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3153days] 판데믹시대, 아이들에게 길을 묻다.(feat. Big Ask)

토닥s 2021. 5. 8. 01:15

무엇인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누리가 4살 때쯤 누리의 과외활동(폴란드 주말학교 관련이었을듯)에 관해서 교사인 언니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랬더니 언니의 대답이, "누리한테 물어봤나?"였다. "..."  답할 말이 없었다.

 

누리가 발레를 좋아하고, 학교 체육을 대신해서 한 스트릿댄스도 열심히 해서 학교 선생님이 학교에서 뽑아서 하는 방과후 댄스 워크샵에 누리를 추천했다고 한다.  그런데 누리가 하지 않겠다고 해서 내가 "왜? 무료인데 왜?"물었다.  누리는 지금하고 있는 바이올린 레슨과 겹칠지도 모르고, 여름이 다가오니 친구들과 파크에서 놀고 싶다고. "어.. 그래.  하지만 무료인데."  

 

우리는 누리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노력하고, 그렇게 믿고 있지만 그건 우리 생각일지도 모른다.  그럴 때, '아이를 위한 결정'이 필요할 때 '내가 아이였다면?'하고 예전에 아이였던 나의 입장으로 돌아가보려고 하지만 너무 오래되기도 했고, 시대도 달라 겨우 떠올린 기억들이 의미가 없을 때도 많다.  하지만 우리는 아이가 편식할 때 입장은 너무 잘 이해하는 편이다.  "나도 어릴 때 그랬어"하면서. 🙈  정말 '아이를 위한 결정'을 할 땐 아이에게 물어보는 게 답이다.  하지만.. 가끔은 번거롭기도..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전염병 대유행의 시대에 아이들의 마음,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을 아이들에게 직접 묻는 조사가 영국(잉글랜드)에서 지금 진행중이다.  바로 Big Ask다.

 

www.bbc.co.uk/news/education-56795922

 

Big Ask: Children in England asked their hopes for post-Covid future

Millions of children in England will be surveyed in an attempt to tackle "generational problems".

www.bbc.com

4월 중순부터 한 달 동안 아이들에게 지금의 기분과 생활 및 교육 만족도, 그리고 미래를 생각할 때 염두에 두는 것들을 4-17세 아이들에게 연령별로 묻는다.  아동국 Children's Commissioner에서 진행하는 이 조사는 앞으로 현재 아이들의 상태를 기록하고, 앞으로 이 아이들을 위한 정책을 마련할 때 반영하게 된다.

뉴스에서 읽고 '아.. 정말 아이들에게 물어봐야지'하고 생각했는데 며칠 전 아이의 학교에서 이 조사에 참여를 권장하는 이메일이 왔다.  나도 질문이 궁금하고, 그 질문에 대한 누리의 대답도 궁금해서 잠자리에 들기 전 누리와 함께 해보기로 했다.  그런데 어떤 질문에서 누리는 내 시선을 의식해서 혼자 하라고 내버려뒀다.  그래도 곁눈질로 조금식 훔쳐봤다(?).🙊

 

첫번째 현재의 상태를 묻는 섹션에서 누리는 지금 기분 상태를 묻는 질문(3가지 복수응답)에 '행복하다', '안전하다'라고 답하는데는 주저함이 없었는데 '걱정이다'라고 답할 때 내 시선을 의식했다.  

 

 

 

 

세부사항으로 들어가 교우관계(friendship), 교육(education), 놀이시간에 대한 만족(how much I can play), 놀이공간에 대한 만족(the places I can go to have a fun), 가족(family life), 가족의 건강(family's health) 그리고 전반적인 만족도(my life overall)를 물었다.

 

 

 


두번째 섹션은 아이가 생각하는 미래에 관한 부분이었다(5개 복수응답).  어른이 됐을 때 삶의 질을 높이는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물었다.  어른인 나는 솔직함과 가식 사이에서 약간 고민하는 사이 누리는 주저하지 않고, '현재의 가족과 좋은 관계', '좋은 친구', '건강', '좋은 교육' 그리고 '이외'를 꼽았다.  이외에 주관식으로 뭘 적었는데 보여주지 않았다.

 

 

 

이 섹션의 마지막 질문은 미래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무엇인가를 바꾼다면 무엇을 바꾸고 싶은지였다.  누리의 대답이 궁금했는데, 누리는 주관식+객관식인 이 질문에 '아무 것도 바꾸고 싶지 않다'는 답을 골랐다.  누리는 현재의 삶에 만족하고 있거나, 주관식으로 답하기가 싫거나.😅  속마음이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내가 묻는 순간 '답'을 생각해낼 것 같아서.

 

세번째 마지막 섹션은 인구학적 통계 - 연령과 성별 그리고 문화적/인종적 배경을 물었다.  간단히 답하고 나면 Big Ask는 끝.  누리는 본인에 관한 설문을, 본인이 직접 읽고 답했다는 사실에 무척 뿌듯해하는 것 같았다.

 

 

 

 

이 Big Ask는 1940년대 정부에게 위임받은 윌리엄 베버리지William Beveridge가 펴낸 전후 영국인의 삶의 개선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조사한 보고서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이 조사보고서는 세계 2차 대전이 끝나고 등장한 노동당 클레멘트 애틀리Clement Attlee 정부가 전후 영국 재건 및 사회복지의 기초를 마련하는데 반영되었다고 한다.  애틀리 총리 는 우리도 한 번쯤 들어본 무덤에서 요람까지라는 슬로건으로 복지국가의 밑그림을 그리고 국민의료서비스인 NHS를 만든 정치인이다.  때문에 가장 존경하는 역대 총리에서 빠지지 않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번 아동국에서 진행하는 Big Ask 조사는 베버리지의 조사처럼 국가의 시스템을 새롭게 그리는데 영향을 주는 조사는 아니지만, 우리 세대가 경험하지 못한 전지구적 전염병을 경험하는 동안 아이들은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 알아보는데 의미있는 조사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학업성취가 예전과 같지 않다고 걱정 가득한 뉴스만 쏟아내지 말고, 아이들의 기분은 어떤지 물어봐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겐 위로가 될지도 모르겠다.  

 

+

 

아파서 학교를 가지 못한 누리에게 점심으로 뭘 먹을껀지 물었다.  입맛이 없다길래 "컵라면?"하고 물었더니 방글방글 웃는다.  해로운 음식도 아이가 행복하다면 즐겁게 먹어야지.  그래서 우리는 오늘 주먹밥과 컵라면을 점심으로 먹었다.  아파서 입맛이 없다는 아이는 컵라면에 주먹밥을 적셔가며 즐겁게 먹었다.  그래, 그럼 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