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음식을 꼽으라면 1번이 커피, 2번이 라면이다. 커피와 라면이 음식일 수 있는지 모르지만. 커피는 하루에 2잔으로 정해 마시지만 라면은 가능하면 먹지 않는다. 그 좋아하는 라면을 먹고나면 속이 불편해서 먹을 수가 없다. 예전에는 라면을 먹고난 뒤 더부룩함이 배부름인 줄 알았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보니 배부름이 아니라 불편함이다. 물론 그래도 불편함을 감수하고 가끔 먹기는 한다. 요즘 라면을 대신해서 먹는 게 떡국이다. 너무나 쫄깃해서 과연 쌀떡국인지 의심이 가지만, 재료를 확인해보니 100퍼센트 쌀이라고 한다. 누리도 떡국을 좋아한다. 그래서 집 냉장고에 늘 있는 게 떡국떡. 혼자서 따끈한 국물과 함께 점심으로 먹기도 좋다. 떡국을 몇 달에 한 번 끓일 때는 몰랐는데, 그때는 어떨 때는 떡이 말랑하고 어떤 때는 떡이 딱딱하더라니, 떡을 미리 불려야 맛있는 떡국을 끓일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이렇게 나이가 드는 것인지.
오늘 아침 누리랑 나란히 이를 닦는데 누리가 내 머리에서 흰머리를 발견하고 물었다.
"마미도 할머니가 되는거야?"
간단하게 설명하기 쉽지 않은 아이의 질문이라도 가능하면 정면으로 답해주려고 하기 때문에 "그럼 나도 언젠가는 할머니가 되지"라고 답해줬다. 이를 먼저 닦고 학교 교복을 입으러 간 아이를 뒤따라 가니 소파에 앉아 울고 있다. "마미가 할머니가 되는거 싫어"하면서. "누구나 할머니가 돼. 마미도 할머니가 되고, 너도 할머니가 되고." 더 크게 울어서 "지금 당장 할머니가 되는건 아니야. 나중에. 나중에."라며 달래주었다.
누리야 나도 너 만큼/보다 내가 나이 드는 게 슬프단다. 그래도 그건 어쩔 수 없는 자연의 부분이야. 멋지게 늙도록 노력해볼께. 하지만 외할아버지에게 물려받은 흰머리는 나도 어쩔 수가 없구나.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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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나는 나이를 먹으며 늙어가고, 누리는 나이를 먹으며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