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1627days] 더 묻기 없기 꽁꽁꽁!

토닥s 2017. 3. 3. 19:45
폴란드에 다녀온 뒤 하고 싶은 이야기, 남겨두고 싶은 이야기는 많았는데 여유가 없었다.  누리가 일상으로 돌아가도 밀린 일들을 헤치우고 기력을 회복할 시간이 부족했다.  원래도 저질체력인데 환절기엔 그나마도 기능성이 50%로 줄어든다, 알레르기 때문에.  누리를 어린이집에 밀어넣어놓고 집에 돌아와 페이스북 타임라인에서 건져 올린 글 하나가 생각을 끄집어 올린다.

'아빠'가 되기 힘든 한국남자들
http://storyfunding.daum.net/episode/19024

한국에서, 아니 이곳에서도 육아와 관련된 글을 늘 어느 부모 한 쪽의 희생이나 피해로 기우는 것 같아 전적으로 지지하지 않는다.  이 글에 많은 공감을 하기는 했지만 따지고 보면 '엄마'가 되기도 힘든 육아현실 아닌가.

한국 가기 전에 한 번쯤 언급하고 싶었다.  일벌레까지는 아니어도 한국에서 바쁘게 살던 사람이 집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으니 한국에 가면 다들 묻는다.  언제쯤 일이나 공부를 시작하냐고.  솔직히 말하면 나도 하고 싶다.  그런데 늙어버린 나만큼이나 육아가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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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학기는 9월에 시작하고 일년에 3학기제다.  공립의 경우 각 학기는 13주고 그 중간에 1주일의 방학이 있다.  그리고 학기와 학기 사이 2주간의 방학, 크리스마스 방학과 부활절 방학이 있고 학년이 끝나는 7월 말엔 6주간의 여름 방학이 있다. 
그래서 아이들은 9월부터 6주간 학교를 가고 1주일을 쉬고, 다시 6주간 학교를 가고 2주간 크리스마스 방학을 한다.  1월에 다시 6주간 학교를 가고 1주일을 쉬고, 다시 6주간 학교를 가고 2주간 부활절 방학을 한다.  대체로 4월에 6주간 학교를 가고 1주일 쉬고, 다시 6주간 학교를 가면 6주간의 여름 방학이 있다.  주변을 보면 사립의 경우 크리스마스 방학과 부활절 방학이 좀 더 길다.  그래도 190여일 채워야 하는 수업 일수라는 게 있어 학기 중 하루 일과가 30분쯤 길거나 하는 차이가 있다.

간단히 요약하면 학기는 짧고 방학이 자주 있다.

듣자하니 농경사회에서 생겨난 이 학기제에 요즘 일하는 학부모들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그런다.  예전엔 영국 조부모들은 아이들을 돌봐주지 않았다고 하지만, 일하는 부모 비율과 한 부모 비율이 높아진 요즘에는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  런던엔 유럽에서 온 이민자들 비율이 확실이 높아 중간방학엔 고향에서 날아온 조부모들이 아이들을 돌봐주는 걸 자주 볼 수 있고, 그보다 긴 방학엔 주로 아이들이 조부모에게 가는 식이다.  그나마도 아이가 학교라는 시스템에 들어가면 방과후 같은 것도 있고, 잦은 방학에도 풀타임으로 운영되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문제는 영유아기 육아다, 지금 내 입장에서는.

누리가 어린이집을 가기 전에도 후에도 내가 집에 있으니 두 가지 오해가 생긴다.  내가 아이를 아주아주 사랑해서 일을 포기하거나 지비가 아주아주 돈을 잘 버는 줄 아는 모양이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비용의 문제였다.

이번에 폴란드에 가니 왜 내가 일을 하지 않는지 궁금해 하는 형수.  단도직입적으로 비용이라고 이야기해줬다.  형네는 중산층까지는 아니어도 두 부부가 벌며, 형수의 부모님 집에서 살고 친정 어머니가 두 아이들을 돌봐주신다.  누리보다 1살이 많은 첫딸은 두 살되면서부터 사립어린이집/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공립은 너무 사람이 많아서 기피한다나.  그 비용이 한달 80파운드쯤 든다고 한다.  폴란드 대략 임금을 알 수 없지만 한 사람 월급의 1/10정도면 괜찮은 어린이집/유치원을 보낼 수 있는 모양이다.  한국도 그 비슷한가.  정확하지는 않지만 런던의 평균 연봉은 3만파운드 이상이고, 영국의 평균 연봉은 그보다 낮은데  3세 미만의 아이를 풀타임으로 어린이집을 보내려면 평균 임금으로 계산하면 한 사람의 월급이 필요하다.  누리가 어릴 땐 월 1200파운드에서 1400파운드 정도였는데, 요즘은 월 1400파운드에서 1800파운드 정도 하는 모양이다.  물론 지역따라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한국의 이력을 단 한 줄도 인정해주지 않는 처지에 내가 당장 풀타임으로 일하러 나가도 그 만큼의 돈을 벌 수 없다고 솔직히 이야기했더니 더는 묻지 않는다.  평균 임금 ,물가 따지지 않고 금액으로만 비교하면 폴란드와 영국의 보육비용이 20배 차이니. 
실제로 영국의 엄마들도 아이가 둘 이상되면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 않으면 부모 중 한쪽이 파트타임으로 전환한다.  주변에 영국엄마 한 명도 아이를 풀타임으로 맡기고 일을 하면 한달에 200파운드가 남더라는 계산에 경력을 이어가기 위해 파트타임으로 전환한 경우가 있다.  그래서 한달에 남는 월급은 0파운드.
그럼에도 영국은 특이하게 출산율이 증가/유지하고 있는 나라이긴 하다, 이민자들에 의해서.

한국에 지인들도 영국은 유럽이니까 공공보육이 잘되있을꺼라는 믿음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속사정을 들으면 다들 "헉!"한다.
물론 영국의 보육이, 런던의 보육이 비싼 데는 이유가 있다.  시설유지비용이 비싸다.  집세도 비쌀테고 임금도 비싸니 당연하다.  얼마전 보수당이 인원을 늘리기는 했지만 얼마전까지 2세 미만은 교사 1인당 아이 4명을 넘을 수 없고 2-3세도 교사 1인당 아이 6명을 돌봐야 했다.  지금은 2세 미만 6명, 2-3세 8명을 바뀌었다는 것도 같고 정확히 모르겠다.  물론 부모입장에선 교사 1인당 아이 비율이 낮은 게 좋긴하다, 비용이 상승하긴 하지만.

이런 실정을 폴란드에 있는 형수님께 이번에 자세하게 설명해주었으니 당분간, 누리가 학교생활에 안착할 때까지는 묻지 않겠지 싶었다.  잘 알아들었나 싶었는데 말끝에 묻는다.  "그럼 왜 둘째를 안낳아?"  이런 면에서 폴란드인과 한국인의 싱크로율(비슷한 정도)은 정말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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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면 너무너무너무 자주 듣는 이야기라 여기에 꾹꾹 눌러 남겨둔다. 

누리를 물론 사랑하지만 제가 일을 하지 않는 건 현실적 여건 때문이예요.  제가 당장 나가 아이 하나 보육비를 벌어올 수 없어요.  둘째가 없는 건 현실적 여건이 연장선처럼 계속 유지되는 가운데, 제가 사람이 작은 탓인지 아직 아이 하나가 감당이 안되기 때문이예요.  그러니 더 묻기 없기! 꽁꽁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