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Newbie Story

[26weeks] 임신부는 전용 옷이 필요하다

토닥s 2012. 6. 17. 02:16

패션이랑은 거리가 먼 사람인데, 살면서 옷 때문에 요즘처럼 고민해 본적이 있나 싶다.


원피스와 레깅스 교복


심리적인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임신 사실을 알고 난 직후부터 이전에 입던 옷들을 입기가 힘들었다.  제법 쌀쌀한 날씨였지만, 겨울외투 안에 입을 적합한 니트원피스를 구입해서 레깅스와 함께 입고 다녔다.  추운 것보다 갑갑함이 더 참기 힘들었다.  매일 같이 그렇게 입고 다녔던터라 그 복장이 마치 교복처럼 느껴졌다.


임신부 바지 득템


2월말 폴란드에 갔을 때 지비의 가족들에게 임신 사실을 알렸다.  지난 여름 출산한 지비의 형수 이자 Izabella가 입으라며 임신부용 바지 두 벌을 주었다.  하나는 청바지, 하나는 검정색 바지.  이자는 나보다 키도 덩치도 작은 사람이라 작지 않을까 싶었는데, 역시 크기가 죽죽 늘어나야하는 임부복의 특성상 그럭저럭 입을만했다.

신기한 것은 길이는 약간 짧아도 허리는 그럭저럭 맞는데, 허벅지와 엉덩이가 너무 남는거다.  그래 나는 H 몸매고, 이 동네 사람들은 S 몸매라는거지.(-_- )a


드디어 임신부 전용 옷을 사야할 때


이자에게서 받은 바지로 그럭저럭 견디고 있는데, 5월말 쌀쌀했던 영국날씨가 반짝 더웠던 때가 있었다.  가슴팍의 땀띠와 목덜미의 두드러기로 가슴팍도 목덜미도 따가워 어쩌지를 못하고 있었는데, 날씨마저 갑자기 더워지면서 헉헉거리며 하루를 보내다가 집에 들어오는 길에 동네에서 가까운 갭 Gap에 들렸다.  늘 지나면서 아이들 옷과 임신부용 옷을 파는 걸 봤는데 한 번도 들어가 볼 생각을 않았다.  그런데 그 날은 도저히 못견디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게로 들어선지 1~2분도 안되서 얇은 소재의 반팔 셔츠를 집어들었는데, 직원이 문닫을 시간이라는거다.  그냥 살까 하다가 아무래도 이곳 옷 사이즈에 자신이 없어서 입어보지 않고서는 알 수가 없을 것 같아 다음날을 기약하고 돌아나왔다.


다음날 킹스톤에서 볼일을 마치고 다시 갭으로 가야겠다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마침 B언니가 여름옷 사러 가자고 해서, 전날 B언니도 더워서 헉헉, 킹스톤 하이스트릿으로 함께 갔다.  킹스톤 지리를 모르는 관계로 언니만 졸졸 따라다니다가 갭을 발견!  전날 골라들었지만 입어보지 못한 옷을 입어보고 바로 계산.  이자에게서 받은 바지가 약간 두꺼워 여름에 알맞은 바지를 하나 골라볼까 했는데 시간도 없었고, 임신부 전용옷이 생각보다 가격이 꽤 나가서 후딱 결정하기보다는 좀 생각해보고 골라보자는 생각에 반팔 셔츠만 구입했다.


물려 입는 옷·기능성 아이템


그날 뒤로 마터니티 Maternity 의류에 관해서 열심히 검색을 해본 결과, 다양하지도 않고 가격도 만만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런데 그 옷들이 계속 입어지는 옷이 아니라 한 때만 잠시 입는 옷이라, 둘째를 가지지 않으면 한 번이 끝이다, 덥석 구입하기가 망설여졌다. 

사실 의류만 그런게 아니라 복대 같은 기능성 아이템도 마찬가지.  한국에 있는 친구 S가 자기가 쓰던 복대가 있다고 보내준다고 해서 '야호!'했는데, 몇 되지는 않지만 가지고 있는 다른 임신부 옷도 보내준다고 해서 또 '야호!'.

