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2312days] 공연 좀 본 아이

토닥s 2019. 1. 18. 09:51
지난 주 누리 학년이 현장학습school trip을 갔다.  런던 시내에 있는 일러스트레이션 관련 박물관에 가서 워크샵을 했다.  도시락을 준비해 갔는데 가서보니 도시락을 먹을 공간이 없는 곳이라 도시락은 학교로 돌아가 먹기로 하고 워크샵 후 밖에서 간식만 먹었다고 한다.  학교로 돌아와 점심을 먹은 시간은 1시 반.  도우미로 따라나선 엄마와 누리 하교 전에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그 이야길 듣고 너무 놀랐다.  마침 그날이 유난히도 추웠던 날이었다.
우선은 도시락을 먹을 곳이 있는지 확인하지 않은 학교가 문제지만, 유료의 워크샵을 운영하면서 그런 시설이 미비된 박물관과 유난히도 추웠던 날인데 예외적인 관용을 베풀지 않은 박물관이 실망스러웠다.  누리는 재미있었다고 했지만 여지 없이 감기가 걸렸다.  그래서 주말과 월요일을 집에서만 보냈다.

월요일 내 일정을 포기하고 누리와 집에서 보냈다.  TV를 거의 무한대로 보기도 했지만 틈틈이 '착한 어린이모드'로 책도 읽고 핸드라이팅 학습지 비슷한 워크북도 몇 장 했다.  그리고 자꾸 헛갈리는 '아야어여오요우유으이'도 다시 배우고.

가끔이라도 '착한 어린이모드'가 되야 했던 이유는 친구가 학교 마치고 집에 오기로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오후 내내 하교 시간이 되려면 얼마나 남았냐는 질문을 했다. 

마침내 친구가 오고, 학교 장기자랑 같은 행사에 참가할 노래를 정했다.  베이비 샤크..뚜루뚜루..로.  생각보다 빨리 정해서 두 아이는 Hang the man이라는 단어 맞추기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누리 친구 엄마랑 나는 왜 이 아이들이 학교 행사에 참가지원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공감.  둘다 부끄럼쟁이들인데 무려(1) 춤과 노래를 하겠다며 아이들이 신청했다는 말을 선생에게 듣고 깜놀.  무려(2) 사전 오디션도 있는 행사라 그 집 엄마랑 나는 오디션에서 떨어지길 바라지만, 누리야 미안해!, 이 아이들이 가장 어린축에 드는 참가자라 풍부한 볼 거리라는 측면에서 사전 오디션을 통과시켜줄지도 모르겠다.  막 세게 연습시키자니 또 유난스럽고, 그냥 두자니 이 아이들이 시간만 보내고 있다.  오디션 전에 두 번은 연습시켜야겠다.  아-, 유난본능.

+

우리는 춤과 노래를 좋아하는 누리가 생경스럽다.  우린 둘다 통나무과인지라.  어떻게 된 일일까 싶은데, 만 3세가 되면서부터 크고 작은 공연에 아이를 데리고 다닌 결과가 아닐까 싶다.  뿌린대로 거두는 것인데, 내가 뿌리고자 했던 것은 조금 다른 것인데-.

그 나이부터 공연을 데리고 다니니 누리 본인도 공연 보는 걸 좋아한다.  지난 여름 한국에 다녀온 후로는 모여라 딩동댕 - 번개맨 쇼를 보러가고 싶다며 한 동안 나를 볶았다.  알아보니 진정 천운이 따라야 가능한 일로 보였다.

하여간 그런 아이인지라 이렇게 혼자 논다.  예전에는 탑쌓기하는 의자를 줄지워 세워놓고 작은 인형들 앉혀놓고 공연을 하더니만, 오늘은 비슷한 세팅에 좌석 예매시스템을 도입했다.  좌석이 다 차지 않아 그런지 공연은 며칠째 시작되지 않고 있다.  돼지저금통들도 며칠째 무대 아래서 대기 중.

내일 집에 손님이 오는데 작은 집 한 가운데 있는 이걸 치워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고 있다.  어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