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2437days] 폴란드 문화의 날 Polish heritage day

토닥s 2019. 5. 23. 00:48
지난 토요일 집에서 멀지 않은 공원에서 폴란드 문화의 날 행사가 있었다.  폴란드 문화센터가 바로 그 공원 입구다.  아주 대단한 행사는 아니고 폴란드 음식을 팔거나, 폴란드 식료품점이나 이민관련 회사가 홍보부스를 차리고, 아이들 대상으로 폴란드 관련 퀴즈 액티비티를 하는 정도.  메인 무대에서는 간단한 공연하고.  나는 시내로 볼 일을 보러가고 지비가 주말학교를 마치고 다른 가족들과 함께 누리를 데리고 갔다.  사실 지비는 이런데 열심히인 폴란드인은 아니었는데, 왕성한 맘 두 명에 이끌려 여기저기 다니게 됐다.  그 왕성한 맘 둘은 각각 남편이 영국인과 이탈리아인이라 우리가 처한 환경이 비슷하다고 느끼는지(그 집 애들도 폴란드어를 잘못한다.  누리더러 잘한다고 할 정도니.) 자주 지비에게 이런저런 정보를 보내온다.

나는 나대로 시내에서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고, 지비 누리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믿는다).

달달구리 묶음을 부상으로 받은 보물찾기&퀴즈도 즐거웠지만 2파운드를 내고 한 비누방울 체험이 가장 재미있었다는 누리. 

각자가 바쁜 토요일을 보내고 일요일은 집에서 뒹굴 계획이었다.  그런데 아침을 먹으며 문화의 날 둘째날 행사가 역시 집에서 멀지 않는 폴란드 교회 앞에서 열린다는 걸 알게 됐다.  정말 식료품점부터, 문화예술센터, 교회 없는 게 없다.  전날 공원에 함께 갔던 폴란드맘이 폴란드 전통댄스를 배우는데 거기서 공연을 한다고 해서 자세한 정보를 보내왔다.  딱 점심 먹고 난 뒤가 그 맘 공연 순서라 산책삼아 가보기로 했다.  가서보니 스트릿 파티였다.  정식무대가 있거나 하는게 아니라 골목 양쪽을 막아놓고 공연도 하고 음식도 사서 먹고 그런 행사였다.

말은 몰라도 대충보니 마을 처녀들과 총각들이 주거니 받거니 하며 춤을 추는 구조였다.  또 누리는 나를 위해 설명을 해준다며 아는 척척척-.

그리고 애들이 나와서 노래하고 바이올린 연주하고, 아저씨가 나와서 아코디언 연주하고.  그리고 누리가 기대하던 마술쇼(?).  타이틀은 사이언스쇼였다.  영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은퇴한 폴란드인 화학 연구자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쇼였다.  지비 말로는 그 할아버지가 자신은 마술사가 아니라 과학자라고 했다지만, 아이들은 그 말을 듣고도 마술쇼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화학물질을 섞을 때마다 색이나 물질의 형태가 변하는 것을 보여줬다.

말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재미있었다.  지비말로는 참가한 사람 90%가 주말학교에서 온 가족 같다고.  그러면 아이들 대부분도 많이 알아듣지 못했을텐데, 이 할아버지 연구자의 쇼는 인기절정 & 초집중이었다.  이 할아버지가 타고온 차는 마치 1960년대에서 온 차 같았다.  지식도 있으시고, 연예인 기질도 있으시니 이 방면으로 제 2의 인생 사실듯하다.

+

폴란드의 이민 역사가 길기 때문에 이런 자리를 채우는 어르신들도 영국서 태어나거 자란 경우가 많다.  누리 친구의 부모들도 대부분 여기서 태어나고 자란 2~3세대.  되려 폴란드에서 나고 자란 젊은 이민자들은 이런 행사에 오지 않는다.  그 젊은 이민자들이 보기에 이런 행사는 너무 올드 패션.  폴란드 떠나온지 오래거나, 그보다 더 오래전에 폴란드를 떠나온 부모세대에게 배운 폴란드와 문화기 때문에 올드한 것이 당연하다.  올드한 게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럼 나도 올드한 건가.  사실 그렇기는 하지.ㅠㅠ

여러 번 이야기하지만 폴란드와 한국은 정말 닮은 점이 많다.  폴란드 사람만 폴란드어를 쓰듯이 한국 사람만 한국어를 쓰는 것도 그렇고, 식민지 역사가 그렇고, 각각 사회주의와 독재시절을 거치며 역사의 단절기를 거친 것도 그렇다.  술 많이 마시는 것도 물론.  폴란드를 알면 알수록 흥미로운 이야기거리들이 있는데-, 풀어낼 시간이 없다.  그리고 결국은 기억에서 잊혀진다.  아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