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5년

[keyword] 의전 in Korea & UK

토닥s 2015. 11. 18. 23:01
지난 금요일 파리에서 벌어진 총격 이후 터키에서 열린 G20의 대통령 의상을 두고 SNS서 한 차례 평가가 휩쓸고 지나갔다.
동양에선 상을 치를 때 흰 상복을 입고, 이를 반영한 흰색 의상이라는 약간은 옹색한 변명 같은 뉴스도 있었다. 하지만 대체로 검은색 의상을 입은 다른 정상들과 비교해 개념부제라는 평가들이다.


세월호 사고 때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고, 한 번 입은 옷은 다시 입지 않는다는 등 유달리 옷과 관련해 말 많은 대통령. 대통령이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혼자 옷을 지어입지 않으니, 연예인을 두고 말하듯 '코디가 안티'라고 할 수 밖에. 그래도 대통령이 준비해놓은 의상에 대해 마지막으로 YES/NO 정도는 할 수 있는 뇌와 입을 가지고 있으니 100% 코디만 탓할 수 없다.

반복되는 대통령 의상 이야기를 보면서 2011년에 있었던 영국 여왕의 아일랜드 방문이 떠올랐다.

당시 여왕의 아일랜드 방문은 영국과 아일랜드에 있어서만은 정말 큰 이슈면서 변화였다.
아일랜드를 지배하려는 영국과 그 속에서 벗어나려는 아일랜드의 역사는 정말 피의 역사다. 아직도 영국에 포함된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는 영국 국민이고 싶어하는 이들과 전통적으로 카톨릭이며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고자 하는 이들이 폭력적으로 충돌한다. 2015년 오늘날에도.
그런 가운데 성사된 영국 여왕의 아일랜드 방문은 영국 군주로서는 100여 년만이었다.

정말 우연하게 여왕의 아일랜드 도착 생중계를 보게 되었다. 뉴스 진행자들의 격앙된 목소리가 그 역사적인 순간을 전하고 있었는데 비행기 출구에서 여왕의 모습이 드러나는 순간 진행자들은 "아!" 하고 탄성만 질렀다. 100여 년만에 영국의 군주로서 아일랜드에 온 여왕의 의상은 초록색이었다.


초록색은 아일랜드를 상징하는 빛깔이다. 이후 여왕의 일정도, 연설도 양국 역사에 대한 유감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여왕으로써 구체적인 표현으로 사과하긴 어렵다, 이미 의상 색깔 하나로 많이 (속된 말로) 먹고 들어간 셈이다. 이게 '의전'이다.

+

한국의 대통령 혹은 의전팀을 걱정해주기엔 내 코가 석 자다. 하지만, 혹시라도, 대통령이 여성이라서 이런 의상에 관한 평가가 계속해서 나오는 것도 나는 반대한다.
그런데 왜 며칠 지난 이야기를 끄집어내느냐면, 참.. 부끄러워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