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1815days] 학교에 갑니다.

토닥s 2017. 9. 7. 20:00

오늘부터 누리는 학교에 간다.  갔다.  1학년은 아니지만 학교에 있는 리셉셥reception/프리스쿨pre-school이기 때문에 학교는 학교다.  한국식으로 풀자면 학교 병설 유치원이다.  특별한 변화가 없으면 내년 9월 이 학교에 1학년으로 그대로 들어가게 된다.  그래서 지난 겨울 학교 신청, 올해 4월 결과 통보, 몇 차례 학교 방문, 어제 있었던 신입생 가정방문까지 거쳐오며 오늘을 기다렸다. 


학교 신청


9월에 학기를 시작하는 영국의 입학신청은 보통 그해 1월 초에 마감한다.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고, 아이들이 본격적으로 사회화되어 가는 시기라서 모두들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겪어보니 공립의 경우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없다.  전 국가적인 시스템에 우리가 선호하는 (런던의 경우) 6학교까지 이름을 올릴 수 있지만, 대개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학교에 배정된다.  그저 가까운 학교, 그 중에서 평판이 좋고 주변환경이 좋은 학교에 배정되기를 희망하는 수 밖에.  물론 영국부모들도 아이가 생기면 사는 곳을 바꾸기도 한다.  주로 런던에서 아예 외곽으로 이사를 한다.  물론 이사에는 학교 뿐 아니라 좀더 넓은 집으로의 이주, 부모들이 자라던 환경처럼 덜 붐비는 환경으로 이주하는 이유도 포함되어 있다.

나의 경우는 비록 5분이지만 2년 동안 차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며 좀 지쳤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300m이내에 공립 2개, 종교학교 1개가 있다.  종교학교는 유아세례와 3년간 교인 증명을 해야한다.  정말 많은 영국의 부모들이 평소에 교회에 가지 않지만, 아이가 생기면 유아세례를 하고 교회에 나간다.  적어도 첫아이가 학교에 들어갈 때까지는 교회활동을 해야한다는 우스개소리가 있을 정도다.  그러면 둘째 셋째는 형제자매 우선순위에 따라 그 학교에 (거의)자동으로 배정된다. 

우리는 종교도 없고, 이사를 갈 수도 없으니 주변 학교 중에서 가깝고 주변환경이 그나마 나은 곳을 1순위로 신청했고 그 학교를 배정받았다.  누리가 배정받은 학교는 바로 앞에 작은 공원과 놀이터가 있고, 방과 전/후 보육이 잘되어 있어  일하는 부모들에게 인기가 높은 편이다.  인근에 특별히 좋은 학교, 특별히 나쁜 학교가 없어 고만고만 누리 어린이집 친구 엄마들은 결과에 대체로 만족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3개 구의 경계에 살다보니 누리만 이 학교에 배정되고 이 근처에 살아도 주소지가 속한 곳이 다른 구인 어린이집 친구 둘은 먼 학교에 배정을 받았다.  그 중 한 엄마는 올해 안에 이사를 목표로 배정받은 학교 인근에 집을 보러 다닌다.  이 엄마는 배정받은 학교를 선호하는 학교 6학교 중 마지막에 써서 그 학교가 될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나는 3학교만 썼다.  그 중 어느 곳을 가도 상관없었는데 가장 가까운 곳에 배정을 받았다.


교복


4월쯤 결과를 통보받고, 교복이나 학교에 대한 안내를 해주는 모임에 갔고, 아이들에게 학교를 소개해주는 날(그냥 가서 논다) 갔었다.  여름 방학전에 교복 세일이 많았지만 쑥쑥 자라는 나이라 여름방학 동안 커버리면 어쩌겠냐고 주문을 미뤘다.  한 두 주전 만난 누리 어린이집 친구 엄마가 학교에 신고갈 신발을 사러 갔더니 직원이 마지막주는 바쁘고 재고도 없다더라며 미리 사두라고 해서 나도 부랴부랴 검색하기 시작했다.  일주일을 남겨두고 주문하려니 정말 원하던 제품은 사이즈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  주문한 신발을 찾고 신어보기 위해 신발가게로 갔더니 사람이 북적북적.  아쉬운대로 대략 갖추었고, 알고지내는 한국맘 한 분이 교복 치마드레스/원피스 두 벌을 주셔서 큰 부담이 되지 않았다.  고마워요!

