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2454days] 폴란드 스카우트 75주년

토닥s 2019. 6. 9. 07:40
지난해 전송식('리본 돌돌')과 함께 꼭 블로그에 남기고 싶었던 스카우트 75주년 행사.  작년 7월에 있었던 행사다.

포스팅 제목을 폴란드 스카우트 75주년이라고 달았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폴란드 스카우트 - 영국 동남부 그룹 Baltyk의 75주년 행사다. 

이 행사를 가게 되면서 알게 된 사실이 스카우트의 발상지가 영국이라는 점이다.  웬지 미국일 것 같았는데.  스카우트가 생기고 몇 년 지나지 않아 폴란드에도 스카우트가 생겼다.  이후 폴란드인들의 영국이민이 시작되면서, 문화와 언어 계승 차원에서 영국에서의 폴란드 스카우트도 시작됐는데 누리가 속한 그룹은 그 중에서도 영국 동남부 그룹이다.  그 그룹의 75주년 기념 행사가 런던 남부의 한 학교를 빌려 진행됐다.  폴란드 스카우트는 물론 폴란드 이민 역사를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그날 참가한 최고령 할머니는 이 그룹에서 70여 년 활동했고, 부모님이 이 그룹을 만드는데 참여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일본에 있는 조선학교의 설립 이야기와 겹쳐 재미있게 들었다.  물론 나는 지비의 통역을 통해 들어야 했지만.  참가한 누리야 그 의미를 알리 없지만, 지비가 그날 보고 들은 이야기에 더 고무된 것 같았다.

누리가 폴란드 주말학교와 폴란드 스카우트를 하게 되면서 폴란드인들의 영국 이민 역사를 더 많이 접하게 됐다.  물론 내가 알게 되는 부분은 아주 일부분에 지나지 않지만.  이런 이야기들을 주변 사람들과 나누면, 지비가 폴란드 향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종류의 폴란드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폴란드 커뮤니티가 영국에 동화되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보기도 하고.  그럴지도 모르지만, 놀라운 것은 이 커뮤니티를 이끌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2004년 폴란드가 EU에 가입한 이후 영국으로 온 젊은 폴란드인들은 폴란드 커뮤니티를  '노땅' 취급하기도 한다.  사실 영국에서 태어난 폴란드인들이 유지하는 폴란드 문화라는 게 그 부모세대에게 물려 받은 것이다보니 오래된 것도 사실이다.  얼마 전 다른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오래됐다고 다 나쁜 것은 아니지 않나.  폴란드는 사회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전통문화가 많이 단절된 편인데, 되려 해외로 이주한 사람들이 그 문화를 지키고 사는 느낌도 있다.  하여간 오래된 이민역사를 옆에서 지켜볼 수 있는 기회다. 

그렇게 일궈지고 유지된 스카우트의 기념행사니 참가한 사람들에겐 무척 의미있는 날이었다.  누리 그룹의 선생님도 50대 후반인데 영국에서 태어나고 이 스카우트 그룹과 일생을 보낸 분이다.

누리가 속한 유아 스카우트의 마스코트 - 난쟁이.  학교마다 다른 마스코트가 있다.

75주년 기념행사로 진행된 합창제. 

누리가 다니고 있는 주말학교의 고등부 스카우트가 이날 합창제에서 최고상을 받았다.  이날 최고상을 받은 큰언니들은 작년 폴란드 독립 100주년 기념행사가 열리는 로열 알버트 홀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불렀다.

합창제가 끝나고 결과가 집계되는 동안 이 그룹 OB, 아니 OG - old girls의 특별 무대가 있었다.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만든 노래를 이날 참가한 OG들이 불렀다.  대부분이 60~70대.  정말 감동이었다.

우리를 주말학교에 이르게 해준 누리 어린이집 친구 엄마도 이날 초등 스카우트를 하고 있는 딸을 데리고 왔다.  그 엄마도 영국에서 태어난 폴란드인이고, 지금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주말학교와 스카우트를 다녔던 한 사람이다.  자기가 하던 고등부 스카우트 스카프를 하고 왔다.  그 엄마는 자신과 같이 영국에서 태어난 폴란드인과 결혼해 가정을 꾸렸다.  부부는 어떤 언어를 쓰냐고 물었더니 아이들이 있을 땐 폴란드어를, 둘이 있을 땐 영어를 쓴다고 한다.(^ ^ )

75주년 전시의 일부분.  각 학교 그룹들의 활동과 역사가 전시됐다.

이날 행사는 한국으로치면 KBS월드 같은 TVP채널에서 취재해갔고, 방송으로 나갔다.  누리가 속한 유아 스카우트가 가장 어린 그룹이어서 '그림'이 되니 방송의 부분으로 나간듯 하다.  방송뿐 아니라 여러 곳에서 취재해가서 뉴스가 됐고, 공식 페이지 등에 많이 올라 갔기 때문에 아이들 얼굴을 특별히 가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론 일본의 한국인 이민사과 겹쳐져 흥미로운 행사였다.  쏟아지는 햇살이 힘들기는 했지만, 분명 제법 거리가 있는 런던의 남부까지 간 보람이 있었다.

+

오늘도 지비와 누리는 주말학교를 대신해서 폴란드 공연을 보러 갔다.  폴란드에서 온 예술팀이 집에서 멀지 않은 폴란드예술문화센터에서 공연했다.  이런 공연을 보기 위해 다른 도시의 주말학교는 버스를 렌트해서 오기도 하고, 런던 안에서도 한 시간 걸려 오기도 하는데 우리는 5분만에 갔다.  폴란드예술문화센터는 물론 커뮤니티가 멀지 않은 곳에 사는 것이 혜택이라면 큰 혜택인 것 같다고 지비는 이야기했다.
한국 주말학교가 우리에겐 멀어서 생각도 못해본 것을 떠올려보면 정말 큰 혜택은 혜택이다.  부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