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1629days] 초코치노의 위력

토닥s 2017. 3. 6. 09:09
커피머신을 살까말까 한 2년 동안 블랙프라이데이마다 망설였다.  우리끼리 주말마다 나가서 마시는 커피, 한 달만 안가면 된다는 계산은 뻔한데 선뜻 사지지 않았다.  집이 비좁다는 게 가장 분명한 이유기도 했고, 막 내린 커피라도 직접 만든 드립커피가 아직은 마실만 했다.  그렇게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도 잘 넘겼는데 며칠 전 아침에 식어버린 커피를 마시다 결심해버렸다 - 커피머신을 사자.  네스프레소냐 네스카페냐 하루쯤 고민하다 포드(한국서는 캡슐이라고 부르늗데 여기선 포드pod라고 부른다)를 동네 마트에서도 살 수 있는 네스카페로 결정하고 이베이에 unwanted gift item으로 올라온 새상품을 시중가격보다 10파운드 싸게 샀다.
금요일 저녁에 받아 당장 커피를 마실 수가 없었다.  커피머신을 쓰다듬고 다음날을 기약했다.  자기껀 없다고 슬퍼하는 누리에게 스타터에 들어있는 초코치노를 보여주며 같이 다음날을 기약했다.  다음날인 토요일 누리가 6시40분에 일어났다.  어린이집 갈때 8시에도 일어나지 못하던 아이인데.

7시를 넘겨 배고프다고 해서 아침을 차려줬더니 평소와 다르게 후다닥 먹어치웠다.  '웬일?'인가 싶었는데 "뭐가 더 먹고 싶다"는 누리.  그러면서 초코치노를 가리킨다.  '설마 이것 때문에 일찍 일어났나' 싶었다.  설마 -.

커피머신으로 커피 아닌 초코치노를 처음 만들었다.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하던 누리.  초코치노를 에스프레소 잔에 덜어주었는데 두 번 더 덜어먹어 결국 큰 머그 한 잔 다 헤치웠다.

그러고나서 지비가 일어나 커피를 내리며 향기난다고 둘이서 환호성.

 
+

일요일인 오늘 누리는 또 6시 반에 일어났다.  그리고 역시 7시를 조금 넘겨 배고프다며 아침을 먹었다.  누리의 이른 기상은 초코치노 힘이라기보다 서서히 3월말 써머타임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월요일인 내일 일어나봐야 알 일이다.   그냥 주말 이변이었을 수도 있다.  우리도 어릴 때 늘 학교 가지 않는 주말에 일찍 눈이 떠지곤 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