영국의 교복은 대체로 겉옷 - 자켓이나 가디건은 학교 로고가 세겨진 겉옷은 학교나 지정 구매처를 통해서 사고 나머지 치마, 바지, 폴로셔츠 같은 것들은 색상만 정해져 있어 자신에게 맞는 예산의 브랜드에 가서 사면 된다.  주로 마트에서 사 입는다.  주변에서 M&S를 많이 추천해서 별 고민 없이 샀다.  체육복도 색상만 정해져 있어서 면이 좋은 유니클로에서 구입했다.




그런데 신발은 보통 여자아이의 경우는 슈즈shoes를 신어야 하는데 이게 가격이 어른신발이다, 내 기준에서는.  옷도 물려받고, 폴로셔츠도 2개에 7~10파운드 이런 식이라 맘에 드는 신발을 골라 샀지만 애들이 둘셋되면 부담이겠다 싶었다.  애들은 어른과 달리 발이 쑥쑥 자라 신발을 두 계절 이상 신을 수가 없으니.    하여간 이렇게 교복을 구매해 세탁해놓고 어젯밤엔 모든 옷에 이름표를 붙였다.  한국에서 주문해서 언니편에 받은 이름표.  여기도 이런 이름표를 쓰기 시작하는데 이름만 겨우 들어가는 식인데, 한국엔 이쁜 그림이 컬러로 들어가서 즐거운 마음으로 주문했다.  세탁에도 얼마나 견뎌내는지는 두고봐야할 일이다.  타이즈 같은 것은 그냥 세탁물용 마커펜을 사서 썼다.



가방에는 세탁용 이름표와 함께 주문한 열쇠고리를 달아주고 이름을 쓰는 칸에는 B언니가 선물준 스티커를 간단하게 붙였다.  B언니가 선물준 스티커는 초중고 졸업할 때까지 써도 될 분량이다.  언니 고마워!


다리미로 이름표 붙이고, 펜으로 이름 쓰고, 여기저기 스티커 붙이니 지비는 "영국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극성"이란다.  모르는 말씀.  심지어 나는 아이 이름을 어떻게 써야하는지까지 검색해봤는데, 그런 질문과 대답이 정말정말 많더란.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아빠들은 이해하지 못해도 엄마들은 다 공감할꺼라 - 믿는다. 

그리고 학교 가는 첫날 입을 옷을 접어 누리 의자에 올려놓고 잠들었다.



여름 내내 아침 8시에도 일어나지 않던 누리가 7시가 되기 전에 일어나 학교에 가는 날이라며 나를 깨웠다.  "그래그래 학교"하면서 일어나 준비를 시작했다.  심지어 준비가 너무 일찍 끝나서 옷을 입은채로 소파에 앉아 한 15분 TV까지 봤다.  그래그래 이대로만 학교생활 해준다면 정말 좋겠구나.  그렇게 누리는 처음으로 학교에 갔다.


첫 등교


누리에게, 우리에게 기념할 날이라 카메라를 들고 집을 나섰다.  마침 날씨도 좋았다.  그런데 사진도 잘 안찍으니 잘 못찍겠다.  이제 누리도 컸으니 누리 짐대신 다시 카메라를 들어야 할때다.



일찍 도착해서, 대략 300m 거리라, 다른 부모들처럼 사진을 찍었다.  많은 아빠들도 출근을 미루고 기념비 같은 이 날을 축하하고 있었다.  오늘 아침을 먹으며 지비에게 "가서 사진이라도 찍을 수 있음 좋을텐데"라고 했더니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초등학생이 되는 내년에는 꼭 찍자"고 한다.

모르는 아이들과 섞여 즐겁게 교실로 들어가는 누리 뒷모습을 보고 나는 학교에서 돌아나왔다.  역시나 들어가지 않겠다고 울고부는 아이들, 부모 옷자락을 잡아끄는 아이들이 있었다.  그 아이가 누리가 아닌데 안도하면서 나오긴 했는데, 뭔가 시원섭섭.  정말 she's gone 이다.  찬바람이 씽 분다.  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