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1855days] 주말학교

토닥s 2017. 10. 30. 23:59

누리는 요즘 월화수목금토 - 주6일 시스템이다.  월요일-금요일은 학교, 토요일은 폴란드 주말학교. 


주말학교


사실 폴란드 주말학교를 보내기까지 고민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주6일 시스템이 아이에게 무리가 아닐까 하는 고민이 있었다.  한국의 아이들처럼 방과 후 학원을 가는 것은 아니지만, 오후 3시반 하교하면 피곤해보인다.  집에 와서도 간식을 먹거나 TV를 보는 이상의 활동을 잘 하지 않는다.  자주 아프기도 하지만 한 1개월 주6일 시스템을 잘 따라가고 있다. 

작년 같이 폴란드 유아 스카우트에서처럼 가지 않겠다고 울고불면 어쩌나 고민을 했는데 의외로 좋아한다.  주말학교도 유아 스카우트도.  누리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도 있겠고, 작년보다 나아진 폴란드어 때문이기도 한 것 같고.  그렇다고 지비가 누리의 폴란드어 향상을 위해 노력했냐면 그것도 아니다.  폴란드어로 대화하고 주말에 폴란드 어린이 TV채널을 보여주는 정도.  그래서 누리는 토요일도 간식 도시락 하나, 점심 도시락 하나 두개의 도시락을 싸들고 아침 8시 반에 나가 오후 4시에 마치고 집에 온다.  초반에는 누리를 위한답시고 일요일에도 아이를 데리고 외출을 했는데, 주6일 시스템에 일요일까지 외출을 하니 아이가 매주 월요일이면 골골골.  그래서 요즘은 일요일엔 집과 동네에서 보낸다.  그랬더니 지비가 나가자고 징징징.  하여간, 매주 토요일 누리가 주말학교에 가고 우리는 미뤄둔 청소를 했다.  옷장과 서랍 정리해서 헌옷 버리고, 오래된 가전도 가져다 버리고, 발코니 식물들도 치워버리고, 유리창도 닦고 매주 청소를 했다.  그럼에도 집은 여전히 어수선하다는 게 문제.



주말학교도 숙제가 있다.  누리는 학교 숙제도, 주말학교 숙제도 받은 날 다 한다.  앉은 자리에서 책 한권을 다 끝내버리려고 해서 말렸다.  미리 해놓으면 수업중에 흥미를 잃게 되니.


주말학교에서 사용하는 책이 흥미롭다.  그림이 어찌나 올드한지.  미국에 있는 폴란드인이 만든 책인데, 폴란드가 아닌 나라에서 폴란드어를 모국어로 배우기 위한 책 - 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한 번 주의깊게 봐야겠다.  나도 이곳에서 누리에게 한국어를 모국어로 가르치려고 하는데 가끔 나도 헛갈린다.  어떻게 해야할지.

역시나 작게 오리고 붙이는 건 아이 숙제가 아니라 부모 숙제다.


폴란드 유아 스카우트 2년차


작년에 시작한 유아 스카우트.  원래 스카우트는 만 6세부터 시작한다.  그런데 스카우트를 운영해보니 만 6세와 만 11세는 큰 차이가 있더라는 폴란드 스카우트 운영진.  그래서 만 4~5세를 추가하고 6세까지 유아 스카우트로 운영하고 그 이후를 일반 스카우트로 운영한다고 한다.

누리가 스카우트를 일종의 과외활동으로 시작하면서 우리도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다.  스카우트가 발생한 곳이 영국이라는.  우리는 당연히 미국 아닌가 했다.  스카우트가 영국에서 시작된 후 각국에서도 시작하게 되었는데, 폴란드가 두번째로 스카우트를 창립한 나라라는 지비의 주장.  찾아보니 영국에서 스카우트가 창립된 것은 1908년, 폴란드에서 스카우트가 창립된 것은 1910년.  그런데 영국 밖에서 최초로 스카우트가 창립된 곳은 의외로 칠레로 1909년이다. 하하하.

스카우트는 주말학교와는 다른 경험을 준다.  무엇인가를 배운다기보다 활동하는 곳이다.  노래하고, 만들고, 뛰어놀고.  다만 기도로 시작해서 기도로 마친다는 다소 불편한 사실이 있기는 하나 이것은 폴란드 스카우트의 특성이고, 폴란드 주말학교도 그렇다.  이 점을 싫어해서 폴란드 주말학교를 비롯한 문화를 멀리하는 젊은 폴란드인들도 있긴 하다.  나 역시 이런 점이 걸리긴 하지만 그보다 더 큰 혜택을 보고 주말학교와 스카우트 활동을 하기로 결정했다.




3주 정도 진행된 코끼리 관련활동에서 만든 창작물과 그 결과로 받은 배지(아래 사진).



사실 주말학교는 언어에 중심이 있다.  스카우트 활동도 폴란드어를 한다는 전제가 있기는 하지만,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언어를 접해간다는 점에서 우리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있다면 꼭 권하고 싶다.  아래 사진은 지난 2016/2017학년도 마무리 시점에 소풍을 겸해 인근 공원에 갔다.  대저택이 있는 유적지인데, 주말학교가 열리는 장소에서 작은 길 하나 건너는 거리, 보통 이런 대저택은 키친 가든이 있다.  말 그대로 주방에서 요리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채소를 기르던 곳이다.  요즘에도 이 대저택을 관리하는 기관/단체에서 계속해서 키친 가든을 돌보고 이 가든에서 나는 채소를 팔기도 하고 기부금 마련을 위한 다이닝 행사를 열 때 이 채소들을 이용하기도 한다. 



유아 스카우트는 공원 잔디밭에서 뛰어놀고 이 키친 가든에 견학을 갔다.  견학이래봐야 "이게 당근이야~", "이게 라즈베리야~" 이런 게 전부지만 아이들은 덩쿨에서 라즈베리도 따먹고 그 뒤엔 풀도 뽑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개인적으로 이날 배운 게 있었다.  아이들이 잔디밭에서 뛰어놀다가 한 아이가 벌에 쏘였는지, 벌레에 물렸는지 그런 상황이 발생했다.  아이가 뜨겁다며 데굴데굴 구르며 울었는데, 그 상황을 본 부모 셋이 가방에서 휴대용 응급함을 꺼냈다.  나는 누리가 좋아해서 뽀로로 일회용 밴드 정도는 들고 다니는데, 그건 그야말로 심리치료용이고 실질적인 역할은 없다.  집에 감기약 같은 건 있어도 응급처함도 없거니와 외출/여행에도 그런 걸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적 없다.  그런데 과외활동의 야외활동에 휴대용 응급함/파우치를 챙겨나온 부모들에게 감명을 받았다고나.  그 뒤 나도 그런 걸 사서 외출/여행에 챙겨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온라인 상점 장바구니에만 담겨있고 구매하지는 않았다.  얼른 사야지.  아이 키우는 사람은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영국은 모든 응급실에서 아이를 받아주지 않는다.  아이를 받아주는 응급실이 있는 병원이 정해져 있다.  한국도 그런 것으로 아는데.  아이 키우는 사람이라면 그런 병원 목록도 한 번은 챙겨둬야 할 것 같다.


그건 그렇고 그날 데굴데굴 구른 아이를 구제한 건 결국 한 알의 츄파춥스였다는 웃지못할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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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2주 전에 쓰던 글을 이제야 마무리 지어서 올린다.  내가 왜 이 사진들을 골랐는지, 어떤 이야기들을 하고 싶었는지도 가물가물해진 지금에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