친구가 그 소식을 전해오기 전에 주말에 나가 옷을 사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친구가 보내준다는 옷을 받아보고 더 필요한 아이템을 사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이래저래 물건을 늦게 받게되면서 물건을 받고 하려고 했던 쇼핑도 늦어지게 됐다.  지난 토요일은 물건을 기다리다가 더 이상은 못참겠다하면서, 그냥 기본적인 것들만 사자는 마음으로 옥스포드 스트릿까지 갔다.  하지만 '그래도 혹시'하는 마음으로 물건만 둘러보고 그냥 돌아왔다.  사실은 몇 가지 옷을 입어봤는데, 거울에 보이는 내 모습은 '내가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을 만큼 옷 태가 안나는 거다.  그래서 돌아나온 이유도 있다.(i i )


그러다가 이번 주 초에 기다리던 물건을 받았다.  무엇을 추가해서 사면 좋을지 선명해졌는데, 마침 이번 주부터 갭이 세일을 시작해서 사려고 마음 먹었던 옷들을 반값에 구입했다.  히히. (^ ^ )

이곳에 아는 사람도 없고, 더욱이 아이를 가진 사람은 주변에 없다, 한 때 쓰이고 말 것들을 고스란히 다 사야한다고 생각했는데 뜻밖에 친구에게서 받고보니 고마움이 물씬.  친구야 고마워!  나도 곱게 썼다가 다 나눠줘야지.


임신부는 전용 옷이 필요하다


입고 있던 옷들이 작아지기 시작할 때, 그래서 옷을 사야하는데 한 때 입을 옷들이라 부담이 된다고 친구 알렉산드라에게 이야기했더니 출산후에도 입을 수 있는 옷을 사면 되지 않겠냐고 했다.  아니면 넉넉한 사이즈거나.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만해도 '그런가'하면서 출산후에도 입을 수 있는 원피스형 옷들을 찾아 헤맸는데, 날씨덕에 갑작스레 임신부 전용 옷을 사고 보니 '그게 그렇지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한 T-셔츠만해도 단지 넉넉한 사이즈의 옷을 입을 때와 임신부 전용 옷을 입을 때 착용감이 다르다.  불어나는 배뿐만 아니라 가슴까지 고려해 만들어졌고, 디자인도 그런 체형을 고려해서 만들어진 탓에 그런지 한결 편하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소재들이 같은 면이라도 부드러운 면, 얆은 면을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임신부 전용 옷 구입의 어려움


무엇보다 어려움은 가격이다.  보통 옷을 구입하기 위해 찾을 수 있는 '저렴한 범주'보다 훨씬 그 '저렴함'의 폭이 좁은 것 같다.  더군다나 '한 때'를 위한 옷이라고 생각하니 더 가격 생각이 드는지도 모르겠다.


두번째는 구입의 편의성이다.  가격의 다양성도 넓지 않은 가운데, 가격대를 정하고 나면 그 물건을 손에 넣기가 쉽지 않다.   일반레깅스는 5개월이 넘어가면서 입기가 부담스러워졌다.  그래서 전용 레깅스를 사려고 마음먹었다.  브랜드마다 마터니티 섹션이 있기는 한데 모든 매장에 있는 건 아니라서 마터니티 섹션이 있는 매장에 방문해서 입어보고 직접 구입하려고 인터넷에서 검색해보고 가보면, 마터니티 섹션은 있는데 상품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결국은 온라인으로 주문했다.  사이즈가 잘 맞아야 할텐데.


개인적으로는 사이즈가 참 어렵다.  한국과 이곳이 같지도 않고, 내 몸도 예전과 같지 않아 어떤 사이즈를 골라야 할지 막막하다.  한국에서 M을 입었다면 이곳에서는 S를 입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요즘은 내 몸이 불어 그 S가 맞을지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직접 입어보고 사려고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았고.  또 하루가 다르게 불어가는 몸 때문에 나중에도 그 옷이 맞을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또 한 가지 개인적인 어려움은 적당한 두께와 길이의 옷을 구하는 것이다.  임신하면 체온이 올라간다고 들었다.  그래서 인지, 아니면 계절이 그래서인지 이곳에서 보는 임신부 전용 상의들은 민소매거나 어깨가 넓은 민소매, 결국은 민소매,가 많다.  친구S가 보내온 옷들도 한국의 여름이 더운 탓에 그런 류의 모양이었고.  그런데 영국의 여름은 한국과 같지 않아서 그렇게 더울 일이 없다.  그래서 나는 소매가  그야말로 '반팔'이거나 '7부' 정도의 길이를 찾는데 맘에 딱 맞는 옷을 찾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짧은 소매 위에 덧입을 임신부 전용 가디건을 하나 샀다.  여름이니까 두껍지 않은 것으로. 


꼭 필요한 것들만 산 오늘의 쇼핑을 끝으로 의류와 관련해서 더 이상은 사지 않을 생각이다.  어떻게 잘 견뎌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