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떠나다./Europe

[네덜란드/독일] 몬샤우Monschau-드리란덴븐트Drielandenpunt-아헨Aachen

토닥s 2022. 5. 14. 20:41

친구네는 '계획없는 여행'을 즐기는 타입이어서, 여행을 준비하며 지비가 스트레스를 받았다. 지비는 계획이 있어야 하는 타입. 그런데 지나서보면 우리가 검색했던 것은 다 소용없었고, 친구는 '여기에 오면 이것은 꼭!'하는 것들이 다 마음 속에 있었던 것 같다. 우리는 다른 친구의 고향인 아헨Aachen을 보자는 정도의 계획이 있었는데, 친구네는 그곳에 살아서였는지 관광지로써의 흥미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런 친구가 '커피 한 잔 하러 가자'고 권한 곳이 몬샤우 Monschau였다. 아침밥 먹고 커피 한 잔하러 1시간 반을 운전해서 갔다.😵 이 친구의 스케일이란-.

몬샤우는 독일, 네덜란드 그리고 벨기에 접경지역에서 가까운 독일 타운인데 '스위스 마을'처럼 생겼다고 알려진 곳이라고 한다. 가서 보니 그렇긴 한데, 우리한테는 독일이나 스위스나 거기서 거기.

3살짜리 친구 딸램이 엄마 손은 안잡으려고 하면서 아이만 쫓아다녔다. 어느 부분에서는 아이가 힘겨움을 호소하기도 했는데, "네가 너무 좋은가보다"하고 달래주었다. 얼굴 하얀 사람만 보다가 저랑 비슷하게 생긴 사람을 만나서 그런게 아닌가 싶어 짠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화장실이 멋지다며-.😅

그리고 몬샤우에서 정말 커피 한 잔하고 동네를 둘러보고 간 곳은 독일, 네덜란드 그리고 벨기에 세 나라가 만나는 지점 - Tripoint라고 알려진 곳이었다. 현지어로 Drielandenpunt라고 불리는데, 구글번역 발음을 몇 번 들어봐도 잘 모르겠다. 들리는데로 적어본 이름이 '드리란덴븐트'.😰 경주 남산 저리가라 꼬불꼬불 산길을 운전해서 갔다.


이 지점이 세 나라가 만나는 지점이라고 한다.


이 지표석은 네덜란드에서 가장 높은 곳임을 알려주는 표시인데 한 300m 정도. 부산 금정산 고담봉이 800m니 정말 네덜란드는 평평한 나라다.
오래된 스타일(?)의 까페와 레스토랑이 있었는데 거기서 (다시) 차 한 잔만 테이크어웨이로 마시고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우리는 벨기에로 가서 주유를 하고(?) 다시 독일로 돌아왔다. 벨기에로 간 이유는 유류 가격이 독일보다 낮고, 친구네 보일러용 등유(인가 경유인가)를 구입하기 위해서였다. 친구 말로는 불법인데, 독일 국경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한다고. 법을 잘 지킬 것 같은, 법만 지킬 것 같은 독일 사람들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는 우리로써는 의외였다. 15년을 독일을 들고나며 살아온 친구의 말로는 '독일인들이 겉보기와는 다르다'며. 물론 자기 경험이 바탕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본인도 독일 사람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많이 깨게 되었는데 그건 개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역사적인 경험과 사회적인 변화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우리가 도착한 날 저녁 친구와 지비가 맥주도 살 겸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 바다 건너 섬나라에 살고 있는 우리라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알기는 알아도 피부로 느끼는 건 유가 상승 정도있다. 그런데 독일에는 밀가루, 달걀, 식용유 같은 품목들의 사재기 현상 때문에 아침에 장을 보러가지 않으면 그런 품목들은 사기 어렵다고 한다. 평소에 동네 농장에서 달걀을 사먹는데, 우리가 와서 달걀이 더 필요했던 친구는 저녁에 가서 달걀을 살 수 있었다고 횡재했다고. 우리는 독일인들의 사재기가 의외였는데, 친구는 아마 독일엔 지난 판데믹 초기 사재기한 식료품들을 아직 소진하고 있는 사람들도 제법 많을꺼라고.😵 전쟁을 경험한 사람들이라 공간이 허락하면 일년치 저장식품들을 보관하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게 친구의 설명.

길 위의 마스크 #171
길 위의 마스크 #172


그리고 저녁 시간이 다되어서야, 우리가 원래 이번 여행에서 가보려고 했던 아헨으로 갔다. 산책처럼 아헨 중심가를 구경하고, 독일에 간다면 꼭 먹어야 할 슈니츨schnitzel, 우리식으론 돈까스를 먹으러 갔다.

길 위의 마스크 #173 & #174
길 위의 마스크 #175
미네랄 온천(?)


슈니츨은 다 돼지고기인 줄 알았는데, 우리가 먹은 건 송아지 슈니츨. 슈니츨도 맛있었고, 까르보나라도 맛있었는데 다 먹고나서야 카드결제가 안된다는 말을 듣고 우리를 당황하게 했던 집. 친구는 자기가 먹은 정도를 지불할 현금이 있었는데, 우리는 없어서 인근 ATM으로 가서 인출을 해야했다. 아직도 현금만 받는 가게들도 많다고 한다. "그럼 탈세 가능성/위험성이 있는데?"했더니 "당연하지!"라고. 표면적으론 거대카드사들의 수수료에 대한 저항 이런 것들이지만. 정말 의외의 면이었다.


아헨의 명물 중 하나가 진저브레드. 물론 슈니츨이 인근 모든 국가들이 자기 전통음식이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진저브레드도 자기가 전통이라고 주장하는 국가/지역들이 많다. 그래서 원조인지는 모르지만, 둘러보니 진저브레드 가게가 많기는 했다. 짧은 아헨 구경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드럭스토어 DM에 들러 우리가 사고 싶었던 허브사탕을 싹쓸이했다.


+

친구 B는 요즘말로 '밀덕'이라고 하던가, 밀리터리 덕후다. 거기서도 좀 특화해 오래된 것들을 사랑하는 친구다. 소형모형 만들기도 하고, 오래된 군복들도 구입해서 역사 박물관 이벤트 날에 입고가서 자원봉사도 하고 그런 독특한 친구. 사진도 찍어 현상/인화하고. 혼자 놀아도 심심하지 않을 친구. 그 친구의 지하벙커를 구경하는 것도 아이와 내게는 재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