 이 여성을 내근직으로 돌린 건이다.  하지만 2007년부터는 영국항공 내 규정이 종교적 상징물을 착용할 수 있다고 규정이 바뀜에 따라 이 여성은 물론 모든 노동자들이 십자가 등을 착용할 수 있게 됐다.  이 여성은 2007년 이전의 차별에 대해 소를 제기하였고, 법정은 이 여성에게 손을 들어주며 보상금 £1600와 소송비용 £25000을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이 건까지는 뭐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현재는 모든 노동자들이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상징물을 착용할 수 있게 되는데, 밑거름이 되었을 수도 있으니.  하지만 나머지 세 건은 왜 유럽인권법정까지 갔는지 좀 갸우뚱.


한 건은 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가 십자가 목걸이를 착용하는데 사용자가 이를 하게 못하게 한 것이다.  법정은 업무의 특성상, 목걸이가 금속이었나?, 재제의 사유가 인정된다고 했다. 

또 한 건은 런던의 한 구청에 근무하는 직원이 동성 커플의 결혼서약식에서 일할 것을 기독교적 신념에 따라 거부했고, 구청(호적담당)은 그녀를 해고했다.

마지막 한 건은 브리스톨의 한 자선단체에서 일하는 직원이 동성 커플에게 일종의 '상담치료'가 필요하다는 식의 조언을 한 것에 대해서 사용자가 그를 해고한 것이다.

간호사, 공무원, 상담자의 경우는 법정이 사용자는 노동자가 일하는 공간을 조정배치할 권한이 있다는데 손을 들어준셈이다.  보통 이런 내용이 노동계약서에 포함되어 있다.  사용자가 만만하지 않다.  그런데 사용자가 만만하지 않은 것은 둘째치고 구청직원과 자선단체 상담자 건은 그들이 자신의 기독교 신앙의 자유를 차별받기 이전에 다른 사람의 인권과 자유를 침해한 것 아닌가?


영국이 어떤 나라냐.  총리도 동성 결혼을 지지하고 나섰으며, 다양한 가족형태(동성 부모 포함)가 출현할 것을 앞두고 여권 신청시 기재하는 부모란을 father & mother에서 parent 1 & parent 2로 바꾼 나라다.  스타벅스와 맥도날드에선 스카프를 쓰고 일하는 무슬림을 볼 수 있고, 터번을 쓰고 버스를 모는 시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나라다.

그런 나라에서 동성 결혼서약식 서브serve를 거부한 공무원이나 동성 커플에게 '상담치료'운운한 상담자가 그들이 아무리 기독교 신앙 운운한다고 해도 많은 사람에게 지지 받기 힘들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나는 영국 사람들이 문화적 다양성을 마음 깊이 받아들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실을 제도가 반영했고, 그 제도에 따라 '인정'할 뿐이다.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것이 제도기 때문에 인정하는 것이다.


기독교인에 대한 역차별 어쩌고 해도 확실히 영국은 우리(한국) 수준 이상의, 우리가 가야할 우리 다음의 사회다.  이미 종교로, 피부색으로 차별할 수 없는 나라다.  그것이 비록 자신들의 기득권(기독교)과 상충된다고 하여도 제도가 사람들의 인식을 균형으로 끌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그런게 언제나 가능할까.

물론 그래도 여전히 차별은 존재한다.  축구봐라.  인종차별 이슈가 끊이지 않는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