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떠나다./2018년

[Korea day2] 여름이니까 부산이니까 밀면

토닥s 2018. 7. 26. 10:38
집에 온 다음날 부모님 집 앞 이름 있는 밀면집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사실 부모님 집은 부산도 아니고(부산의 베드타운), 먹은 것도 정확히는 쑥밀면.  여름엔 별미로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어서 더운 날씨에 식사 준비도 건너 뛸겸 점심 먹으러 가자고 제안드렸다.  누리도 면을 좋아하니. 
집에서 나가 100여 미터 걸어가는 사이 열기에 지쳐버렸다.  헉헉 하고 소리가 나올 정도.  내가 살던 10년 전도 이렇게 더웠던지 잘 기억이 안난다.  10년 만에 맞아보는 한국의 여름은 나에게는 도대체 견디기 어려운 수준.  거기다 지금은 37도짜리 히터를 데리고 다니는터라 더더 그렇다.

누리랑 함께 먹을 요량으로 면 위의 양념을 넣지 말라고 요청했다.  그런데도 육수 자체에 생강이나 겨자가 들었던지 누리는 매워서 먹지를 못했다.  결국은 물에 담궜다 줬는데도 밀면 한 번 물 한 모금 번갈아 먹어야 했다.

있는 동안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볼 요량으로 한국 책을 한 권도 들고 오지 않았다.  휴대전화가 없어 내 이름으로는 가입이 안되고 누리 할머니 앞으로 대출 카드를 만들어 책을 빌렸다.
(한국에서 본인명의 휴대전화가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있는 동안 쓸 충전식 전화 심카드를 온라인에서 저렴하게 사려니 본인명의 휴대전화가 있어야 하는 이상한 상황.)

시원한 도서관을 나서기 전 단단히 마음을 먹어도 차를 타기도 전에 사람을 지치게 하는 더위.  잠시 마트에 들렀는데 주차장은 사우나고, 매장은 냉장고고.  사우나와 냉장고를 시계추처럼 왔다갔다 하는 사이 시차적응에 완전 실패한 누리는 징징.  새벽 3시에 일어나 아침빵을 먹었다.

결국 원하는대로 아이스크림 사주고 놀이터 잠시 가주고. 30분 정도 놀이터이 있었는데 있는 동안 노는 사람은 우리 뿐이고 간간히 지나가는 사람들은 우리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느낌적 느낌.

신기하게 누리는 배고프다고, 심심하다고, 잠온다고 징징해도 덥다고 투정하지는 않는다.
아이들이 모두 그런가.  나도 여름이 더워서 싫었다는 기억은 없다.  하긴 너무 오래되서 기억에 없는지도.

시차적응도 쉽지 않지만 더워서 더 쉽지 않은 휴일/휴가을 보내고 있다.  더워서 나갈 수 없다는 말을 누리가 이해하지 못하니 더 덥덥/답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