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생활 235

[life] 일상으로

일상으로..라고 운을 뗀게 한 달 전인데-. 1월 말에 언니가 런던에 왔다. 코비드 이후 언니의 첫 유럽행. 언니, 아이와 함께 셋이 주말여행으로 로마도 다녀오고, 아이 중간방학을 맞아 일주일동안 남부 스페인의 도시들과 포르투칼의 리스본도 다녀왔다.지나서 이야기지만 로마여행까지는 괜찮았다. 로마여행은 짧기도 해서 짐싸기도 부담이 없었고, 일정이 짧으니 여러 가지 포기하며 딱 봐야할 것만 봐도 괜찮은 그런 여행이었다. 일찍이 바티칸과 콜로세움만 보면 된다고 생각하고 예매를 해두었다. 구글 평점보고 찾아간 식당들도 무척 맛있었고, 우연히 간 역 안 아이스크림 가게도 맛있었고, 오랜만에 친구 얼굴도 볼 수 있어 즐거운 여행이었다. 그런데 스페인 말라가-그라나다-세빌을 거쳐 포르투칼 리스본까지 간 여행은 좀 힘..

카테고리 없음 2024.03.16

[life] 그 ‘어디’와 제습제

제주도에서 사온 열쇠고리 장식이 떨어졌다. 떨어진 장식을 주머니에 열쇠와 따로 며칠을 넣고 다녔는데, 주머니에서 뭘 꺼낼때마다 (소중한)장식이 떨어져서 ‘이러다 어디선가 잃어버리겠다. 잘 뒀다가 다시 달아야지’하면서 ‘어디’ 잘 뒀는데 그 ‘어디’가 떠오르지 않아 오늘 아침 한참을 찾았다.😭 결국 찾기는 찾았는데(차 열쇠 걸어두는 곳에 보란듯이 있더란) 허비한 시간이 아깝고, 정신 없음이 안타깝고.😭 간식(센베)과 차 한 잔 마시려고 꺼내놓고, 한참 있다가 먹으려고 보니 내가 꺼낸건 간식이 아니라 그 안에 함께 들어있던 제습제..🫠

카테고리 없음 2024.01.20

[life] 영국 아이들

코비드로 신혼여행을 가지 못했던 B가 작년 남편과 영국에 왔었다. 그때 지인의 집에 머물렀던 B와 B의 남편과 함께 산책을 한 뒤 커피를 마셨다. 그때 그 남편의 말이 - 머물고 있는 지인 집에도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를 봐도 그렇고 영국의 아이들은 한국의 또래 아이들과 비교해서 '더 아이들 같다'고. 이 말은 여기에 사는 한국맘들도 많이 하는 말이다. 물론 애들이 10살 넘어가면 외모나 행동이 훌쩍 크기는 하지만. + 새해 첫날 아이 친구와 그 엄마를 만나 큐가든에 갔다. 그 집 아이가 우리집 아이와 종종 어울리기도 해서 한 번쯤 자리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집 둘째가 특수교육이 필요한 아이라 온가족이 바쁜편. 게다가 학교 바로 옆에 살다가 일년 전쯤 둘째가 다니는 특수학교 옆으로 이사를 가..

카테고리 없음 2024.01.14

[life] 영국의 시간

한국에서 늦으면 '코리안 타임'이라며 한국은 늘 그렇다는 식의 표현이 있다. 영국에서 살아보니 한국에서 약속에 5분 10분 늦는 건 아주 양호한 편. 11월 말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에 샴푸와 주방 세제를 샀다. 혹시 2년 전 글을 기억하는 이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때 50% 할인이라 샴푸 10리터를 샀다. 그때 구입한 샴푸를 곧 다 쓸 것 같아서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을 기다렸다. 30% 할인을 이용해 이번엔 샴푸 5리터, 주방세제 5리터를 구입했다. 주문한지 한달인데 아직도 오지 않고 있다. 며칠 뒤면 영국에서 블랙프라이데이에 버금가는 박싱데이 세일을 할텐데 말이다. 한달 동안 배송이 늦어진다며 미안하다는 이메일 한번 온게 전부. 샴푸, 주방세제와 함께 산 리필 용기만 먼저 보냈다는 이메일이 왔다. 일주일에..

[life] 어린이와 어른이

또 아무도 안궁금한 근황. 4월에 한국에 다녀온 뒤로 빡센 두 달이었다. 아이는 아이대로 바쁘고 나는 받고 있는 교육과정을 마무리해야 하는 때라(또 교육😢) 바빴다. 지난 월요일에야 모든 과제를 제출하고 다음주와 그로부터 2주 뒤 두 번의 시험과 발표만 남겨둔 상태. 지난 주말 일년이 넘는 교육과정 기간 동안 과제에 매달리지 않고 보낸 토요일을 거의 처음으로 맞이했다. 이제 시험과 발표한 남겨둔 상태라 공부'만'하면 되니까 마음이 한결 가벼..워야 하는데 이러저러한 불확실성 때문에 마음은 여전히 불편하고 그렇다. 게다가 아이는 여름학기라 엄청나게 바쁘고, 피곤해서 아프고 그런 상태. 그래도 아이는 집에서 쉬고 싶어하지 않는다. 어린이 지난 토요일 아이는 폴란드 주말학교 친구네 놀러갔다. 아이와 지비가 친..

