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2246days] 앞니 빠진 개우지

토닥s 2018. 11. 12. 18:32
별 일 없는 일요일, 우리는 볼링장에 갔다 까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보냈다.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하루를 마무리하며 이를 닦으러 욕실로 간 누리.  누리 방에 누워서 병아리 눈물만큼 운동을 하고 있는데, 지비가 와보라고 소리쳐서 가보니 누리의 앞니 하나가 대롱대롱.  몇 주 동안 흔들리던 이였는데 마침내 이를 닦다 빠진 모양이다.  완전히 빠진 것은 아니라서 내가 누리를 안고, 지비가 뽑아냈다.  보기보다 비위가 약해서 나는 이런 일은 잘 못한다.

그렇지 않아도 몇 주간 고민이었다.  이가 빠지면 치과를 가야하는지, 이가 너무 늦게 올라오면 치과를 가야하는지.  지비쪽 가족들을 보면 누리는 치아교정을 피하기 어려워보여서 걱정이었다.  이가 빠진 지금도 누리는 이와 이 사이에 빈틈이 없다.  이번에 한국에 갔을 때 치과에서 물어보니, 아이의 빈틈없는 치아를 보고 지비쪽 가족 이야기를 듣더니 교정이 필요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영국은 어린이 앞니 교정은 무료다.  어금니 교정은 무료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고, 어린이 교정은 무료라는 의견도 있어서 확실하지 않지만.  그래도 그 불편함을 어찌할까 싶은데, 턱이 좁아 그렇다는데 내가 어찌할 도리가 없다.  다음 생엔 치아가 고른 남편을 고르는 수 밖에.(ㅠㅠ )

영국에선, 서구 문화권에선 아이들 이가 빠지면 베개 밑에 두고 자면 밤사이 요정이 와서 들고 가고, 그 댓가를 주로 동전이나 스위트(사탕이나 초콜릿)을 준다고 한다.  누리도 친구들에게 들어서 알고 있는 이야기.  나는 한국에선 지붕에 헌 이를 던지면 까치가 와서 헌 이를 들고 가고 새 이를 가져다 준다고 이야기해줬다.
그랬더니 누리는 우리는 플랏(아파트)라 지붕에 던질 수 없고, 집에 까치가 들어올 수 없다며 걱정이었다.  그럼 일단 어떻게 되는지 두고 보자며 베개 밑에 넣어두었다.  밤 사이 내가 작은 주머니에 1파운드 동전을 넣어 베개 밑에 넣었다.  한국 동전을 줄까 싶었는데 가지고 있는 한국 돈이 만원짜리 아니면 십원짜리.  십원을 주자니 너무 작은 것도 같고, 나중에 십원의 가치를 누리가 알게 되면 얼마나 허망할까 싶어 1파운드를 주었다.
일어나서 바로 베개 밑을 살피는 누리.  1파운드가 든 주머니를 발견하고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이 1파운드를 어디에 쓸꺼냐니 모르겠단다.  이제 어디 갈 때마다 이 돈 쓸 궁리를 하겠지.  그러면서 1파운드의 가치도 알게 되겠지.    어쨌든 이렇게 누리는 또 자란다.  그리고 누리 치아교정에 관한 내 걱정도 자라고.(ㅠㅠ )

+

우리 어릴 땐 앞니가 빠지면 '개우지'라고 했는데, 개우지는 옛말로 '아기 호랑이'란다.  '중강새'라고도 했는데, 이 말을 들어는 봤지만 쓰지는 않았다.  뜻은 역시 같은 말.  앞니 빠진 아이가 아기 호랑이처럼 귀엽고 재미있다는 말의 유래라고 한다.  참으로 아름다운 우리(지역)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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