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1456days] 어린이집 개학

토닥s 2016. 9. 13. 18:43

두달 간의 여름방학이 끝나고 오늘부터 우리는 어린이집을 가기 시작했다.  2시간 45분이라는 길이에는 변함이 없지만 오전반으로 옮겼다.  비가 많이 오고 일찍 어두워지는 가을-겨울이라 오후반 생활도 나쁘지 않지만, 내년부터 유치원-학교에 가게되면 오전 8시 45분 등교니 연습/습관이라도 되라는 마음에 오전반으로 옮겨달라고 요청했다.  오후에 다른 무엇인가를 해볼 요량이었다는 말을 꺼내지도 않겠다.  지키지 못할 약속 같아서.  어쨌든 오전/오후반 모두 100여 명의 아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인데 그 아이들 중 7~8명만 계속해서 이 어린이집을 다니게 되니 쉽게 옮겨질 수 있었다.  다른 어린이집(주로 학교 어린이집)으로 옮겨간 수는 3~4명이고 나머지 대부분은 유치원에 진학(?)하였다.


8시에서 8시 반 사이에 일어나는 아이를 7시 반에 깨워 아침 먹여 8시 반에 집을 나서니 기분이 남다르다.  어린이집으로 가는 길에 마주치는 수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를 보고 있자니 설레기도 하고 걱정도 되고 답답하기도 하고 그렇다.



어린이집에 도착하자말자 만난 친구, 이전 학기에 같이 다닌, 손을 잡아주고 손 흔들며 나는 금새 돌아나왔다.  그 너서리 친구 엄마도 자기 아이가 누리 손잡고 쉽게 들어가는 걸 보고 놀랐다.  늘 엄마 치맛자락을 잡고 늘어졌던 아이있데.  아이들이 그 사이 또 자란 것이다.


누리는 어린이집에 가면서 자기가 즐겨 놀았던 친구들도 오는지 궁금해했다.  그 아이들은 big girl/ big boy가 되어 학교에 갔다고 말해줬다.  그럼 다른 친구들이 오냐기에 그렇다고 했더니 그 아이들 이름이 뭐냐고 물었다.  나도 모른다고 했더니 "그럼 선생님이 알아?"하고 물었다.  누리가 어린이집을 시작할 땐 여자선생들은 '이모', 남자선생들은 '아저씨'라고 불렀다.  여름방학 전까지도 그랬다.  내가 '선생님'이라고 해도 고쳐지지 않더니 누리 입에서 불쑥 '선생님'이라는 단어가 나와서 내가 놀랐다.  나이가 차서 학교에 가는 것이 아니라 정말 '때'가 되어서 학교에 가나보다.


어제 까페에서 주워든 부모들을 위한 무가지에 그런 내용이 있었다.  주로 광고지다.  첫학교생활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숫자나 알파벳을 익히기보다 아이가 화장실을 잘 쓸 수 있는지, 자신의 물건을 챙기도록, 놀고나서는 뒷정리를 하도록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참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는 한국처럼 '선행학습'의 개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충 숫자, 알파벳을 다 익히고 유치원을 들어간다.  물론 누리는 하나에서 열까지 3개국어로 말할 수는 있지만 읽거나 쓰지는 못한다.  알파벳은 당연히 모른다.  나는 내 이름 겨우 '그리고'  초등학교를 들어갔던 내가 기준이기 때문이 조급해하지 않는다.  그보다 누리가 스쿠터를 잘타고 구름다리를 건널 수 있고 그네도 혼자 탈수 있다는 게 내가 아이의 성장을 보는 기준이다.  스스로도 이 마음이 변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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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가 얼마 전에 그린 할머니 할아버지 그림이다.  스티커 북 뒤에 엽서가 있었는데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보낸다며 그린 그림이다.  내가 팔불출이라서가 아니라 할머니의 파마머리 디테일에 놀랐다.  내가 누리 나이에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가는 잘 떠오르지 않지만 한 때 그림신동으로 스스로를 착각하고 살았던 내 입장에서 볼땐 잘 그린 그림이다.  아이고.. 팔불출.



8월 말에 그렸는데 게으른 부모는 어제야 우체국에서 한국과 폴란드로 보냈다.  좋아들 하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