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 8

[life] LED등과 한국인

이곳에 살다 한국에 가면 '내 얼굴에 이렇게 잡티가 많았나', '내 얼굴이 이렇게 검었나'하고 생각하게 된다. 두 가지 모두 사실이다. 얼굴에 잡티도 많이 생겼고, 얼굴도 검어졌다. 없던 사실도 아닌데 그 사실이 한국에서 도드라져 보이는 이유는 한국의 밝은 실내조명 덕이 아닌가 싶다. 그나마도 요즘은 형광등을 넘어 이른바 LED등이라는 걸로 집집마다 바꾸니 더 밝아진 한국. 그 LED등에 비친 내 얼굴은 더 말할 수 없이 추레..하다. 우리집에 온 언니는 집이 어둡다고 하지만, 영국에 사는 지인들은 집에 오면 한국처럼 밝다고 한다. 우리집도 절전 LED등이긴 한데 한국에서 사용하는 것처럼 하얀 색이 아니라 warm white라는 색이다. 내가 고른 색이 아니라 집이 그렇게 지어졌다. 전구 하나가 12파운..

[+1740days] 남편은 모른다.

지난 토요일 나는 시내에 볼 일을 보러가고, 지비는 누리를 폴란드 스카우트에 데려갔다. 데려가기로 했다. 그런데 입구에서 가지 않겠다고 울고불고 하는 바람에 근처 공원에서 둘이 시간을 보냈다. 지비는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알지만, 누리를 설득하거나 달래거나 타협하는 방법도 있었을텐데 거기까지는 미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사실 여름방학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시점이 아주 중요한 시점이다, 누리의 폴란드어와 그와 관련된 활동을 계속해 나가기 위해서는. 곧 방학에 들어가 두 달간 공백이 있기 때문에 방학 전에 바짝 익숙한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방학 이후 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다. 개인적으론 지비가 지난 주 자기의 점심과 휴식을 포기하고 누리 곁에 길게 머물러줬더라면 누리도 있겠다고 ..

[+1738days] 또, 또, 또

또, 또, 또1 누리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의 성장/생애를 담은 시트를 만들어 달란다, 환경미화용(?)으로. 이 시트는 작년에도 했던 것인데 만들려고 사진까지 인화해놓고 만들어보내지 않았다. 지비는 우리의 소중한 사진이(!) 나중에 쓰레기통에 들어가는 게 싫다고 했다. 그런데 일년을 경험해보니 대개 이런 것들은 모았다가 돌려준다. 그래서 이번엔 작년에 인화해둔 사진들로 만들어보냈다. 다른 엄마들은 사진 인화해서 그냥 붙여보내기만 했는데 또, 또, 또 자 꺼내 들고 칼 꺼내 들고 나름대로 짧은 일대기/연대기를 만들었다. 이런 거 잘해가면 민폐인데 줄 맞추기가 특기이자 천성이라서 어쩔 수 없다. 또, 또, 또2 며칠 전부터 누리 물병을 하나 사려고 온라인몰을 보고 있다. 가격은 거기서 거기인데, 원하는 500m..

[+1734days] 익숙하지 않은 런던의 여름

한국에 다녀와서 집어넣으려던 자켓과 긴팔을 불과 얼마전까지 입었는데, 갑자기 더워졌다. 한동안은 덥다기보다는 날씨가 좋은 편이라 햇볕에 나가면 덥고, 그늘에 서면 쌀쌀한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은 덥다. 뜨겁다. 참 익숙하지 않은 런던의 여름이다. 한국에서는 이 정도 더위로 무슨 호들갑이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곳은 에어컨은 커녕 선풍기가 없는 집도 많다. 그렇게 여름을 나는 곳이니 25도가 넘어가면 덥다. 우리도 오늘은 올해들어 처음으로 창문을 열고 잠들기로 결정했다. 모기가 없는 게 다행이다. 내일은 선풍기를 꺼내야겠다. + 날씨는 덥지만 그걸 이유로 밖에서 나가노는 시간도 늘어나고, 아이스크림도 거의 매일 먹으니 누리는 즐겁다. 그나마 다행이다. 여름이 짜증스럽지 않고 즐거우니. 윔블던파크 해..

