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 4

[life] 모두의 어머니

지난 주 금요일 지비의 고모, 한국식으로 시고모님이 돌아가셔서 이번 주 장례식으로 폴란드에 다녀왔다. 시아버지는 어릴 때 부모님을 여의고 나이 차이가 많은 누나 - 시고모님의 보살핌으로 자랐다. 시아버지에겐 누나가 어머니였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자식 같은 동생이 첫번째 결혼에서 실패하고 그 이후에도 평탄하지 않은 삶을 사는 동안 동생의 아이들을 돌봤다. 지비도 그 아이들 중의 한 명. 실제로 지금의 지비가 있기까지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인물이었다. 지비는 아버지보다 고모에게 더 자주 전화해 이 이야기 저 이야기를 하곤 했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가 없었던 지비에게 고모님이 어머니였다. 고모님에게도 아들이 하나 있었다. 지비에게 사촌형이 되는 그 아들에게 고모님은 진짜 어머니였다. 마흔을 전후해서 사..

[+1615days] 계속 계주 중

아직도 우리들의 병치레 릴레이는 계속 되고 있다. 그 와중에 누리가 봄학기 중간 방학을 맞았다. 아픈 와중에도 매일매일 나들이로 일주일을 보냈다. 아이들은 밤엔 열이 올라 혼을 홀딱 빼놓고, 낮엔 또 멀쩡하고 그렇다. 덕분에 나는 밤낮으로 힘들다. 아이와 집에만 뒹굴기 그래서 매일 같이 외출을 했는데 그래서 오래도록 아팠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지금은 든다. 누리가 아픈 며칠은 저녁을 먹기도 전에 잠들려는 아이와 씨름해야했다. 배가 고프면 오래 못잔다는 믿음(?)이 있어 TV를 켜주면서까지 아이를 붙잡아 겨우 저녁을 먹으면 지비가 뒤돌아서 설거지 하는 동안 잠들곤 했다. 애처롭게 땀흘리며 자던 누리의 실제 모습은 이렇다. 누리가 좀 나은 며칠은 지비와 내가 골골, 그리고 다시 누리가 골골. 그러고 있다..

[+1607days] TV 없는 아침

얼마 전 시작한 TV 없는 아침. 우발적으로 시작됐지만, 바꾸고 싶었던 일상이었다. 누리는 끼니를 먹을 때마다 TV를 봤다. 심지어 간식을 먹을 때도. 물론 먹지 않을때도 본다. 밥먹기를 달가워하지 않는 아이를 붙잡아두기 위해서, TV에 넋이 나간 사이(?) 몰아서 정해진 양의 밥을 먹이기 위해 시작한 것이 습관과 일상이 됐다. 물론 나는 그 습관과 일상을 마음만 먹으면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아이가 TV보며 밥 먹는 동안 내가 밥을 먹을 수 있고, 다른 일을 할 수도 있고, 원하는 양을 부지불식간 먹일 수도 있는 그 습관과 일상을 없애는데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런데 누리가 어린이집을 다니게 되고, 정해진 시간에 준비하고 집을 나서야 하는 환경이 되면서부터 TV는 정말 큰 어려움이 됐다. 오전반..

[+1597days] 오전 9시 10분과 9시 25분

누리의 어린이집은 아침 9시에 시작한다. 오전반으로 옮기고서 9시 이전에 도착해본 경험은 한 손에 들지 않을 정도다. 내 목표는 9시는 고사하고 열렸던 문이 닫히는 9시 10분 전에 도착하는 것이다. 일주일에 두 세 번 겨우 맞춰 도착한다. 다행히 사설 어린이집처럼 늦는다고 벌금 같은 건 없다. 닫힌 문 밖에서 버튼을 누르면 친철한 리셉션리스트가 "굿모닝" 인사와 함께 문을 열어주신다. 오늘도 겨우 그 컷오프에 맞춰 누리를 데려다 놓고, 막 들어오는 절친2의 손을 잡아주고 돌아 나왔다. 혼자서 다시 집 주차장에 돌아오면 늘 내가 차를 댔던 자리에 같은 건물/단지에 있는 어린이집 앞으로 발권된 주차증이 있는 커다란 벤츠가 세워져 있다. 속으로 '저 양반도 늘 지각하시나 보군'한다. 아니면 대표쯤 되어서 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