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3년

[life] 명절다운 크리스마스

토닥s 2013. 12. 28. 07:46

연휴 4일째.  정말 제대로 명절다운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다.


크리스마스


고샤와 줄리앙이 다녀간 25일, 지비는 잠들기전 이번 크리스마스는 정말 homely christmas란다.  비록 고향에 가지 못해도.  이젠 이곳이 house가 아닌 home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이곳 사람들은 크리스마스에 주고 받은 카드로 장식을 하곤 하는데, 우리는 누리가 죄다 던져버려서 이렇게 펼쳐 두진 못했다.  사진 촬영을 위해 한 번 펼쳐봤다.


명절


나는 좀 다른 곳에서 이번 크리스마스가 '명절'로 다가온다.  25일 이후로 남은 피로기(폴란드식 만두), 비트루트 스프, 비고스(폴란드식 헌터스 스튜)를 매일 끼니로 먹으면서 한국에서 보내던 명절이 떠오른다.  설, 추석 이후로 며칠은 비슷비슷한 음식을 먹고, 마지막은 남은 모든 걸 넣고 끓인 잡탕(이름을 모르겠다)으로 마무리하던 한국의 명절.  몇 끼니가 지나도록 요리는 하지 않고, 냉장고에서 음식을 꺼내 데우거나 끓여먹고 있다.  음식 안하니 참 좋다.( i i)



냉장고에 있는 음식 다 꺼내서 조금씩 담았다.  왼쪽 위부터, 버거-새우볶음밥-피로기-샐러드 그리고 비트루트 수프.




폴란드식 만두 피로기.  만두피가 두껍고 속은 양배추절임부터 치즈, 고기, 버섯 등 다양하다.



이것이 고샤가 만들어온 비고스Bigos.  양배추절임과 훈제소세지, 고기, 양배추, 프룬(말린자두), 토마토 등을 넣고 끓인 스튜인데, 맛은 볶음김치 혹은 양념이 약한 김치찜 느낌.(^ ^ );;

사진은 먹다 남은 것이고 냉장고에 커다란 통에 가득 담겨있다.  매 끼니 조금씩 꺼내서 먹고 있다.  일주일은 먹겠다.  비고스와 그 비슷비슷한 음식들이 있어서 뭐가뭔줄 몰랐는데 이번에 비고스는 확실히 알게 됐다.  나도 다음에 만들어봐야겠다.


밀린 집안 일


집에 쉬면서 틈틈히 이래저래 미뤄둔 집안 일들을 하나씩 헤치우고 있다.  그 중에 하나 욕실 청소.  별다른 청소라기보다 영국은 물때문에 주기적으로 석회를 유리에서 제거해줘야 한다.  유리에 묻었던 물이 마르면서 계속 뿌옇게 변하기 때문에.  오랜만에 욕실 청소에 나선 지비.  아 저 고운 자태.( ' ')




그리고 조금 전엔 우리가 쓰는 욕실에 열린 화장실 덮개를 제자리에 놓고(화장실 누수로 고생했던), 실리콘으로 막음 처리까지 했다.  그 동안 지비가 곰팡이 제거제를 뿌리고, 헤어 드라이어로 말리고 몇 번을 반복한 뒤 더 이상 곰팡이가 자라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다음(그 사이 곰팡이의 원인이 되었던 윗집의 누수도 해결이 되었다) 곰팡이 방지 페인트를 사서 바르고 다시 하루를 말리고 덮개를 원상복구 할 수 있게 됐다.  정말 눈물 겹다.  한 달이 훨씬 넘는 기간 동안 욕실 사용을 못했는데, 이젠 좁은 샤워부스가 아닌 욕조에서 목욕을 할 수 있게 됐다.( i i)


슬슬..


한국 갈 준비를 하고 있다.  틈틈히 사 쟁여뒀던 기저귀를 오늘 큰 가방을 꺼내 넣어두었다(한국에 기저귀가 비싸서 여기서 사들고 간다).  그리고 빨대로 우유 먹기 연습도 오늘 시작.


누리는 요즘 일반 우유(완전지방)를 먹는데 빨대컵을 쓴다.  그런데 한국으로 가는 동안, 그리고 집으로 가는 동안 3번 정도 우유를 먹게 될 것 같은데 빨대컵은 하나.  중간중간에 씻어 먹일 수도 있지만, 불편하다.  한국에 있는 동안 팩에 담긴 (빨대 달린)멸균우유를 사 먹이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다닐 때 편하니까.  여기서도 그렇게 먹이면 좋은데, 여긴 그런게 없다.  한국마트가서 찾아봐도 두유만 있다.

그런데 오늘 마트에 장보러 갔다가 분유(1~2살용)가 빨대 달린 게 있어서 사봤다.  분유를 먹으면 변을 아기처럼 묽은 변을 봐서 불편하기는 하지만, 한국가는 동안만 마신다고 생각하고 사봤다.  한국 가서는 일반 우유 사먹이면 되니까.  빨대컵을 써서 잘 먹을 줄 알았는데, 웬걸, 한참을 거부했다. 




지비가 먹는거 보여도주고 입에 물려 팩을 눌러도주고 해서 겨우 마셨다.  물론 한 번 먹기 시작하면서는 잘 마시게 됐다.  그래도 한국 가기 전까지 하루에 한 개씩 사서 연습삼아 먹여볼 생각이다.  기껏 사들고 갔는데, 비행기 안에서 오늘처럼 흘리고 안먹으려 들면 곤란하니까. 


쉬면서, 청소하면서, 짐 싸면서 그렇게 명절다운 크리스마스가 가고 있다.  그러고도 이틀이 더 남은 연휴.  너무 좋다.( i 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