[etc.] 런던 키즈 위크

다른 블로그랑 달리 도움될 정보가 없는 블로그인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올려보는 런던 키즈 위크 Kids week. http://www.kidsweek.co.uk 작년에 알게 된 두 아이 맘 J님이 알려주셔서 알게 됐다. 런던에 살아도 뮤지컬을 본적이 없다. 처음엔 봐도 못알아들을꺼란 (소심한) 마음에 도전해보지 않았고,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시간도 돈도 허락하지 않아 시도해보지 않았다. 누리가 어린이집 생활을 시작하고 '방학'이라는 걸 주기적으로 맞게 되면서 '이번 방학에는 뭘할까'라는 고민을 하게 됐다. 박물관에서 진행하는 30분짜리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반년 간 어둠 속에 견디는 훈련(?)을 거친 다음 누리와 한 시간짜리 공연은 어느 정도 볼 수 있게 됐다. 자주는 아니라도 기회가 될때마다 공연을 ..

[day40] 한국가면 꼭 하는 일

점점 시간이 흐르면서 한국에 가면 꼭 먹어야 하는 음식, 만나야 하는 사람은 줄어든다. 믿기지 않겠지만 먹는데 취미를 잃었다. 물론 여전히 먹는 건 즐겁지만, 3인 가족 먹거리를 내 손으로 지어먹고 살다보니 한국에 가면 내 손으로 하지 않은 모든 음식에 감사하고 즐겁다. 필드 밖으로 벗어나니(튕겨나니) 만나자는 사람들은, 멀리서 달려와주는 사람들은 오랜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너무 고맙다. 때로는 쓸모가 없어진 사람같아 서운한 마음도 없지 않지만. 나뿐 아니라 외국에 사는 사람들은 한국에 가면 꼭 하는 일이 병원과 미용실 방문이 아닐까 싶다. 이곳은 미국과 달리 기본적으로 무상진료라 병을 미뤄두고 살지는 않지만 치과는 거의 유상진료일뿐 아니라 한국만큼 해내질 못..

길을 떠나다. 2017.06.09

[+1723days] 아빠 취향 저격

가끔 보는 '취향 저격'이라는 표현. 취향에 딱 맞았다는 의미로 이해했다. 요즘 누리와 지비가 열심히인 레고카드. 그야말로 취향 저격이다. 어떻게 보면 지비가 더 열심히 하고 있다. S마트에서 쇼핑을 하면 10파운드당 레고카드 1팩을 준다. 카드 1팩엔 4장의 카드가 있고, 카드의 종류는 140가지라고 한다. 물론 카드를 고를 수 없다. 그래서 여러 장인 카드도 많다. 쇼핑을 하면 카드는 무료로 주지만, 카드를 수집하는 책은 2파운드를 주고 사야한다. 쇼핑할 때마다 한 두 장씩 모인 카드가 제법 많아지자 "이걸로 뭐하지?" 지비가 그러길래 카드를 수집하는 책이 있다고, 사야한다고 그러니까 당장 사자는 지비. 그날로 시작되었다, 이 (약간 심하다 싶은) 레고카드 수집이. 책을 처음 사서 그 동안 수집한 카..

[life] 티타임

이번 주 누리는 중간방학을 맞아 매일매일 놀이터에 도시락 싸들고 나가 오전부터 오후까지 놀고 있다. 누리는 방학다운 방학을 보내고 있지만 나는 아침부터 도시락 싸랴, 그래봐야 주먹밥이지만, 간식챙기랴 바쁘다. 장 볼 시간이 없어 겨우겨우 끼니만 떼우고 있다. 그래도 도시락 쌀 토마토, 오이, 딸기 같은 건 지비가 퇴근길에 사들고 온다. 나가 노니 좋은 건 누리가 잘 잔다. 비록 저녁 8시가 넘어가면 피곤해하며 잠들지 않으려고 진상(?)을 부리긴 하지만. 누리가 9시가 넘어 잠들면 나는 9시 반에 꿈나라로 따라간다. 얼굴과 팔은 검게 타기 시작해서 언뜩보면 건강한듯도. 사실 무척 피곤하다, 햇빛 아래 시간을 보내는 일이. 햇빛 없는 가을겨울을 생각하며 고마운 마음으로 이 시간을 버티고 있긴 하지만. 그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