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5년

[life] 바르셀로나 8°C

토닥s 2015. 12. 4. 05:37
누리와 단 둘이 바르셀로나에 다녀왔다. 5박 6일이었지만, 오고가고 하루씩 쓰고나니 남은 건 4일. 그런데 누리가 고열로 며칠 앓았다. 우리집과 달리 선선한(?) 실내 공기가 여행의 피로와 겹쳐 만들어낸 결과였다. 낮은 따듯하고, 밤은 추운 그런 기후였다. 덕분에 4일 중 하루는 온전히 친구네 집에서만 보냈고, 나머지도 점심 먹고 커피 마시러 나간 정도가 전부다. 애초 관광지를 부지런히 다닐 생각이 없었다.

바르셀로나는 이번이 네 번째다. 대학 동기가 살고 있어 어렵지 않게 마음 먹고 갈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친구네가 바빠서 그 일정을 맞추기가 어렵다.
여행은 얼떨결에 계획되었지만, 누리와 단 둘이하는 여행은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다.
떠나기 전엔 앞으로 누리와 단 둘이하는 여행을 매년 만들어보겠다는 부푼 꿈을 꾸었다가, 가방을 매고 끌고 누리까지 끌면서는 '아직 멀었다'며 후회도 하였던 여행이었다.

누리가 경험해보지 않은 고열, 39~40도로 밤에 잠들지 못하니 지비는 비행기표를 알아보고 서둘러 돌아오라고 했다. 가출하였다가 이룬 것 없이 돌아오는 것 같아 버텼는데, 다행히 누리는 주말이 지나면서 열이 내렸다. 하지만 여전히 골골골하고 있다. 아픈 아이 시중을 드느라 이젠 나도 골골골.

빨리 런던으로 돌아오고 싶은 마음 반, 누리와 함께 보지 못한 것들을 보고 싶은 마음 반을 대충 정리하고 화요일 집으로 돌아왔다.

누리가 아프면서 한 일 없이 힘든 여행이었는데, 공항버스를 타고 바르셀로나 시내를 떠나면서는 '참 따듯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버스 내 전광판에 표시된 바르셀로나의 기온은 8°C.

사실 그렇게 따듯한 기온은 아니었는데 그렇게 느껴졌다. 영국과는 다른 햇살 때문인지, 그 곳에서 우리를 반겨준 사람 때문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