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떠나다./Europe

[네덜란드/독일] 암스테르담 Amsterdam

토닥s 2022. 4. 23. 18:39

2월의 어느 날 3월에 생일이 있는 지비에게 "생일선물은 뭘로?"하고 물었더니 영혼 없는 눈빛(?)으로 "선물은 필요 없고 여행이 가고 싶다"라고.  코비드 전에는 일 년에 한국과 폴란드 한 번씩, 그리고 영국 안팎으로 한 번씩 여행을 가곤 했는데, 코비드 이후엔 한국에 두 번 다녀온 것을 제외하곤 계속 집콕만 하고 있었으니 그럴 만도.  "그래 어디 한 번 가보자" 말 떨어지기 무섭게 항공권 폭풍 검색해서 폴란드 고향이냐, 폴란드의 서울인 바르샤바냐를 저울질했다.  고향의 가족보다(?)는 바르샤바에 정착한 친구가 더 끌리는 모양이었지만, "폴란드까지 가면서  고향에 안가면 두고두고 욕먹는다"는 '가끔씩만 며느라기'인 나의 의견을 받아들여, 독일에 살고 있는 친구네로 방향 결정.  다만, 독일로 입국/출국하는 항공권이 비싸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들어가서 네덜란드와 독일 국경 근처에 살고 있는 친구네로 가기로 했다.

 

출발하는 날은 목요일이었는데, 일주일도 더 전에 아이는 자기 여행가방을 꺼내달라고 난리법석이었다.  집이 비좁아서 출발하기 이틀 전에 꺼내 주겠다고 했는데, 아이가 졸라대서 월요일에 여행가방 등판.  그때 벌써 짐 싸 두고 목요일을 기다려 출발.

 

부활절 방학기간 직전에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해외입국자 자가격리 기준들을 많이 완화해서, 백신 패스만 있으면 입국 전 코비드 검사도 없이 여행할 수 있게 됐다.  아이 친구 가족도 방학이 시작되는 날 그 뉴스를 듣고 다음날 출발하는 비행기 표를 사서 바로 가버릴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계획에 없는 여행을 떠나게 되면서 공항은 유례없이 붐볐고, 미디어에는 검색대 통과가 늦어져 비행기를 놓친 사연들이 소개되곤 했다.  수화물이 없는 우리였지만 혹시 몰라 비행기 출발 2시간도 전에 공항에 도착했다.  잔뜩 긴장하고 공항에 도착했지만, 우리 비행기가 지연된다는 소식.  특이한 건 정시에 사람들을 태워서 비행기 안에서 한 시간을 기다렸다.  강풍으로 암스테르담 1개 런어웨이가 폐쇄돼서 이/착륙이 제한된 결과였다.  갈 수나 있으려나 걱정을 하고 있으니 아이가 '릴렉스 하라'며 쥐어준 장난감.  그렇게 기다려 도착한 암스테르담.  오랜만의 여행에 모두가 흥분됐는데.. 정말 강풍이었던지 바람 때문에 숨쉬기도 힘든 지경이었다. 😂

 

 

누리가 아기 때 암스테르담에 갔었는데, 그때 가서야 알게 된 사실이 유명한 먹거리가 팬케이크라는 사실이었다.  이름은 팬케이크지만, 한국식으론 두꺼운 크레이프.  그래서 이번에도 먹어보자 했는데, 우리가 지도에 표시해두고 간 식당들은 예약 없이는 먹을 수도 없었다.  배고프고 화나가려던 시점에 급하게 지비가 검색해서 찾아간 팬케이크 가게 해피 피그 Happy pig.  나름대로 '힙'한 곳이었는데, 유기농 재료들로만 만들어 파는 곳, 그런데 모든 음식들이 너무 달아서 '유기농으로 만들면 뭐하나'하는 생각을 하게 한 곳이었다.  일단 팬케이크 ✅

 

 

암스테르담에서 힘들었던 것 중에 하나는 화장실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었다.  우리가 점심을 먹었던 팬케이크 가게는 화장실이 없었고, 펍 같은 곳들은 건물에 있는 공중'유료'화장실을 이용하게 되어 있었다.  런던의 코벤트 가든에 이용료가 1파운드인 유료화장실이 있는데, 그 회사가 네덜란드회사 2theloo였다.  이런 문화에서 나온 건가-하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지비는 커피가 급하고, 나는 화장실이 급해서 다음 목적지였던 안네 프랑크 박물관에 가기 전에 근처 까페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그렇게 찾아들어간 허밍버드 Hummingbird.

 

허밍버드는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까페라기보다는 들어와서 커피만 슉-마시고 가는 곳이었다.  테이블 같은 것도 없이 저런 간이 의자만 몇 개.  특이한 건 들어오는 모든 손님들이 영어로 말했다.  재미있다고 우리들끼리 웃었다.😂 커피맛은 👍👍👍  암스테르담에 간다면 다시 찾아가고 싶을 정도.

