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21년

[life] 언제까지 마스크를 써야할까? (feat. 길 위의 마스크들 in Korea)

토닥s 2021. 9. 21. 22:59

어제 기다리던 GCSE 수학 수업이 시작되었다.  온라인 수업을 기대했지만, 주 2회 수업 중 1회는 교육센터로 가야 한다.  저녁 식사를 준비해두고 운전해서 간신히 시간에 맞추어 강의실에 들어갔다.  넓은 공간에 테이블과 의자가 띄엄뛰엄 놓여있었고, 입구 옆에는 일회용 마스크와 손소독젤이 그리고 각각의 테이블 위에는 코비드 자가 테스트 키트가 하나씩 올려져 있었다.  올때마다 테스트를 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아프면 테스트를 하고 오지 말라는 무언의 안내였다.

 

쉬는 시간도 없이 진행된 3시간짜리 수업이었는데, 그 시간 동안 나는 계속 마스크를 썼다.  강사와 다른 두 학생은 처음엔 '일명 덴탈 마스크'라는 일회용 마스크를 썼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모두 턱 아래로 내린채로 있었다.
비교적 편해보이는 마스크를 골라들고 갔는데(KF-80), 3시간 동안 쓰고 있자니 귀가 아팠다.  아이는 작년과 올해 혼자서 학교에서 마스크를 쓰는데, 어떻게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쓸까.  내 귀보다 마음이 더 아팠다.  집에 돌아와서 학교에서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쓰면 귀가 아프지 않은지 아이에게 물었다.  쉬는 시간에 운동장에서도 벗고, 점심 시간에도 벗으니 하루 종일 쓰고 있는 건 아니라는 아이의 대답.  언제까지 마스크를 써야할까?  어른들이 백신을 맞는 동안, 그런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이 밀접/밀집/밀폐된 교실에서 하루를 보내는 아이들이 언제까지 마스크를 써야할까?  물론 이곳의 아이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그런데도 혼자서 마스크를 쓰고 학교에 가는 아이.  

 

전문성 1도 없는 나의 생각으로는 영국은 아이들에게 마스크를 씌우기보다 5세 이상 백신 접종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어제 화이저의 5-11세 백신 접종 효과 및 안전성에 관한 뉴스가 나왔다.

https://edition.cnn.com/2021/09/20/health/pfizer-child-vaccine-data/index.html

 

Covid-19 vaccine for 5- to 11-year-olds is safe and shows 'robust' antibody response, Pfizer says

A Phase 2/3 trial of Pfizer/BioNTech's two-dose Covid-19 vaccine for children ages 5 to 11 showed it is safe and generated a "robust" antibody response.

www.cnn.com

사실 나는 아이들이 마스크를 쓴다면,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쓴다면, 개인 위생을 절저히 지키면서 자기절제를 한다면 모든 사람이 백신을 맞을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기서는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으니 백신 접종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아이들 백신 접종은 정말 어려운 문제다. 

지난 주 아이 학년에서 두 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영국은 지난 학기까지 유지한 학년(버블) 내 확진자 발생시 학년 자가격리 원칙을 없앴다.  심지어 가족이 코비드에 걸려도 아이는 증상이 없다면 등교 가능할 뿐 아니라 코비드 검사도 의무가 아니다.  영국은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들도 다시 코비드에 걸리는 경우가 증가하면서 이번주 부터 50세 이상 부스터 접종(3차 접종)이 시작됐다.  코비드로 인한 사망자 수만 증가하지 않을 뿐, 전체적인 확진자와 병원 입원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 중 15세 미만 확진자 증가세는 뚜렸하다.

이렇게 저렇게 해서 영국에서 5세 이상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면 나는 과연 아이의 백신 접종을 선택하게 될까?  내 아이가 백신 접종을 하더라도, 대다수 아이들이 백신 접종을 하지 않는다면 아이는 여전히 마스크를 써야할지도 모른다.  과연 이 마스크는 언제까지 써야할까?

 

+

 

한국에서 6주 동안 찍은 길 위의 마스크는 4개다.  가는 길이 바빠서 찍지 않은 것도 있지만, 여기보다 길 위에 떨어져 있는 마스크가 월등히 적었다.  한국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어제 이곳에서 마트에 가며 찍은 마스크만해도 3장이다.  그리고 매일 1장을 길 위에서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어쩌면 코비드를 푸는 열쇠는 (뜬금없이) '자기절제-시민의식' 그런 게 아닐까-.

 

길 위의 마스크 in Korea #101
길 위의 마스크 in Korea #102
길 위의 마스크 in Korea #103
길 위의 마스크 in Korea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