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토요일은 누리를 데리고 외출을 계획하는 편이다. 일요일도 외출을 하기는 하지만 '동네'의 바운더리를 잘 벗어나지 않는다. 이번 토요일은 오래전부터 가보자고 마음 먹었던 런던 외곽 햄튼코트 팔래스 Hampton court palace에 생긴 매직 가든 Magic Garden이라는 놀이터에 다녀왔다.
누리의 방학을 앞두고 가볼 곳을 부지런히 검색했더니, 그 검색 기록이 남아 페이스북 타임라인데 계속해서 노출이 되어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는 곳이었다. 다만 예전에 했던 로얄 팔래스 연간 회원권을 할 것이냐, 이 놀이터만 1회 입장료를 내고 갈 것이냐 고민을 좀 했다. 그런데 이 놀이터가 부활절 연휴부터 10월까지만 개장한다는 조건 때문에 1회 입장료만 내고 가기로 했다. 햄튼코트 팔래스 입장권을 사면 이 놀이터도 갈 수 있지만, 햄튼코트 팔래스 입장권이 21파운드로 꽤 비싼 편이다. 그런데 합리적이게도 놀이터와 정원의 미로 (magic garden & maze)만 입장권을 7파운드에 판매한다. 심지어 5세 미만은 무료다.
로얄 팔래스 연간 회원권이 있을 때 햄튼코트 팔래스는 2~3번 갔다. 그때도 이 놀이터가 있었나 기억이 나지 않았는데, 가서 보니 올해 5월에 생긴 핫한 놀이터. 아직 새로운 시설이라 그런지 시설도 깨끗하고 사람도 붐비지 않아 좋았다.
무엇보다 팔래스/궁을 모티브로 한 디테일이 좋았다. 앉는 의자도 왕들이나 앉았을법한 의자 모양이었고, 의자들의 크기들이 재미 있어서 마치 동화 속에 와 있는 기분이었다.
놀이터 이미지로 자주 등장한 용이 생각보다 커서 놀랐다. 아이들은 입구에서부터 이 용을 보고 다 "와!" 한다.
사실 이름있는 놀이터에 비하면 놀이기구가 많다거나 볼 거리 가짓 수가 많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는데, 한 가지 한 가지가 재미있게 만들어져 있었다. 그네, 시소 같은 놀이기구는 없고 언덕, 성을 모티브로 한 건물, 용, 모래밭 그런 것들이 있어서 아이들이 정해진 틀 안에서 노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채워가며 놀 수 있었다.
지비는 개인적으로 그 어떤 놀이터보다 좋다고 했다. 집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켄징턴 팔래스 옆 다이애나 왕비 기념/추모 놀이터 ( ☞ http://www.todaks.com/1100 ) 는 누구나가 좋아하는 놀이터인데 그것보다 낫다고. 사실 그 놀이터는 일년 내내 사람들로 붐빈다. 그에 비하면 이 매직 가든은 크기는 작고, 비록 유료기는 하지만 아직은 방문객도 많지 않다.
날씨가 뜨겁지는 않았지만 습한 탓인지 누리는 순식간에 땀으로 젖어버렸다. 사실 쉬지 않고 뛰어다니고, 굴러 다녔다. 결국 반팔 셔츠를 벗어버리고 런닝/속옷 차림으로 놀았다. 수영복 차림으로 노는 아이들도 제법 되었다, 물이 상당히 차가웠는데.
모래밭에 몇 군데 펌프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아이들이 물을 펌핑하면 그 물이 모래밭으로 딱 발을 적실만큼 흘렀다. 질벅질벅하면서 노는 게 맛인데, 어떤 아빠는 모래로 댐을 만들어 흘러가는 물을 막고 그 안에는 펌프질로 물을 꽤 깊이 채웠다. 아이들보다 더 열심히 댐을 만들었다. 가끔 지비에게서도 그런 모습을 본다. 누리 장난감이 자기 장난감인줄 아는. 그 아빠는 모래로 댐을 만드는 사이 그랬을테다.
여름이 가기 전에 한 번 더 갈 시간이 있을 것 같지 않지만, 벌써 그늘은 제법 서늘하고 물은 차갑다, 내년에라도 꼭 다시 찾을 놀이터다. 런던에 여행오는 사람이 런던 외곽에 위치한 햄튼코트 팔래스까지 가기는 쉽지 않겠지만, 시내에서 기차로 갈 수도 있고 궁전도 의미있고 볼만하니 아이를 동반한 여행이라면 꼭 추천하고 싶은 방문지다.