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부활절 방학이 시작된 이번 주 내내 너무 추운 날씨들의 연속이었다. 해가 잘 뜨지도 않았지만, 기온마저도 5도 근처. 지난 수요일 홀랜드 파크 놀이터에서 S님과 만났다. S님은 아이가 없지만, 누리를 두고서는 또 갈 수 없는 게 나의 처지라. 도시락을 싸서 집을 나설 땐 햇볕이 있었다. 그때 기온이 3도. 햐-. 이 날씨에 도시락까지 싸들고 집을 나서나 싶어 조금 우울+서글픔. 집에서 이불 둘둘말고 있고 싶지만, S님과의 약속도 약속이고, 누리와 하루를 집에서 보내는 건 또 다른 스트레스라 집을 나섰다.
생각보다 금새, 10여 분만에 도착해서 주차는 했는데, 주차비 지급을 위한 앱을 까는데 한 30분 걸렸다. 그것도 주차장까지 우리를 찾으러 온 S님이 모바일 인터넷 공유해줘서 가능했다. 그 사이 햇님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매서운 바람만 씽씽부는 놀이터에서 누리는 열심히 놀고, 우리는 오돌오돌 떨면서 그 동안 못나눈 이야기들을 나눴다.
한 시간 반쯤 흘렀을 때 도저히 추워서 견딜 수가 없어서, 나는 사실 그날 바지 안에 유X클로 울트라 웜 히트텍도 입었는데, 싸온 도시락을 차 안에서 먹기로 했다. 놀이터를 떠나기 전 아쉬워서 하던 누리와 S님의 포토세션이 한 동안 이뤄졌다. S님이 잘한다 잘한다하니 누리는 더 신이 났다. 정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더니.🐳 놀이터에서 찍은 6장의 사진은 S님이 찍은 사진들이다.
겨우 포토세션을 마치고 차 안에서 싸온 샌드위치와 커피를 먹었다. 누리가 차 뒤에서 수도쿠를 하는 동안에도 이야기를 이어갔지만, 시간이 부족한 것은 마찬가지. 따듯한 5월 다음 기회를 약속하고 헤어졌다.
우리집엔 토끼 인형'들'이 있는데 세 마리 중 두 마리가 S님이 누리에게 선물한 것이다. 한 마리는 누리가 태어날 때 친구 G가 선물해서 한국도 한 대 여섯번은 다녀온 토끼다. 태생은 중국일텐데 영국에 와서 한국까지 날아간 토끼라니. 누리가 4살 때 타이완에 갔을 땐 그 세 마리 토끼를 다 데리고 갔었다.🤪 그런데 그 날 S님이 또 한 마리의 토끼를 선물해주셨다.
그래서 네 마리가 된 토끼 인형. 누리는 새로 받은 보들보들한 토끼(왼쪽에서 두 번째)가 가장 좋다고 한다. 그래도 나는 산전수전 함께 겪은 오래된 토끼(가장 오른쪽)이 가장 애정이 간다. 비록 이제 보들보들함은 사라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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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날 만난 S님은 이제 토끼이모가 됐다. 만날 때마다 토끼를 주시니. 🐰
고마워요! 날씨가 따듯해지면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