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밥상일기

[20161224] 식사하셨어요?

토닥s 2016. 12. 25. 10:12
2.5인분 식사를 준비하다 5인분 식사를 준비하려니 간단하게 먹는 아침 준비도 늦어졌다. 
- 지비, 언니, 나 각각 1인분
- 누리 0.5인분
- 조카 1.5인분 - 늘 배고픈 10대다.
평소와 같은 아침-커피와 빵을 먹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버킹험 궁전 앞과 빅벤을 보고 (누리님이) 지치고 출출해 사우스뱅크에서 커피를 한 잔했다.  누리는 베이비치노와 민스 파이.  그걸 힘으로 걸어서 트라팔가 스퀘어와 레스터 스퀘어를 지나 레고 샵을 구경하고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간 곳은 제이미 올리버의 이탈리안 식당 Jamie's Italian.  한국에서 손님이 오면 가는 곳인데, 짭짤한 맛때문인지 실망하지 않는다.  느끼함이 없고 다양한 식재료를 소박하게, 하지만 진하게 사용하는 것 같다.

언니와 내가 먹은 건 매운 게살 스파게티였는데 언니는 매운탕에 스파게티 말아먹는 것 같다고 했고, 나는 게장찌개 맛이라 밥 비벼 먹고 싶다고 했다.  껍질째 갈아만든 소스라 서걱서걱 씹히기도 했지만 진한 맛이 좋았다.  지비가 먹은 버섯  라비올리도 버섯맛이 너무 진하고 고소해 내가 소스를/소스만 박박 긁어먹었다.

두 가지 음식도 좋았지만 누리 메뉴도 너무 좋아 다음에 다시 가고 싶다.  이 매장의 메뉴가 이런 것인지, 전반적으로 제이미 올리버의 식당 메뉴가 바뀐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앞서 말한 것처럼 한국에서 손님이나 와야 가는 곳이라.

 
누리는 작은 어린이용 버거를 시켰는데(큰 어린이용도 있었다) 탁구공만한 버거 2개와 감자튀김/마요네즈가 나왔다.  원래 메뉴는 다른 감자였는데 우리가 감자튀김으로 부탁했더니 추가 요금 없이 바꿔주었다.  당연 누리도 너무 좋아했다.  물론 버거의 고기는 먹지 않았지만 큼직한 토마토, 양상추, 빵 다 먹었다.  고기는 맛보니 짜지 않고 먹을만한 수제패티.
조만간 또 갈 것 같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몇 주간의 고민을 거친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식사.  고민만 길게하고, 실제 요리는 간단한 반조리 음식들을 샀다.  분명히 바쁠 것 같아서 처음부터 오랜시간 조리하지 않는 음식들로 골랐다.  마늘간장 닭은 아침에 준비해두고 나가서 오븐에 넣기만 하면됐는데 문제가 있었다.  닭도, 채소도, 나머지 음식들도 모두 오븐에 길게는 1시간 짧게는 10분 정도 넣어야 하는 음식들인데 오븐은 작고 넣어야 할 음식은 많았다.  쉼없이 오븐에 음식들을 넣었다 뺐다 해도 한 시간 반 정도 준비가 필요했다.
시차적응 중인 언니와 조카가 힘들어했고, 하루 종일 걸어다닌 누리도 힘들어했다.
그래서 다함께 커피를 마시며 크래커 - 크리스마스용 폭죽으로 분위기를 업&환기시킨 다음 저녁을 먹었다. 거의 남김없이 음식들을 다 먹었다.  약간의 구운 채소와 닭 한 조각만 남았다.

명절이든 손님맞이든 쉽지않은 한국의 주부들에 비하면 나는 참 편하게 산다.  늘 그렇게 생각하고 고마워하며 산다.  일단 지비는 짜지만 않으면 불평않고 먹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