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Stone of Sisyphus

[Storybook Dads] 감옥으로부터 온 아빠의 동화

토닥s 2012. 3. 16. 21:18
'Stone of Sisyphus'는 다양한 비영리단체나 그 활동을 기록하고, 나누기 위해 만든 카테고리인데 일년이 넘도록 비어만 있었다.  해외의 비영리단체라고 다 좋은 것도 아니고, 정말 좋다고 하여도 그대로 차용하여 어느 곳에나 이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론 한국의 활동이 훨씬 진보적이고, 뛰어난 영역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아이디어들을 기록하기 위해서, 더 넓게는 나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도 생산적인 자극이 되기를 바라면서 천천히 이 카테고리를 채우려고 한다.


아침뉴스가 끝나고 범죄와 관련된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TV를 시청한 것이라기보다는 넷북에서 파일을 변환을 하느라 낑낑거리고 있었고, TV를 끌 겨를이 없었다.  건성으로 화면을 보거나 듣고 있었는데 문득 '아!'하는 탄식이 흘러 나왔다.  시각장애인이나 저시력자를 위한 오디오북, 부모가 자신의 자녀에게 만들어주는 맞춤형 오디오북은 이미 알려진 것이지만 이 아이디어는 조금 달랐다.  감옥에 수감된 아빠가 읽어주는 동화라니.


Storybook Dads


스토리북 대디 Storybook Dads는 어떤 이유로든 감옥에 있는 아빠들이 자녀들에게 책을 읽어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이렇게 운영된다.  아빠들은 책을 고르고, 그 책을 읽는 것을 녹음한다.  녹음되어진 파일은 편집을 훈련받은 또 다른 수감자의 편집을 거쳐 CD로 제작된다.  편집과정에서는 실수가 삭제되거나 동화의 상황에 맞는 효과음이 첨가된다.  제작된 CD는 당국의 확인을 거쳐, 수감자의 자녀에게 보내진다.


작업은 간단하지만 그 효과나 성과는 무척 대단해 보인다.  수치로 얻을 수 있는 어떤 성과보다도 수감자의 자녀가 받게 될 정서적 안정이 포기할 수 없는 성과다.  누구에게나 아빠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비록 그 아빠가 감옥에 있을지라도.

두번째는 동화읽는 수감자가 얻게 되는 부분이다.  이 단체의 활동가가 이야기하기를 한 번 온 수감자는 꼭 다시 찾는다고 한다.  범죄를 통해, 또는 사고를 통해 사회와 격리되었지만 이 프로젝트를 통해 가족과의 끈을 놓지 않게 되고, 그래서 다시 사회로 돌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제공해 주는 셈이다.

Dartmoor 교도소 20여 명의 수감자들이 편집을 교육 받고 CD제작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이 중 3명은 스토리북 대디에 고용되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직업교육 프로그램의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이 프로젝트에는 영국과 아일랜드의 90여 교도소가 참여하고 있고, 여성 수감자들도 Storybook Mums라는 이름으로 참여하고 있다.  교도당국의 확인 작업때문에 현재는 영어로만 진행되고 있고, 비용은 기본적으로는 무료고 기부로 운영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1~2가 들기도 한단다.


참고 http://www.storybookdads.org.uk




어제 볼 일을 보러 나가면서 <나는 꼼수다>를 들었다.  3월 14일이 딸의 생일인 정봉주 전 의원이 지난해 12월 수감 직전 미리 녹음한 생일 축하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미리 녹음한 새해 인사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자랑스럽던 아빠가 감옥에 있는 현실을 초등학생 딸이 어떻게 받아들일까를 생각하니 참 착찹했다.  그런 일이 어제 있어 오늘 스토리북 대디가 더 '아!'하고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이유로 수감이 되었든, 감옥에서 온 아빠 또는 엄마의 동화를 듣는 아이들은 잠시나마 그들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