 

 

그리고 공사가 한창인 길과 운하를 거쳐 첫날 목적지인 안네 프랑크 박물관에 도착.  사실 예약한 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도착했다.  입구에서 이러저러한 사정을 설명하고, 일찍 들어갈 수 있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바람 부는 날이면 당연히!"라고 친절하게 대응해줘서 일찍 들어갈 수 있었다.

 

예전에 암스테르담에 여행을 왔을 때 근처의 팬케이크 하우스에서 팬케이크를 먹다 안네 프랑크 박물관이 있는 걸 알게 됐다.  우리도 가볼까 하고 검색을 해보니 미리 예약을 해야 가능했다.  그래서 '다음'을 기약했는데, 이번이 그 '다음'이었다.  그래서 항공권을 구입하자 말자 예약을 미리 알아본 안네 프랑크 박물관,  4-6주 전부터 예약이 가능하다.

 

 

사진 촬영이 금지돼서 남은 사진은 없지만, 참 가볼 만한 곳으로 남았다.  당시 건물을 그대로 보존/복원해서 아이 나이 정도 되면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아이는 그냥 박물관인 줄만 알았지, 진짜 집인지는 몰랐다고.  안네가 딱 아이 나이 때 기록이라서 좀 쉬운 마음으로 갔다가 자료화면에 아우슈비츠 사진이 나와서 내가 깜짝 놀랐다.  우리는 가기 전에 동화책 버전의 안네 프랑크 책을 읽었다.  아이가 안네프랑크가 어떤 인물인지 알고, 그걸 실제로 볼 수 있는 경험이어서 좋았다.  지비는 이런 박물관은 30~45분이면 넉넉하다고 생각했는데, 한 시간 반 가까이 보냈다.  그 정도 시간 여유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우리는 가지 않았지만, 괜찮아보이는 까페도 박물관 내부에 있다.  아이 또래와 함께 하는 가족여행이라면 추천.  그렇게 7~8년 만에 안네프랑크 박물관 ✅

 

 

안네 프랑크 박물관을 예정보다 일찍 보게 돼서 조금 일찍 다음 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게 됐다.  친구네 집으로 가는 길에 유트레흐 Utrecht라는 도시에서 하루 묵기로 했다.  그 이유는 다음 포스팅에서-.😅

 

 

자전거를 끌고 올라갈 수 있는 홈.  한국(부산) 지하철역에서 비슷할 걸 보고 아이에게 말해 준적이 있었는데, 아이가 발견하고 즐거워했다.  역시 자전거 나라 네덜란드.

 

 

유트레흐로 이동하면서 저녁을 어디서 해결할지 폭풍 검색.  네덜란드에서 팬케이크만큼 유명한 게 해산물이라 갈등하지 않고 역과 연결된 몰에 있는 해산물 식당을 가기로 했다.  그런데 역에서 방향을 상실해 시간을 지체한 지비.  남편의 독립심과 문제 해결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서 가능하면 나서지 않는 나지만(?), 무릎 부상으로 힘든 터라 눈에서 불을 뿜으며 길 찾기에 함께 나섰다.👹  역 안에서 한참 헤맸는데, 어이없게도 역 밖에 나서니 찾던 레스토랑이 바로 보였다.  화사한 분위기와 친절한 안내에 그전까지 눈에서 뿜어내던 불길은 거두고 하트 뿅뿅으로 전환.😍

 

 

해산물 2인분, 굴 한 접시, 오징어튀김, 감자튀김 그리고 각자 맥주/탄산수/녹차를 주문했다.  게, 홍합, 새우, 꼬막(사촌) 정도만 즐기는 아이에게 바다 고동 Whelk 빼서 먹는 법을 알려줬다.  아이가 한참 동안 바다고동 빼는 재미에 빠졌다.

 

 

너무 많은 거 아니냐고 처음엔 걱정했지만, 모래펄에서 잡은 새우 정도만 빼고 다 해치웠다.  저 새우도 달달하게 조리돼서 맛은 있었는데, 서걱거리는 모래를 참을 수가 없어서 먹지 못했다.  조개도 그렇고 유럽에는 '해감'이라는 개념이 없는 것인지-.  오랜만에 해산물로 모두가 행복했던(?) 저녁.  세금을 포함한 식사 가격이 87유로였는데, 영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가격이었다.  사면이 바다인 섬나라 영국인데, 해산물이 비싸다.  그것은 아직도 내게 미스터리다.  네덜란드에서 해산물 ✅

그렇게 행복한 저녁을 마무리하고, 아이의 최애 호텔이 된 목시 Moxy로 기차를 타고 갔다.  기차로 이동한 거리는 1~2분.  예전 같으면 지비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인데, 내가 무릎 부상으로 걷기가 힘들어 전에 없는 호화 여행(?)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