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6년

[life] 누리의 킴미 2016 - 제대로 크리스마스

토닥s 2016. 12. 25. 08:39

누리가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니 크리스마스가 더 중요하게 다가온다, 누리에게.  이곳에서 크리스마스는 한국의 명절 격이라 조용히 지나가려 해도 그러기가 어렵다.  그럴바엔 즐기기로 했다.  간소하게라도 챙길껀 챙기면서.



민스 파이 mince pie라는 간식인데, 숏크러스트에 과일/잼/건포도 같은 것들이 채워져 있다.  처음 영국와서 민스 파이를 권하길래, 고기 파이 생각하고 거절했던 경험이 있다.  단음식 싫어해서 사지 않았는데, 영국의 크리스마스에서 뺄 수 없는 부분이라 우리도 샀다.  크리스마스 때 먹으려고 워커스라는 브랜드에서 주문해뒀는데 마트에 갈 때마다 누리가 먹고 싶어해서 크리스마스용은 그대로 아껴두고 일상용으로 마트에서 구입해서 야금야금 먹었다.  누리는 민스 파이의 팬이 됐다.



영국의 크리스마스에서 또 한 가지 빠지지 않는 것 - 크래커.  사탕모양으로 포장된 폭죽을 서로 잡아 당긴다.  그 안엔 소소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장난감과 조크나 퀴즈 그리고 크리스마스 왕관이 들어있다.  우리도 지난 주말 하나 사두고 크리스마스를 기다렸다.  당장 뜯어보고 싶어하는 누리를 말리는 게 요 며칠 일이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담아주는 양말.  한 달 전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꺼낼 때 함께 꺼내서 달아주었다.  한 달 동안 비워져 있었던 양말을 오늘 밤 채워줘야지.



12월에 두 번의 폴란드 스카우트가 있었는데 모두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활동을 했다.  한 번은 산타가 일찍 오셔서 작은 선물 꾸러미들을 주셨고, 한 번은 크리스마스 장식용 천사를 만들어왔다.  다른 집 대문은 리스wreath라는 동그란 장식이 달렸는데, 우리집엔 이 천사를 달았다.  누구보다 이 천사를 만든 누리가 가장 좋아했다.  그럼 됐지.



그리고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연휴가 시작되는 23일 금요일 오전 2박 3일 동안 먹을 식재료 쇼핑을 했다.  영국은 25일 대중교통 수단이 운행하지 않고, 모든 상점이 문을 닫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미리미리 준비한다.  거기다 가족들이 모이고, 친구들이 모이는 시기기 때문에 보통의 2박 3일보다 더 많은 음식을 준비한다.  전쟁이 나도 사재기는 하지 않을 것 같은 영국사람들도 이 시기엔 전쟁처럼 쇼핑을 한다.  나도 그 대열에 끼어서 성공적으로 쇼핑을 마치기는 했는데, 26일 아침 여행을 가기 때문에 이 음식을 다 소비해야하는 또 한 가지 숙제가 있다.  오늘은 하루 종일 외출하느라 그렇게 많이 먹지 못했다.  내일 하루 부지런히 먹어야 한다.



올해 크리스마스 주류는 한국 경기도 이천시 대월면에서 제조한 벨기에 맥주 스텔라.  어떤 맥주를 마실까 주류 코너를 기웃거리다가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샀다.  이 술이 제조된 곳에 언니가 산다.  이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고서 안 사실이지만, 심지어 이 주류 공장에서 조카가 일을 하기도 했단다.


크리스마스 (식재료)쇼핑을 마치고, (동쪽 런던) 멀리서 찾아온 고마운 친구들과 점심을 먹고 히드로 공항으로 갔다.  한국에서 오는 작은 언니와 (큰언니의 아들인)조카를 마중하기 위해.



지루한 한 시간을 보낸 뒤에 누리는 이모와 반가운 상봉을 했고, 오늘은 런던 시내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특정한 관광지를 구경했다기보다 그냥 이곳저곳.



버킹엄 궁전 앞, 빅벤 앞, 사우스뱅크, 트라팔가 광장, 레스터 스퀘어, 코벤트 가든 - 술술 걸어다녔는데 가장 선명하게 남은 것은 새로 생긴 레고 샵.  다음에 또 가야지.



그리고 집에 돌아와 어제 사둔 반조리 음식들을 후다닥 조리해서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을 먹었다.  이곳에서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특별하게 보내는 것 같다.

올해 크리스마스는 그 어느 때보다도 제대로된 크리스마스인 것 같다.  무엇보다 가족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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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 읽는 모두 - 메리 크리스마스!



올해 우리가 가족과 친구들에게 보낸 크리스마스 카드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