[life] 달팽이구조대

요즘 애들이 지렁이를 알까? 영국에선 비가 오는 날이면 달팽이를 쉽게 볼 수 있다. 달팽이를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어릴 땐 비가 오는 날이면 지렁이가 나왔는데 여긴 달팽이구만’. 아이에게도 그런 이야기를 들려줬다. 영국은 가든있는 집도 많고 공원도 많아 아직 흙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런던에 살아도 그렇다. 온통 콘크리트로 덮인 도시에 살고 있는 한국의 아이들이 지렁이를 알까? 아직도 한국은 비가오면 지렁이가 나올까? 그런 생각을 한다. 몇년 전 비가 내린 뒤 등교 길에 아이가 달팽이를 발견했다. 쪼그려 앉아서 그 달팽이를 보고 있으니 어떤 아저씨가 다가와 “이 작은 녀석(little fella)는 길 한가운데 있다가는 밟혀서 깨지니까(그래서 죽으니까) 저리로 보내주자”며 살짝 발..

[life] 런던의 빠리빵집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편의점형 한국마트인 오세요가 생기고, 그 옆에 한국치킨점인 페리카나가 생기고서 우리의 희망은 빠리빵집이 생기는 것이였다. 동네에 일본빵집이 완전 흥업중이라 빠리빵집이 생기면 잘될텐데 그런 생각이었다. 이미 몇해 전부터 파리와 런던에 생긴다는 말이 있었다.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영국 내 사업자 등록도 된듯한. 아마도 코비드로 연기된 것 같았다. 그런데 지난 10월 한국에 관심있는 사람들의 런던모임 페이스북 그룹에 빠리빵집이 오픈한다고 누군가 소식을 올렸다. 친구들과 “가자!” 그렇게 말이 오고가던 와중에 한국에서 SPC의 사고 소식이 들려왔다. 매년 한국에 갈 때면 매일 같이 드나들던 빠리빵집을 올해는 딱 한 번 정도 케이크를 사러 갔다. 아이에게 왜 즐겨 가던 빠리빵집에 갈 수 없는..

[life] 아자아자 화이자!(feat. 길 위의 마스크들)

11월의 어느 날, 바르셀로나에 살고 있는 대학 동기가 (육아와 가사로부터)휴가를 얻어 런던에 왔다. 우리가 만난 곳은 첼시 한가운데 있는 사치 갤러리Saachi Gallery. 한 20년 전쯤 친구가 런던에 살 때 갤러리가 위치한 킹스 로드 King's road에 있는 사진관에서 일했는데, "왜 여기 갤러리가 있다는 걸 몰랐을까?"라는 말에 "우리가 사치(奢侈)랑 거리가 먼 사람들이니까 그렇지!"하며 둘이 푸하하 웃으며 갤러리로 들어갔다. 상설 전시를 둘러보고 온라인으로 진행된 어떤 교육과정의 졸업전시를 보러 갔다가 만난 작품(?). "와 이런게 갤러리에 걸릴 줄 알았으면 나도 한 우물 열심히 파는 건데 그랬다"하고 둘이서 다시 푸하하 웃었다. 육아와 가사로부터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며 너무 열심히 ..

[life] 친구들과 그룹 통화를 했다.

며칠 전 친구 하나가 잘 지내냐고 카카오톡을 보냈다. 다른 친구 한 명을 더한 그룹 대화창이 있는데, 따로 보낸 메시지를 보고 ‘걱정’이 좀 됐다. 문자로 답을 해야지 하는데 어쩌다보면 한국은 연락하기에 늦은/이른 시간이라 그 시간 맞추려다보니 며칠 동안 답을 못했다. 오늘 마음 먹고 답신을 보내려고 앉았다가 카카오톡의 통화버튼을 눌렀다. 놀라서 전화를 받은 친구와 이야기하다보니 스피커폰으로 해둔 전화 화면에 ‘초대(invite)’ 버튼이 보였다. 카카오톡에서도 이제는 그룹 통화가 된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해볼까 하며 함께 단체 대화 창에 있는 친구를 초대했다. 친구가 전화를 받지 않았는데 취소하는 방법을 몰라 그냥 두고 이야기를 하다보니 뒤에 초대한 친구가 “우와 신기해.”하며 그룹 통화에 들어왔다. ..

[life] 타협할 나이

한국 나이는 물론 영국 나이로도 이제는 '아줌마' 옷을 입어야 할 나이. 영국에서 내 나이 이상의 여성들이 옷을 잘 사입는 M&S 옷 코너를 아무리 기웃거려봐도 색감이나 무늬가 전혀 타협되지 않는다. 시험 삼아 몇 개 입어보니, 내 나이대 여성들(그 이상의 여성들)이 왜 여기서 옷을 사입는지는 알겠다. 다른 브랜드에 비해 사이즈가 월등히 크게 나온다. 다른 브랜드 같으면 L 또는 그 이상을 입어야 하는데 여기서는 M 정도면 되니 사람들이 이 브랜드 옷만 입으면서 안심하는거다(?). 그러다 다른 브랜드 옷 한 번 입으면 충격에서 벗어나기 어려울텐데. 한참을 기웃거려도 감당이 안되는 색감이라 빈손으로 돌아나왔다. 이름만 이천쌀, 경기미인 미국에서 생산된 한국브랜드 쌀을 사먹었다. 9Kg에 £16~18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